<닭백숙과 장인어른의 유산>

1.
수십 년 만에 이사를 앞둔 장모님, 잠시 댁에 들렀다 가라신다. 무슨 일인가 하고 아내와 함께 갔더니 오래 된 술을 몇 병 내놓으신다. 
병따개로 따는 25도 소주 세 병, 인쇄도 병도 촌스러운 양주 한 병, 오래 된 안동소주 한 병……

“얼마나 많이 숨겨놓았는지 여기저기 술이 없는 데가 없어.”

2.
장인어른은 애주가셨다. 아마 장모님 몰래 술을 감춰두셨는데, 갑자기 쓰러지시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오랜 세월을 묵었던 모양이다. 
생전에 그렇게 술을 좋아하셔서, 내가 찾아갈 때마다 핑계 김에 어떤 식으로든 술상에 내오게 하셨다. 
무더운 여름날, 미지근한 소주도 아무 거리낌 없이 드신 탓에, 나도 지금은 소주를 냉장하지 않고 마시곤 한다. 모두 장인어른 덕분이다. 

아주아주 먼 옛날, 처음 인사를 갔을 때 얘기다. 강제로 보신탕집에 끌고 가시더니, 이거 안 먹으면 딸을 주지 않겠다는 협박과 함께 소주도 큰 잔에 부어주셨다. 
한 번은 얼큰하게 취하시더니, 장에서 통장을 꺼내 도장과 함께 내게 건네시는 것이 아닌가.  

3.
“여기 5000만 원 들어있으니 자네 맘대로 쓰게.” 
통장에는 정말로 5000만 원이 들어있었다. 
개인택시 하시던 분이 무슨 돈이 있다고 이런 거액을 사위한테 선뜻 내주실까? 
당시는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오래 전에 깡통계좌가 된 동화은행 통장이었다. 
술이 한잔 들어가면 늘 그렇게 유쾌한 분이셨건만.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놀린다. 
“드디어 장인한테 유산을 물려받았네. 좋겠어요.”

4.
<닭백숙>
전기밥솥은 훌륭한 요리도구다. 쉽고 또 맛있기 때문. 다른 건 몰라도 닭백숙만큼은 항상 전기밥솥에 한다. 

5.
<재료>
닭 한 마리. 마늘 열 톨. 백숙용 재료(나는 농막에서 엄나무, 오갈피나무 줄기를 잘라 사용했다.) 

6.
<조리법>
1. 닭을 깨끗이 씻고, 꼬리의 기름덩어리를 제거한다. 
2. 닭과 백숙용 재료, 마늘을 전기밥솥(10인용)에 넣고 물을 8인분에 맞춘다.
3. 다이얼을 찜 기능에 놓고 35분에 맞춘 다음 취사버튼을 누른다. 

7.
TIP. - 백숙재료는 슈퍼에서 팔기도 하고, 닭과 함께 포장된 경우도 있다. 
     - 불린 찹쌀(1컵), 당근을 함께 넣으면 맛있는 닭죽도 먹을 수 있다.
- 부추 등을 데쳐 함께 먹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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