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날씨와 함께 미세먼지 예보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왜 이렇게 더운 거지?” “공기는 언제 이렇게 나빠졌을까?”를 고민하는 날이 부쩍 많아졌다. 지난해 유례없이 찾아온 폭염이 한반도 전체를 뜨겁게 달구더니, 미세먼지는 봄에 이어 겨울까지 장악하며 ‘삼한사미(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폭염, 미세먼지 등 기후변화로 인한 결과는 이미 우리 일상에 깊숙히 파고들었다. 기후변화가 인간의 건강과 생명, 재산을 위협한다는 사실이 피부로 다가오면서 더 이상 먼 미래 예정된 사건이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 눈앞에 놓인 문제라는 것도 분명해졌다.
신간 ‘파란하늘 빨간지구’는 현 시점 기후변화 시대의 본질을 드러내며, 인류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인 조천호는 국립기상과학원 30년간 일하며 원장까지 지낸 대기과학자다. 그는 “기후변화, 기상재해, 지구환경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으로 이끌 것”이라고 책을 내놓은 이유를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세계적 기업인·경제학자·정치인 등이 모여 토론하는 ‘다보스포럼’에서 지난해 전문가 745명을 대상으로 ‘인류가 직면한 위험’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위로 ‘대량살상 무기’, 2위로 ‘재해성 날씨’가 꼽혔다. 문제는 발생 가능성 측면에서 대량살상 무기는 낮은 편에 속하는 반면, 재해성 날씨는 가장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재해성 날씨’가 생겨나는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이며, 인간의 활동이 지구를 따뜻하게 만들면서 본격화했다. 저자는 “우리가 누리는 문명은 인간의 능력으로 이룩한 것 같지만, 사실 특정한 기후 조건에서 가능했던 우연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듯하지만, 허리케인·폭염·폭우 등 기상이변 앞에서 문명은 속수무책”이라고.
저자는 “우리는 기후변화를 단순히 생태 문제로 인식해왔지만, 사실 정치·경제·외교·안보 등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주요한 변수로 떠올랐으며, 지역에서 벗어나 전 지구적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2010년 러시아에 폭염과 가뭄이 찾아와 밀 수출을 제한했는데, 밀 가격에 치솟으면서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다.
한국에서 가장 큰 이슈인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배출원이 어디냐에 과도하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중국이 미세먼지 문제의 원인이라고 비난하지만, 중요 무역 상대국인 중국이 공장 가동을 멈추면 한국도 상당한 피해를 보게 된다”며 “미세먼지를 배출함으로써 얻는 편익을 누리면서 그에 따른 불편을 피할 수 없는” 모순적 상황을 지적한다.
이 책은 “인공강우, 거대 공기청정기 등 미세먼지를 줄이는 대책은 ‘땜질식 처방’일 뿐”이라며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기준 강화, 규제 강화와 집행, 대중교통 인프라 개선 등에 힘쓰면 발생 자체를 줄일 수 있다”고 제언한다. “미세먼지 해결을 둘러싼 다양한 시도가 우리 사회의 수준과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덧붙였다.
‘파란하늘 빨간지구’는 대기과학자가 기후변화와 관련한 여러 사안들을 알기 쉽게 풀어놓아 독자들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준다.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하면서 묵직한 메시지도 함께 전한다. 저자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주로 본다”며 기후변화의 의미와 파급효과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고 호소한다.
“우리는 분명히 그 일(기후변화)이 벌어지는 데 원인을 제공했으며, 언젠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살아온 방식이나 사회 시스템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아야 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루어가는 것’이다.”
◇파란하늘 빨간지구=조천호 지음, 동아시아 펴냄. 292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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