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빨리 알아챌 수 있었어요. 머릿속으로만 구상하던 걸 실제 적용해보니 제 사업모델에 허점이 많음을 알 수 있었죠. 작고 빠른 실패가 지금의 단단한 사업모델을 만드는데 큰 힘이 됐습니다. - 권기효 멘토리 대표
# 제가 풀고 싶은 사회문제를 찾아내고 해법을 찾는 긴 여정을 함께 해줬어요. 팀원도 여기서 만났습니다. 시작이 항상 어려운데 튼튼하고 건강한 출발을 원하는 창업가들에게 강추합니다. - 문미성 놀담 대표
시간제 방문 놀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놀담’과 교육으로 도농 간 격차를 해소하려는 ‘멘토리’는 풀고 싶은 사회문제는 달랐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언더독스로부터 강도 높은 창업가 교육과정을 밟았다.
2015년 문을 연 언더독스는 창업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기관에 교육을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보다 많은 사회혁신가들을 배출해 이들이 더 큰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약자들끼리 힘을 합쳐 세상을 바꿔보자”
언더독스란 이름은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에서 유래한다. 언더독 효과란 절대적 강자가 존재하는 경기에서 이길 승산이 희박한 약자(under dog)가 승리하길 바라며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언더독스는 창업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약자들을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창업자는 아니지만 초기부터 언더독스를 이끌고 있는 조상래 대표에게 언더독스의 존재 의미를 물었다.
“ 사회혁신 스타트업 영역에 유능한 분들이 많지만 이제 막 시작한 만큼 힘이 약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언더독스(약자들)끼리 힘을 합쳐 함께 세상을 바꿔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언더독스는 불광동 혁신파크 안에 들어선 상상청 3층에 둥지를 틀었다. 교육장으로도 쓰이는 사무실 벽면에는 대형 포스터가 에워싸고 있다. 포스터 모델이 된 개(dog)들은 방문자들에게 말을 건다.
‘Dream Big, Start Small’크게 생각하고 작고 빠르게 실천한다
‘Sharing’ 동료와 더 나누기 위해 더 큰 비즈니스를 만든다
조 대표는 포스터에 등장하는 말들이 언더독스가 창업가들에게 일러주고 싶은 이야기들이라고 설명했다.
경험에 바탕을 둔 실전 위주 교육
창업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언더독스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사관학교와 청년창업팀을 길러내고 싶어 하는 공공기관, 대학, 기업들과 함께 운영하는 파트너스 프로그램이다.
언더독스 사관학교는 6주간 300시간 풀타임으로 진행되며 1 대 1 전담 코치가 붙어 7단계로 진행된다. 최근에는 여성들을 위한 사회혁신 기업가 육성 프로그램인 언더우먼(underwomen)을 론칭했다. 파트너스 프로그램은 교육 대상자의 특성에 맞게 전일제 혹은 1박2일, 해커톤, 주 1회 교육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언더독스 교육의 특징은 실전 중심이다. 모든 강의와 코칭은 전·현직 창업가들 혹은 다년간 창업팀 코칭 경험이 있는 강사들이 진행한다.
“예비창업자들이 가장 범하기 쉬운 오류가 ‘자신의 아이디어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저희는 이미 사업 아이템을 갖고 온 교육생들일지라도 처음부터 다시 검증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를 통해 더 자신감이 붙거나 혹은 ‘어 바꿔야 할 것 같아’라는 깨달음을 얻지요.”
지난 4년 동안 언더독스 교육 프로그램을 거쳐간 청년들은 5694명. 누적 졸업 팀 수는 431개 팀이다. 이 가운데 18개 팀이 사회적기업가들의 등용문으로 꼽히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최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팀에 선발됐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언더독스는 매년 100%씩 성장했다. 작년에는 31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2배 성장을 꿈꾸고 있다.
창업에도 근육이 필요해
창업 3년여 만에 경력단절 여성 20명을 고용할 정도로 성장한 놀담의 문미성 대표는 언더독스 사관학교 1기생이다. 그는 “아이템 발굴에서부터 해결책, 팀 빌딩, 고객 테스트 등 창업 사이클에서 마주치게 되는 단계들을 심도 있고 빠르게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라고 말했다.
“ 소셜 벤처를 창업해서 사회문제를 풀어보고 싶다는 열정뿐이었어요. 사업 아이템은 이해 당사자로서 느끼는 문제점에서 출발하면 좋다고 하길래 워킹맘이었던 팀원 3명이 자신의 문제를 하나씩 던져봤죠. 그때 공통적인 고민거리가 시간제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거였어요. 일하는 엄마들은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귀가한 뒤 자신이 퇴근하기까지 공백 시간을 메우기 위해 애들을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리고 있었거든요. 애들은 놀 자유시간을 빼앗기고요. 우리는 그 문제를 알바가 필요한 대학생들에게 놀이 선생님 교육을 시켜 워킹맘들과 연결하는 서비스를 착안했고 그것이 지금의 놀담입니다.” -문미성 대표
지난 4년 동안 ‘놀담’을 비롯해 사관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114명에 34개 팀에 이른다. 8기까지 진행된 가운데 기수별로 평균 73%의 창업률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현재 유지되고 있는 창업팀 수는 10팀이다.
최근 다양한 공공기관에서 사회혁신가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들이 많지만 언더독스처럼 아이템도 없이 열정만 갖고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 창업은 한 번에 성공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도전하려 했을 때 앞선 단계를 충실히 배운 사람들은 다른 아이템에 보다 빠르게 도전할 수 있습니다. 창업을 위한 근육, 기초체력을 다진 사회혁신가들을 보다 많이 배출하는 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소셜벤처들이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해주길 기대
조상래 대표 역시 2013년 ‘워터팜’이란 소셜벤처를 공동 창업한 경험이 있다. 사범대학을 졸업한 그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 왜 우리는 누군가가 죽어야만 그제서야 되돌아보는지 안타까웠어요. 전 제도와 정책이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해주리라 보고 행정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그때 사회적기업이란걸 알게 됐어요.”
그는 아름다운가게에서 사회적기업 창업 과정을 듣다가 만난 또래와 함께 물 부족 국가가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소셜벤처를 창업했고 2년 뒤 언더독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회사가 늘어날수록 사회안전망도 더 탄탄해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언더독스에는 조 대표와 뜻을 같이 하는 24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과거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을 창업했거나 몸담았던 종사자들 그리고 사회적기업가들을 코칭 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아시아 문제는 아시아 청년들의 힘으로 해결
올해 언더독스는 수도권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으로, 더 나아가 해외로 진출한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군산에서 3주 전부터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군산 지역과 더불어 전국에서 모인 청년들이 앞장서서 지역의 도시재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창업팀을 육성하는 일입니다.”
언더독스는 지역의 소상공인들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팀들을 선발해 군산시 월명동 거리를 활성화시켜 전체적으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50여 명의 창업가들이 모였고 팀으로는 24개 팀이 들어와 있다.
언더독스는 ‘아시아 문제는 아시아 청년 창업가들이 함께 풀어가자’라는 큰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 올해는 언더독스와 같은 꿈을 꾸는 해외 파트너들과 함께 해외에서 사관학교를 운영볼 계획이다.
조 대표는 “서울이든 지역이든 글로벌이든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어내려는 분들에게 안전망이 되어주고 싶다”면서도 “그냥 경험 삼아서가 아니라 정말 해보고 싶은 분들을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 진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난 이것 아니면 먹고 살 목표가 없다는 분들이 성과를 만들어내더군요. 아주 힘든 과정인 만큼 정말 목표가 뚜렷한 분들이 도전했을 때 그나마 성과를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창업입니다. 비록 그 목표가 백만장자든 사회문제 해결이든 혹은 내 문제 해결이든 말이죠.”
사진. 이우기(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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