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가 화두다. 현 정부의 핵심 철학으로 사회적 가치가 선포되면서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에서도 공공성·사회적 가치가 중요해졌다. 많은 공공기관들이 사회적경제 조직과 협력하는 등 발걸음이 빨라졌다. 개별 공기업의 고유한 사업 가치가 여러 사회적 경제 분야와 만나 사회적 가치로 확대되는데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본지는 사회적경제와 동행에 나선 대표적인 공공기관을 만나, 기관이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 사업을 살펴본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전등이 밝혀진 경복궁의 풍경을 담은 '전기시등도'.

#.1887년 3월 6일, 어둠이 깔린 경복궁에 작은 전등 하나가 깜빡 불을 밝히자 궁 안이 환해졌다. 처음 보는 전깃불에 사람들은 감탄사를 터트리며 눈동자를 반짝였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전기가 들어왔을 때의 풍경이다. 1898년 고종은 한성전기회사를 설립해 전기 사업을 추진한다. 오늘날 한국의 전기 공급을 담당하는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탄생한 배경이다.

지난 120년간 한전은 전력자원을 개발하고, 발전?송전?변전?배전 업무 등을 맡으며 편리한 사회를 만들었다. 그 결과 2018년 12월 기준 전력판매량 5261억kWh, 매출액 60조 6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국내 최대 공기업으로 성장했다. 국가의 산업화를 이끌고 국민의 삶을 개선해온 한전은 지난 2014년 12월 전남 나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상생협력처’를 신설하고 사회공헌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8월부터 상생협력처를 이끌고 있는 김선관 처장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전이 추진하는 사회적가치 창출에 관한 답변을 받았다. 1988년 한전에 입사한 김 처장은 31년간 감사실, 경영혁신실, 자재처, 재무처, 전북본부 전력사업처장 등에서 주요 보직을 거쳤다. 상생협력처장 직전에는 에너지밸리추진실장을 맡아 광주전남 혁신도시에 에너지신산업 중심의 기업·연구소 등을 유치해 미래 산업생태계를 조성했다.

김선관 상생협력처 처장은 1988년 한전에 입사해 31년간 주요 보직을 거쳤다.

- 한전의 상생협력처에서는 어떤 사회적가치 활동을 진행하는가.

▶상생협력처는 나주로 본사를 옮기면서 지역의 경제 활성화 및 소통 강화를 위해 신설했다. 에너지밸리 조성을 담당하는 ‘에너지밸리추진실’, 갈등·민원업무 지원 및 총괄을 하는 ‘갈등조정실’, 사회적가치 구현 및 지역협력 사업 발굴을 위한 ‘상생기획부’, 사회공헌 활동을 담당하는 ‘사회공헌부’로 구성됐다.

한전은 공공성과 기업성을 조화롭게 달성하고 사회적가치 구현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함께 일하는 가치 △사회통합 가치 △건강한 삶 가치 △상생·협력 가치 △윤리경영 등 5대 핵심가치를 내걸고 20대 전략, 82개 실행과제를 선정 및 추진 중이다. 정규직 최대 채용, 비정규직 정규직화, 여성리더 육성 및 모성보호 선도, 안전·재난·보안 및 미세먼지 감축, 대중소 기업 상생, 지역사회 활성화, 갑질 문화개선 및 청렴 생태계 조성 등이 주요 실행과제다.

- 사회적가치 창출 사업 중 특히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적극적이다.

▶한전은 2012년부터 사회적경제 기업 지원을 시작했다. 직원들 급여에서 1000원 미만 끝전을 공제해 마련한 재원으로 취약계층 창업 및 사회적경제 기업의 경영개선을 지원하는 ‘희망 무지개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했다. 초기에는 주로 창업자금 대출 지원을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사회적경제 기업의 필요에 맞춰 판로개척, 크라우드펀딩 등 사업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2018년 3월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 협약식’을 열고 사업을 본격화했다. 태양광 발전소 건립(40억원), 임팩트 투자(3억원), 크라우드펀딩 지원(2억원), 해외판로 개척(2억원), 국내판로 지원(6억원?그룹사) 등 총 53억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경영 여건 악화로 인한 긴축경영 체제로 불가피하게 다소 축소된 규모로 사업을 진행하지만, 향후 경영 여건이 개선되면 예산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한전은 사회적경제 기업에 태양광 발전소를 무상으로 건립해주고, 전력판매 수익을 지속가능성을 위한 재원으로 쓰도록 지원한다. 사진은 마을기업 '죽향식품'.

- 한전의 업(業) 특성에 맞는 사업 방식이 인상적이다. 주목할 만한 사례를 소개한다면.

▶‘햇살행복 발전소’는 한전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에 태양광 발전소를 무상 건립해주고, 해당 사회적경제 조직이 전력 판매수익으로 사회공헌, 일자리 창출 등에 활용해 지속가능성을 높여주는 사업이다. 예산 65억원을 지원해 총 49개소를 건립해 운영 중이며, 사업 수익금 3억2000만원, 일자리 창출 38개 등 성과를 얻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사업이 안정되면 더 많은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 분야’ 소셜벤처 3곳에 임팩트 투자 2억원을 진행했다. 주목할 사례로는 에너지 절감형 난방 텐트를 생산하는 ‘바이맘’을 꼽고 싶다. 난방기능이 있는 디자인 수면 텐트를 개발한 기업으로, 난방비는 낮추고 환경적 효과는 높인다. 투자 이후 롯데, 포시즌스 등 국내 특급호텔, 포시즌스 시드니?런던 등 해외 특급호텔에 납품하고, 미국지사 설립 및 ‘아마존’ 등 온라인 채널에 입점하는 등 우수한 성과 및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다.

- 사회적경제 조직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전에서 관련해 어떤 사업을 지원했나.

▶현장에서 만나는 사회적기업들은 기본적으로 ‘판로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전은 주로 전력 기자재를 필요로 하고, 해당 예산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사회적경제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구매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부터 사회적경제 기업 구매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제품 구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화, 전력기자재 생산가능 기업 발굴을 위한 노력 등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한전은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통해 ‘창업기(크라우드 펀딩)-성장기(해외판로 확대)-성숙기(임팩트 투자)’ 등 사업 주기별 맞춤형 지원으로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해외판로를 열기 위해 ‘열매나눔재단’과 함께 사회적경제 기업의 국제 박람회 참석 및 수출 계약 추진 등도 지원한다.

한전은 '에너지 분야'에 특화한 소셜벤처에 임팩트 투자를 진행했다. 난방텐트 제조업체 '바이맘'은 제품을 유명호텔에 납품하는 성과를 거뒀다.

- 올해 한전에서 추진하는 주요 사업 및 사회적가치 실현을 위한 계획을 설명해달라.

▶한전은 6개 발전자회사와 한전기술, KPS, KDN, 한전원자력연료 등 11개 회사로 구성된 전력그룹사다. 지난해 11월 그룹사 합동?공공기관 최초로 ‘사회적경제 박람회’를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해 각 지자체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및 전통문화 체험 부스 등을 차렸다. 총 150개의 사회적경제 기업이 참여했으며, 3일간 박람회 동안 매출 3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그룹사 차원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사회적경제 기업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전의 미션은 ‘전력수급의 안정을 도모하고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공공성 강화와 국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미세먼지 피해 저감을 위한 복지시설 긴급 공기청정기 지원, 사회적경제 기업 활성화, 취약계층 에너지복지 구현을 중점 추진 과제로 두고 지원해 나가겠다.

사진제공. 한국전력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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