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서울 성수동 소셜캠퍼스온에서 후루무라 노부히로 일본 노동자협동조합 연합회 이사장을 만났다./사진=전석병 작가

“한국에서 사회적경제가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고, 부럽기도 합니다.”

후루무라 노부히로 일본 노동자협동조합(이하 노협) 연합회 이사장은 한국 사회적경제를 경험한 소감을 밝혔다. 지난 3월 방한한 노부히로 이사장은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사회적경제 관련 법과 제도, 정책, 사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실제 기업을 방문하기도 했다.

세종시에서 일본 노협 연합회 측(왼쪽)과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만나 각국의 사회적경제 현황을 공유했다./사진=기획재정부

지난 1월 기획재정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먼저 일본으로 건너가 사회적경제 상황을 둘러보고 왔다. 이후 일본 측에서도 한국 방문을 요청해왔고, 일본 노협 연합회 관계자들이 대표로 한국 땅을 밟게 됐다.

3월 13일에는 세종시에 방문해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자와 간담회를 열어 각국의 사회적경제 관련 제도 등을 공유했다. 14일에는 서울에서 사회적기업 ‘베어베터’, 사회적협동조합 ‘행복한돌봄’을 직접 둘러보고, 중간지원조직 ‘신나는조합’과 만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일본 노협 연합회 측은 한국의 사회적기업 ‘베어베터’ 등을 직접 방문해 주요 사업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사진=기획재정부

일본 노협 연합회는 1979년 ‘중고년 고용?복지사업단 전국협의회’ 결성에서 시작됐다. 당시 실업자들이 모여 고용창출 운동을 진행한 것을 계기로, 1980년대 노동자협동조합 운동으로 발전했다. 이후 건물 관리, 청소, 물류 업무 등 사업을 비롯해 어르신 돌봄, 육아 지원, 생활 곤궁자 자립?취업 지원 등 지자체와 협력하는 사업으로 확장했다.

특히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음식(Food), 에너지(Energy), 돌봄?육아(Care)를 지역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FCC 자급권’을 구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일본 전국의 노동자협동조합, 고령자생활협동조합 등 23개 회원 조직이 모여 연합회를 구성해 활동 중이며, 2016년 기준 사업액 335억엔(약 3400억원), 취업자 수 1만 3420명 등을 창출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워커즈’ 포스터. 동일본 대지진 이후 피해 지역 주민들이 어떻게 공동체를 복원하는지 기록을 담아 지난해 10월 개봉했다./사진=일본노협연합회

한국과 일본은 사회적경제 활성화 부문에서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한국이 ‘정부 주도형’으로 법?제도?정책 등을 만들어 하향식으로 단기간 성장을 이끌어냈다면, 일본은 ‘민간 주도형’으로 오래 전부터 시민 스스로 관련 조직들을 구성해 발전시켜 왔다. 협동조합은 신협 등 개별법 관련법은 있지만, 일반 협동조합 관련한 기본법은 통과되지 않은 상태다.

노부히로 이사장은 “이번에 한국에서 배운 것들을 일본에 가져가서 법적?제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부분을 적용하고 싶다”며 “반대로 한국에서는 일본 노협 연합회가 이뤄낸 조합원들의 유대 관계나 자발성 등 문화적 측면을 참고한다면, 양적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부히로 이사장(가운데)은 신나는조합과 간담회를 통해 취약계층?사회적경제 기업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사회적금융’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사진=전석병 작가

다음은 후루무라 노부히로 일본 노협 연합회 이사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틀간 한국의 사회적경제를 압축적으로 만나본 소감은?

▶한국의 사회적경제는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정책과 사업이 많아서 큰 틀이 잘 갖춰졌고, 전반적으로 힘이 있다고 느꼈다. 사회적경제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이 많고, 국가와 사회 전체가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은 부럽기도 하다. 일본 노협 연합회는 여태껏 법적 근거 없이 40년간 활동해왔는데, 올해 안에 법제화가 이뤄져 관련 제도가 확립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방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과 적용해보고 싶은 점은?

▶그동안 우리는 협동조합의 가치를 사람들 사이에 공유하고, 지역에서 자치?자유?공생 등 문화를 키워내는 일에 방점을 찍었다. 한국의 ‘신나는조합’처럼 개인이나 사회적경제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업은 해본 적이 없는데, 사회적금융에 관한 아이디어를 새롭게 얻게 됐다. 또한 일본에서도 ‘지역재생’이 중요한 과제인데, 한국의 지자체가 지역에서 사회적경제 사업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사례를 배운 점도 인상적이었다.

-‘법제화’를 비롯해 현 시점 일본의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과제는?

▶노협 활동을 하면서 ‘일하는 것의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그동안 ‘일’이라는 건 어떤 회사에 고용되거나 개인이 사업을 하는 2가지 선택지뿐이었다. 법제화를 통해 노협 활동이 본격화하면, 조합원들이 출자?경영?노동을 함께 담당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 생긴다. 물론 협동조합 개수가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세우고, 나아가 사람들과의 유대, 지역과의 관계 등을 생각하며 궁극적으로 바람직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박향희 신나는조합 상임이사, 장원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제도지원팀 팀장, 후루무라 노부히로 일본 노동자협동조합 연합회 이사장, 나카노 오사무 이사, 타마키 노부히로 센터사업단 이사, 토모오카 유키 해외연계추진부 주임(왼쪽부터)의 모습./사진=전석병 작가

-‘협동조합’의 가치는 어떤 점에서 긍정적이며, 일본 노협에서 이를 유지해온 비결?

▶현재 일본 사회는 고립된 사람들이 많고, 갈등과 대립 관계에 놓인 관계들도 많다. 협동조합 활동은 서로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해가는 문화 자체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특히 노협 연합회는 실업자들이 스스로 모여 ‘좋은 일을 해보자’는 목표로 시작됐다. 타인이 겪는 문제가 곧 나의 문제일 수 있다는 ‘당사자성’을 가지고, 눈앞의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확장하며 사업을 키워나간 것이 원동력이자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방한을 계기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한국과 일본은 사회적 환경은 비슷한 측면이 있지만, 사회적경제가 발전해온 역사는 아주 다르다. 일본은 한국에서 배운 제도적 측면을 배우고, 반대로 한국은 일본의 문화적 측면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조합원들 역시 해외 우수 사례에 대한 관심이 높고, 배우고자 하는 열정도 높다. 앞으로도 양국이 활발한 교류를 통해 각국의 사회적경제를 성장시키는 힘을 키워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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