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가 국정과제로 선정된 후 전 정부 부처가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앞다퉈 나섰다. 정책 방향의 핵심은 ‘민간 주도, 지역 중심, 중앙 뒷받침’이다. 부처의 특성을 살리되 민간과 중앙 중심으로 풀뿌리 사회적경제의 힘을 키우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미다. 올해는 이러한 정책 방향이 현장에서 본격화되는 첫 해다. 본지에서는 부처별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는지 연속으로 살펴본다.

고용노동부가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후 사회적기업의 육성지원사업을 펼친 지 올해로 11년째다. 지난해 사회적기업 실태조사와 간담회 등을 바탕으로 ‘제3차 사회적기업 육성 기본계획(11월)’과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7월)’을 발표했다. 발표에는 지원제도의 확대와 신설, 기존제도와의 연계 등의 계획이 담겼다. 또한 사회적기업의 진입을 촉진하고 사회적 가치 중심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사회적기업가 육성법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었다.

고용노동부는 그동안 인증제도와 지원제도를 통해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고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 결과 사회적기업 수가 2007년 55개에서 2018년에는 2122개소로 38.6배 증가했다.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도 2539명에서 4만5522명으로 고용 규모 역시 18배 이상 늘었고, 취약계층 고용 비중도 60%에 이른다. 특히 정부의 지원 종료 3년 경과 후에도 사회적기업의 생존율이 2016년 73.7%인데 반해 2018년에는 90.5%까지 향상된 것은 정부의 지원 없이도 기업들의 자생적인 성장이 가능해졌음을 보여준다.   

정부의 지원 없이도 기업들의 자생적인 성장률이 높아지고 있다. 디자인=유연수

사회적기업 자생력 강화· 등록제 개편 계기로 사회적 가치↑

이러한 성과 속에서 올해 고용노동부가 제시하는 사회적기업 정책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이다.

하나는 포용·혁신성장을 위한 사회적기업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사회적기업 진입을 촉진하고 창업부터 재도전까지 촘촘한 지원으로 성장 및 자생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등록제 개편 입법을 계기로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원체계도 그에 맞게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방향 속에서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사회적기업 인증제의 등록제로의 개편을 위한 ‘사회적기업육성법’ 개정이다. 고용노동부는 하반기 내로 국회에 정부입법 개정안을 제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더 다양한 기업들이 사회적기업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진입 기업들이 사회·경제적 성과를 토대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개정안에는 사회적기업의 정의·목적(법2조·8조)에 도시재생, 친환경, 국제공헌 등도 포괄할 수 있도록 ‘창의·혁신적인 방식을 통한 사회 문제의 해결' 문구를 추가했다. 

앞서 고용노동부에서는 지난해 현행 인증 및 예비지정 요건을 완화하고 재정 지원율도 일부 조정했다. 그 결과 올해 2월 1차 심사결과 전년 동기 대비 사회적기업 인증 수가 35건에서 51건으로 증가했고, 새로 만들어진 유형인 창의·혁신형으로 신청한 기업도 4건에서 11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4월에 있을 2차 심사에도 105개 기업이 신청 한 상태다. 이러한 현상은 등록제 전환 후에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등록제 입법예고를 앞두고 고용노동부는 위장 사회적기업 등장 등 현장의 쏟아지는 우려들을 고려해 개정 내용을 뒷받침할 후속대책 마련에 나선다. 그 시작으로 학계, 현장, 정책담당자들로 구성된 전문가TF팀을 구성하고 단계별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TF팀은 △평가지표 △재정지원 △판로·금융 △성장·육성 총 네 분야에 걸쳐 운영된다. TF 논의 결과는 향후 사회적가치평가위(가)에 상정해 확정한다.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사회적기업 인증제의 등록제로의 개편을 위한 ‘사회적기업육성법’ 개정이다./사진=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록제 개편과 맞물려 창업부터 기존 기업들에 이르기까지 성장단계별 지원도 강화한다. 

우선 창업 초기 기업에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이 그 발판이 된다. 사회적경제기업의 창업지원 규모를 기존 675개팀에서 800팀으로 늘리고, 기간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한다. 분야별 특화과정도 지난해 도시재생, IT, 글로벌, 디자인을 신설한데 이어, 올해는 융합기술, 공정여행을 추가 신설했다. 창업 초기 기업들의 성장을 위해 사회적기업가 성장지원센터를 3개소 추가 조성하고 컨설팅, 투자 연계도 강화한다. 특히 등록제 시행으로 초기 창업단계 사회적기업 증가를 고려해 중소벤처기업부 등 타 부처 제도 연계로 맞춤형 지원을 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인증 사회적기업들은 한 단계 도약이 가능하도록 판로·금융 컨설팅 등 간접지원을 강화한다. 지난해까지 조성한 290억원의 모태펀드를 추가 조성하고, 신용평가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해 자금조달 기회를 확대하고, 지난해 문을 연 온라인 쇼핑몰 고도화에 나설 예정이다. 

 

사회적경제 인재 양성하고 지역·민간네트워크 강화 주력 

이 외에도 사회적경제 인재 양성을 위해 민·관 합동으로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정책협의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3월부터 사회적경제를 활용한 플랫폼 종사자 지원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도 시작했다.   

또한 ‘민간 주도, 지역 중심, 중앙 뒷받침’이라는 정부 정책 방향에 발맞춰 지역과 민간 네트워크의 역할을 강화하는데도 주력한다. 당사자조직, 네트워크 등 민간의 역할 확대를 위해 컨소시엄, 프랜차이즈형 사회적기업 등에 대한 지원을 신설·확대하고, 상시적인 현장의 의견수렴을 위해 정책소통 창구를 운영한다. 등록제 운영 과정과 사회적 가치 평가체계 구축 과정에서도 중간지원기관과 당사자조직의 역할을 체계화할 계획이다. 특히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등 지역 당사자조직들이 부실·위장 사회적기업 등록 및 활동에 대해 대비해 자율평가체계를 마련하고 자정활동을 벌이는 사업을 발굴하고 지원한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정책 실현을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사회적기업과가 소속된 '고령사회인력청책관'(고령사회인력정책과, 장애인고용과, 사회적기업과)을 '통합고용정책국'으로 확대·개편하여 여성, 장애인, 중장년 등 일자리 취약계층을 위해 사회적기업 등 새로운 접근 방식과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수립·조정해 나간다는 고민이다. 지난 9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고용노동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고 16일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최현석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과장은 “고용노동부가 그동안 취약계층 일자리를 창출하고 질 좋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이를 넘어 사회적 가치가 더 발휘되는 다양한 사업 모델이 나올 수 있도록 영역을 넓혀가야 하는 시기”라며 “전 정부부처가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에 나서는 만큼 사회적기업들이 다양한 정책 자원들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인터뷰] 최현석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과장 

"사회적기업 진입은 쉽게, 사회적 가치는 더 높게"

-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전 부처가 나서고 있다. 지난 10년 간 사회적기업 지원 정책을 펼쳐온 고용노동부의 고민은.

▶ 해외에서는 민간영역에서 자생적으로 사회적경제가 성장했다. 반면 한국은 민간영역의 환경이 척박하다 보니 정부가 초기에 지원하며 성장해왔다. 출발 자체가 다르다. 현 정부 들어 다양한 자원이 집중되고, 기존 전달 체계에 사회적경제의 참여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지난 10년 간 앞서 사회적기업 지원에 나섰던 부처로서 그 역할이 막중하다. 지난해 11월 그런 고민 속에서 ‘제3차 사회적기업 육성 기본계획’과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7월)’을 발표했다. 정책의 핵심은 개별 기업의 창업·육성 지원을 넘어 전체 생태계가 사회적 가치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즉, 기업들이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지역의 일자리,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창업에서부터 성장 기업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별로 더 보완된 수준의 제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 

- 고용노동부 정책 중 올해의 가장 큰 이슈는. 

▶ 아무래도 등록제 개편이다. 개편 관련 여러 우려들이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사회적기업의 사회적 가치가 더 높이 사회적으로 평가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기존에 착한기업이라는 이분법적인 한계를 넘어 10년 이상 된 사회적기업들도 가치를 재평가 받으면서 한 단계 점프할 수 있는 지원들을 고민 중이다.   

- 등록제 개편을 계기로 더 다양한 기업들이 사회적기업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촉진하겠다는 계획인데. 

▶ 작년에 인증 요건을 완화했다. 올해 인증 심사 결과 전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신청자가 늘었다. 4월에는 105개가 신청했다. 금년 내내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임팩트 투자사들 내에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투자 가치가 높아졌다고 평가를 하고 있다. 육성사업 신청 기업들도 기존 청년층을 넘어 경력단절여성, 신중년 등 다양한 계층이 유입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을 보면 긍정적인 신호라 생각한다. 

- 등록제 개편의 필요성도 공감하지만 우려도 크다. 어떤 대책을 고민하고 있나. 

▶ 지난 1월에 참여한 공청회와 3개 지역에서 진행한 토론회를 통해 부족하나마 현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기존 인증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제기되는데, 기간을 설정하고 인증 기업들에 대한 재평가 속에서 등록제 기업들과는 다른 고려들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장 평가도 중요하기에 중간지원기관들의 역할과 그에 따른 투자도 고려사항이다. 지자체-중간지원기관 등이 지역단위에서 평가요청이 들어왔을 때 제대로 된 절차가 있는지도 과제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여러 후속 대책들을 준비 중이다. 평가 받는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업이 제출해야 하는 자료도 최대한 자동화·간소화하고자 한다. 자율 평가 체계도 고민 중이다. 최근 한국사회적중앙협의회 등 지역 당사자들이 민간 차원의 자정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지율 평가 체계를 고민하고 있는데, 상당히 긍정적이다. 지금은 평가 초기라 당장은 어려워도 이후 안정화가 되면 자치단체-지원기관-당사자조직이 같이 심사·평가하는 형태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움직임이 잘 되면 다른 사회적경제 조직들에게도 좋은 사례가 될 거라 기대한다. 

- 사회적 가치 평가 지표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 사회적경제조직 특성에 따라 배점이 바뀌도록 기존 14개 지표를 다듬는 과정을 거칠 계획이다. 한 번에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평가지표 TF 운영을 통해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를 듣겠다. 

- 등록제 개편을 앞두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4개 TF팀을 운영한다, 주로 어떤 논의들이 이루어지나. 

▶ 앞서 얘기한 평가지표TF에서는 기존의 사회적가치 평가 지표를 더 정교화하는 작업이, 재정지원에서는 사회적 가치 중심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재정지원 계획들이 주 논의 주제들이다. 판로·금융에서는 다른 부처의 지원정책 연계 및 공공구매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자 한다. 성장·육성은 창업지원기업에 대해 지원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 국내 사회적기업의 발전을 위한 과제는.  

▶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생기고 10년이 지나면서 사회적기업도 어느정도 기반을 갖추고 성장했다. 이제는 지원제도 한 두 개 더 만드는 게 중요하기 보다는 좋은 사회적기업 모델이 전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사회적기업도 사회서비스 분야를 넘어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자기 역할을 넓혀가야 하는 시점이다. 고용노동부에서도 사회적 가치가 더 발휘되는 사업 모델 개발을 고민 중이다. 또한 국내를 넘어 국제적으로도 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은 선진국 모델을 탐구해왔다면, 이제는 아시아에 우리 모델을 전파하고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도 사회적기업이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겠다. 특히 다른 부처들의 자원이 몰리는 시기인 만큼 사회적기업들이 이를 잘 활용하도록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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