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 사피엔스: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책 표지 이미지./사진=쌤앤파커스

어쩌다 깜빡 휴대폰을 집에 두고 나왔거나 외출 중 배터리가 10% 미만으로 떨어져 빨간불이 들어왔을 때 안절부절 못한다면? 당신은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ce)’일 가능성이 높다. 2015년 3월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생각하는 사람인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어 “휴대전화 없이 한시도 살 수 없는 인류,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전망했다.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있는지 주목한 신간 ‘포노 사피엔스’가 나왔다. 저자인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문명을 읽는 공학자’로서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드론, 가상현실, 3D프린터 등 디지털기술이 만들어내는 모든 사회적 변화를 ‘사람’을 중심으로 풀어냈다.

제1장에서는 ‘포노 사피엔스’라는 새로운 인류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기원을 추적한다. 2007년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처음 내놓은 ‘스마트폰’은 인류의 소비 행동을 바꾸고 문명의 변화까지 이끌어낸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이제 역사는 BC/AD가 아니라 BJ/AJ(Before Jobs/Anno Jobs)로 나눠야 할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다.

미국의 대형 백화점은 문을 닫고, 100년 전통의 신문사 ‘타임’도 파산 후 인수됐으며, 한국씨티은행은 무려 90개 지점을 폐쇄했다. 이제 사람들은 물건을 사러 마트나 백화점에 가지 않고, 종이신문을 보지 않으며, 금융거래를 위해 은행에 가지 않는다. 수십 년간 유지된 일상의 모습에 균열이 생긴 건 인류가 스마트폰을 손에 쥐면서다.

두 번째 장에서는 포노 사피엔스가 만들어내는 미디어?유통?서비스?제조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 변화에 대해 분석했다. 예를 들어 음반 산업을 들여다보면, 카세트와 CD로 음악을 듣던 시대가 저물며 ‘소니’가 사라지고, 스마트폰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소비로 중심축이 이동한다. 여기에 TV?라디오가 아닌 SNS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영향력이 커지고, 팬덤 또한 세계적 규모로 커진다. 

저자는 “SNS에서 인기와 유튜브, 아이튠즈 등 디지털 플랫폼의 역할이 기존 오프라인 유통을 위협하는 거대한 세력이 됐다”며 이를 입증한 아이돌 그룹으로 ’BTS’를 꼽는다. BTS는 2018년 빌보드200 차트 1위를 2번이나 차지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는데, 온라인에서 탄탄하게 활동해온 팬덤 ‘아미(ARMY)’의 활약이 주요했다. BTS 트위터는 올해 4월 기준 팔로워 1900만명에 육박하며, 유튜브 ‘방탄TV’ 구독자도 1650만명을 넘어선 등 엄청난 힘을 발휘 중이다.

세 번째 장에서는 포노 사피엔스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비즈니스 전략을 정리했다. 저자는 기존의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아닌 “소비자가 선택하면 생산하고 아니면 생산하지 않는 방식”을 소개하며 여기에 로봇, 3D프린터, 사물인터넷 등 첨단기술이 투입된 사례를 든다.

마지막 장에서는 달라진 인류의 관점에서 필요한 새로운 인재상을 제시했다. 구글?아마존?알리바바 등 세계 플랫폼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인재를 영입하는데 사활을 걸었다. 저자는 “세계 시장은 무한하고 다양성은 상상하기조차 어렵지만, 고객에 대한 ‘공감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성공 요인이 됐다”고 강조한다.

스마트폰이 인류의 ‘뇌’이자 ‘손’이 된 혁명의 시대, 문명 전체가 흔들렸지만 변하지 않은 단 한 가지가 있다.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대상이 바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오직 사람의 힘으로 오늘날에 이른 대한민국은 사람에 대해 가장 민감한 사회”라며 “스마트폰 때문에 때로는 시간을 낭비하고 중독도 되고 감정과 에너지를 허비할 수 있지만, 부작용을 넘어 새로운 문명을 활용해 혁신의 기회로 삼자”라고 제안한다.

포노 사피엔스=최재붕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336쪽/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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