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자 아이쿱생협연합회장 “다양한 주체 간 연대로 새 물길 만든다”
박인자 아이쿱생협연합회장 “다양한 주체 간 연대로 새 물길 만든다”
  • 이로운넷=라현윤 기자
  • 승인 2019.04.08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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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iCOOP의 집에서 SAPENet의 마을로!...새로운 생협운동, 새로운 20년 시작"
"협동조합 지속성, 기업 경영전략과 시장기술변화 수용하며 혁신해야 가능"

“먹거리를 넘어 소비자들의 다양한 라이프케어를 고려해 조합원 전체 생활을 책임지는 모든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할 때다.”

지난해 설립 20주년을 거쳐 올해 지속가능한 사회와 사람중심경제를 위한 네트워크인 ‘세이프넷(SAPENet) 생태계로의 확장’을 미래 비전으로 제시한 아이쿱생협연합회(이하 아이쿱) 박인자 회장의 말이다. 

아이쿱은 1997년 설립 이래 국내 5대 생협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생협이다. 20주년을 맞은 지난해는 구례에 이어 괴산자연드림파크에 문을 열고, 새로운 생협운동으로 ‘세이프넷’을 주창했다. 그리고 조합원들의 치유와 힐링을 돕는 라이프케어 실현을 향후 20년 아이쿱의 주요 역할로 제시했다.  

반면 새로운 20년을 향해 첫 발을 내딛은 2019년, 아이쿱 앞에 놓인 난제들도 있다. 오랜 기간 아이쿱을 따라 다니는 수식어들(공격적 마케팅, 사업지상주의 등)이 존재하고, 지난해 구례자연드림파크에서 불거진 노조 문제는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여러 난항들 속에서도 새로운 생협운동을 얘기하며 내부 조직을 개편하고 사업 확장에 나서며 2019년의 문을 연 아이쿱생협의 계획과 고민을 지난 3월 25일 박인자 회장으로부터 직접 들어봤다. 

박인자 아이쿱생협연합회 회장은 세이프넷(SAPENet) 생태계로의 확장이 아이쿱생협의 중요한 비전이라 설명했다./사진=최범준 인턴기자

- 지난해 20주년을 맞았다. 아이쿱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 가장 큰 변화는 ‘협동조합으로의 성장’이다. 생협의 3주체는 생산자-소비자-직원이다. 하지만 이 3주체가 동등해지고 협력하기란 쉽지 않다. 아이쿱은 각 주체들이 협동조합의 주인이 돼 동등한 협동으로 신뢰 관계를 만드는 것이 가장 협동조합다운 것이라 생각한다. 소비자협동조합으로 출발했지만 20년 동안의 화두는 그래서 ‘협동조합의 주인이 누구인가, 주인은 무엇을 할 것인가?’였다. 소비자는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으로, 생산자는 ‘파머스쿱사회적협동조합’으로 각각 독립하고, 직원들도 오너파트너십, 책임경영의 관계로 일하는 협동조합으로 분화되는 식이다. 규모면에서 성장도 있었지만 이처럼 ‘새로운 생협운동’, ‘협동조합으로서의 사업과 운동’에 대한 도전과 혁신을 멈추지 않는 협동조합 주체들의 성장이 그간의 가장 큰 변화다. 우리는 이것을 다양한 사회적기업들이 협력하는 생태계 ‘세이프넷(SAPENet, Sustainable Society and People-centered Economy Network)’이라 이름지었다. 이름 그대로, 지속가능한 사회와 사람중심경제를 위한 네트워크, 바로 ‘iCOOP의 집에서 SAPENet의 마을로!’로의 변화다.  

아이쿱생협 현황./디자인=윤미소

- ‘세이프넷(SAPENet) 생태계로의 확장’. 앞으로의 20년을 이끄는 비전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의미를 설명해 달라.  

▶ 이제는 생협이 아니어도 쉽게 친환경 제품을 주문할 수 있는 시대다. 소비자의 선택권은 물론 생산자가 공급할 수 있는 시장이 넓어졌다는 측면에서는 분명 좋은 변화다. 이 같은 시장 변화 속에서 '생협이 가져야 할 차별성은 무엇일까'라는 문제에 직면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진짜 유기농을 제공하고, 먹거리를 넘어 소비자들의 다양한 라이프케어를 고려해 제품의 다양성, 합리적인 가격 등으로 안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조합원 전체 생활을 책임지는 모든 영역으로 사업이 확장되어야 하는 시기다. 앞으로의 세이프넷 정체성 또한 ‘치유와 힐링을 돕는 일’이다. 

세이프넷 구조 및 구성

- 어떤 사업들을 계획하고 있나. 

▶ 이러한 환경을 고려해 아이쿱은 세이프넷으로 조직혁신을 준비해왔다. 생산자 파트너인 ‘파머스쿱’은 친환경농업의 한계를 넘어 종자, 퇴비, 수확량의 문제를 해결하며 치유와 힐링의 생산물을 공급하는 역할까지 확장했다. 구례·괴산자연드림파크에서는 Non-GMO 압착유채유를 생산하고, 우리밀 글루텐을 개발하며 다양한 우리밀라면과 빵을 만들 수 있게 됐다. 

특히 올해 괴산자연드림파크에서는 지금까지의 도전을 바탕으로 ‘자연드림 치유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생협을 찾는 소비자들은 안전한 먹거리를 넘어 궁극적으로는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싶어 한다. 2년 동안 진행한 ‘체내 독소 줄이기 캠페인-바디버든 캠페인’을 통해 자연드림 먹거리와 생활용품으로 우리의 생활을 건강하게 관리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또한 자연드림치유센터에서는 명상, 요가, 안마 등 체내 독소를 줄이는 노력도 동시에 진행한다. 명상치유센터 ‘깊은산속옹달샘’과 더필잎병원, 맑은손협동조합과 업무협약(MOU)을 체결, 협력연대하고 있다. ‘자연드림 병원’을 만들고 생활습관형 질병을 치유하고 돕는 라이프케어 실현이 세이프넷의 20년 사업이 될 것이다. 

지난 2월 28일 괴산자연드림파크 1단지에서 자연드림치유센터와 자연드림 스포츠힐링센터 기공식이 열렸다./사진제공=아이쿱생협
지난 2월 28일 괴산자연드림파크 1단지에서 자연드림치유센터와 자연드림 스포츠힐링센터 기공식이 열렸다./사진제공=아이쿱생협

조직도 변화할 수밖에 없을텐데. 

▶ 아이쿱 100개 지역조합은 지난 20년 동안 ‘사업연합회’와 ‘활동연합회’ 양 날개로 운영돼 왔다. 최근에는 활동연합회가 ‘소비자의 정원’이라는 단체로 별도 독립했다. 활동연합회 중심 의제가 소비자 알권리운동을 사회로 확산하는 것이었는데, 지난 3년간 GMO완전표시제운동을 하며 생협 내부만이 아니라 외연을 확장하고, 정책 파트너십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역조합을 운영하는 조합원들은 협동조합사업과 협동조합운동에 집중하며 리더십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임기를 마치는 조합원 리더들이 아이쿱에서 키운 리더십으로 우리 사회의 소비자운동 의제를 풀어가고자 한다.

- 사회적경제 분야가 주목받고 확대되면서, 연대·협력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 실질적인 연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적경제기본법 등 법 제정 및 제도 마련 등과 같이 정책 분야의 변화를 위해 집중 지원하는 일이 한축이면, 또 다른 한축은 세이프넷으로 확장하고 있는 네트워크 조직에서 사회적경제 기업들과 실질적인 협력을 시도하는 것이다. 현재 아이쿱에서는 시장을 열어두고 물품뿐 아니라 서비스 등을 입점시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함께 성장해가고 있다. 지역조합 워크샵을 공정여행사인 ‘공감만세’와 협력하고, 자연드림파크 내 청소를 인스케어와 협력해 전문성을 갖는 등의 노력이 그 시도들이다. 

*상품 입점 및 서비스제휴 등 판로 지원사업

세이프넷은 사회적경제 기업의 우수 상품 및 서비스를 적극 발굴, 조합원과 연결하고 있다. 2018년에는 17개 사회적경제기업이 아이쿱생협과 거래하여 총 50억 원이 넘는 판매가 이뤄졌다. 또한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등과는 제휴를 통해 조합원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조사연구 및 인재양성 지원사업

예산과 인력의 부족으로 새로운 사업개발에 필요한 조사연구사업을 수행하지 못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작은 연구 지원사업’를 진행해왔다. 2017년 8개 연구팀에 이어 2018년에도 총 8개 사회적경제기업/모임에 각각 250만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였고 8건의 연구결과가 도출됐다. 협동조합과 사회적분야 인재양성을 위해 성공회대학교, 한신대학교, 한양대학교 대학원에 총 2억 7000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 아이쿱에 대해 외부에서는 ‘공격적이다’, ‘너무 빠르다’, ‘사업 지상주의’ 등의 비판도 있다.  

그런 얘기를 듣는다. 하지만 여기에는 오해가 있다. 아이쿱은 출발 자체가 다른 생협과 달랐다. 아이쿱을 시작할 당시 기존 생협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방으로 확장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방에 사는 이들은 직접 생협을 고민해야 했다. 아이쿱의 ‘사업의 집중과 조직의 분화’라는 핵심 정책은 2000년대 초부터 전국에서 작은 지역조합들이 큰 어려움 없이 만들어질 수 있게 도왔다. 누가 만들어주는 개념이 아니라 지역의 주체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만들고, 그 조합이 생협을 운영하는 형태다. 태생 자체가 기존 생협과 다른 출발이었기에 모든 과정이 도전이자 혁신의 과정이었다. 그 출발을 20년 간 이어왔다. 

생협을 필요로 하는 조합원이 전국에 있으니 전국 확장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 정도 확장이면 오히려 늦은 것임에도 공격적이다, 빠르다, 사업지상주의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지만 혁신적이지 않고는 국내에서 협동조합으로 뿌리내리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협동조합 기업체로서 사업과 경영전략이 시장과 기술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여 끊임없이 혁신되지 않으면 협동조합의 지속성은 담보되기 어렵다. 

- 지난해 노조 문제도 불거졌다. 

▶ 앞서 얘기한 아이쿱의 지난 역사 속에서 노조 문제도 바라봐야 한다. 엄연히 얘기하면 구례자연드림파크 노조 문제다. 정서적 문제와 법적인 문제가 공존하면서 아이쿱의 문제로 인식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풀리지 않는 것도 있다. 아이쿱에서 출발했지만 세이프넷은 다양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만들어 왔다. 구례자연드림파크도 친환경 생산기지를 위한 조합원들의 열망으로 만들어졌지만 주체적인 생산자 협동조합이 독립하면서 생산 기지의 주인이 바뀌는 과정이 있었다. 그것을 되돌려 아이쿱 조합원들이 다시 구례자연드림파크의 주인으로서 문제해결을 해야 한다는 주장 자체가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지점이다. 사회적기업과의 연대나 네트워크를 ‘외주화 사업’으로 비방하는 것 또한 시대차오적인 일반 기업의 확장 프레임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구례자연드림파크는 부당노동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여러 차례 받았다. 법적 공방은 판결로서 할 수밖에 없지만, 구례자연드림파크 운영은 생산자와 직원들 스스로가 더 나은 노동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해 20주년을 맞은 아이쿱은 괴산자연드림파크를 개장했다. 새로운 생협운동을 선포했지만 여전히 풀어야할 과제들도 많다./사진제공=아이쿱생협

- 협동조합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조직의 수장이다. 지금 시기 필요한 협동조합 운동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 협동조합은 밥상과도 같다. 운동은 그 위에 얹어진 그릇과 수저다. 100개 조합이 정해진 걸 하는 게 아니라 튼튼한 밥상을 같이 만들되, 어떤 밥을 만들지는 지역조합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006년 자연드림 매장 운영을 시작하며 10년간 조합원들이 직접 매장 운영에 참여했던 것도 이런 고민에서다. 조합원들이 직접 매장을 운영하며 자기 눈으로 보고 경험하며 경영에 참여함으로써 조합의 진정한 주체로 설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3년 전부터는 경영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 경영인에게 위임하고 있지만, 과거에 이 같은 경험들은 지금의 아이쿱이 존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협동조합 정신이 뭘까?’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누구나 조합원이 된다는 기본 전제가 있고, 모든 조합원은 자기 필요 해결을 위해 공동의 사업을 하는 것이 협동조합이라면, 협동조합이 할 일은 명확하다. 조합원의 필요를 해결 할 수 있어야 지속가능하다. 또한 그 사업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공익적 가치를 담아가는 것이 의미 있는 협동조합의 성장이라고 본다.  

아이쿱은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혁신에 나서고자 한다. 협동조합에 정해진 룰은 없다. 하지만 그동안은 룰에 따라 규정되어 왔다.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게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은 정도가 없고 정해진 길도 없다. 아이쿱도 여러 길 중 하나일 뿐이다. 이러한 각자의 생각들을 이제는 본격적으로 펼쳐놓고 치열하게 토론해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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