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글로벌 시티의 과제, 창조경제·사회적경제가 내놓은 해결책'은 사회적경제가 도시 지도자들이 찾는 해답을 내주는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한다. /사진=영국문화원

# 세계 인구 50% 이상이 도시 거주자이며, 도시는 전 세계 GDP의 80% 이상을 창출한다. 도시는 항상 국가적으로, 세계적으로 경제·사회·문화적 발전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업가 정신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몰리고 변화가 많은 탓에 다양한 문젯거리가 발생한다. 이집트 카이로와 방글라데시 다카의 교통 체증부터 중국 해안의 홍수, 남아프리카의 물 부족까지. 전체 온실가스의 80%를 내뿜는 곳도 도시다.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과 ‘영국 사회적기업협의체(Social Enterprise UK)’가 함께 내놓은 보고서 ‘글로벌 시티의 과제, 창조경제·사회적경제가 내놓은 해결책(Global City Challenges – The creative and social economy solution)’는 현대 사회에서 도시가 직면하는 문제 8가지를 나열하고, 여기에 사회적경제의 방식으로 대응하는 방법과 우수 사례를 제시한다. 2회에 걸쳐 내용을 요약, 발췌한다.
 

A. 고용 문제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6천백만 가지 직업이 사라졌으며, 2015년 국제노동기구(ILO)는 2019년까지 2억 1천2백만 인구가 일자리에서 내쳐질 거라 예고했다. 도시에는 생산 인구가 많으므로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이 도전 과제다. 사회적경제의 역할이 중요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보고서는 “일자리는 큰 기업이나 정부 기관뿐 아니라 사회 혁신 분야의 스타트업 기업이나 사회적기업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언급한다. 실제로 사회적경제는 전 세계적으로 일자리를 발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영국에서만 10만 개의 사회적기업이 600억 파운드의 경제 규모를 차지하고 2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사회적경제 분야 일자리는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수백만 파운드의 가치를 지닌 몬드라곤 협동조합, 케냐의 농업 협동조합 등이 그 예다

[British Council's Pick!] 브라질 헤시피, ‘포르투디지털’

포르투디지털은 작년 7월 '혁신·비즈니스·예술 분야의 여성(MINAs)'이라는 성평등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IT 분야에서 여성의 존재감을 높이는 일이다.

브라질 페르남부쿠주의 항구도시 헤시피(Recife). 브라질 북동부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이자 정부 지원과 풍부한 지역 노동력을 바탕으로 정보기술, 의료 산업 등이 발달한 곳이다. 이 도시에는 IT 산업이 집적한 협력지구 ‘포르투디지털(Porto Digital)’이 있다. 페르남부쿠 주정부와 미주개발은행, 민간이 협력해 2000년 7월 조성한 디지털 클러스터로, 기업 인큐베이터 3개, 연구기관 2개, 그리고 상위교육기관 2개 등이 들어와 있다.

이 지역에 입주한 기업은 초기 3개에서 지난 18년간 230개로 늘어, 7100명을 고용하고 매년 4억 2천9백만 달러의 수익을 낸다. 이 기업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지역 정부는 공공 직업소개소를 만들어 기술자들을 고용하는데 필요한 과정·비용을 줄인다.

헤시피 인구는 370만 명으로 리우데자네이루나 상파울루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빈민가 주민 비율은 더 높다. 포르투디지털에서는 ‘포트루디지털 관리 유닛(NGPD)’이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각종 도시 문제에 대응하며, 시의회는 재능있는 지역 청년들과 빈곤층 여성들을 이어주는 데 이 클러스터를 활용한다. 

 

B. 교육 문제

시민에게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도시가 직면하는 문제들에 대응하는 근본 방법이다. 포괄적인 교육은 삶의 질 상승뿐 아니라, 세상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도구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UN 조사결과에 의하면 2억 6천5백만 아동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며 그중 22%는 초등학생이다. 학교에 다니는 일부 아이들마저도 수학과 독해 능력이 부족하다.

세계 최대 마이크로크레딧 기관 중 하나인 ‘오퍼튜니티 인터내셔널(Opportunity International)’은 교육 분야 기업가들이 저소득층 지역 주민들을 위한 사립학교를 세울 수 있도록 돈을 빌려준다. 영국 ‘사회적기업 아카데미’(Social Enterprise Academy)는 스코틀랜드 지역을 포함한 세계 곳곳에 사회적기업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해 선생님을 훈련 시키고 학생들을 도와 이들이 직접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기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British Council's Pick!] 이란 테헤란, ‘라헤 로시드’

국제협동조합연맹에 의하면 라헤 로시드 협동조합은 테헤란에서 최고의 교육 협동조합으로 2번 수상한 바 있다. /사진=라헤 로시드 홈페이지

라헤 로시드(Rah-e-Roshd)는 이란 수도 테헤란에 만들어진 최초, 최대 규모의 교육 협동조합이다. 1985년 이라크-이란 전쟁 중, 질 높은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7명의 엄마들이 그동안 모은 돈으로 설립한 유치원에서 시작했다. 유치원은 빠르게 성장해 학생 100명이 모였고, 교사들은 학교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법적으로 협동조합 형태를 택했다. 공식 협동조합이 된 해는 1996년이다.

라헤 로시드는 3~18세 아이들에게 무료 교육을 제공한다. 지난 30년 동안은 협동조합 내 6개 학교에서 학생 2400명을 가르쳤다. 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자조, 민주주의, 평등, 공정, 연대 등이다. ‘세계 시민의 발전’이라는 목표 아래 라헤 로시드는 전통 학문뿐 아니라 경제, 컴퓨터, 외국어, 환경학도 가르친다.

현재 이 협동조합에는 163명의 주주가 있다. 이 중 70% 이상이 교사고 나머지는 은퇴자, 부모, 학생 등이다. 운영 중 수익이 생기면 다시 학교에 투자해 교육 활동의 수준을 높이고 범위를 넓히는 데 사용한다.

 

C. 청년 생활 문제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인구의 42%가 25살 이하다. 이들 중 다수는 도시에 살며 해결이 시급한 문제에 직면한다. 예를 들어 2013년 세계 청년 실업률은 12.6%에 달했는데, 이로써 젊은이들이 기본적인 생계를 이어나가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더불어 도시 곳곳에서 각종 시위가 일어나는 걸 보면, 젊은이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사회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느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사회적기업들이 청년 실업과 사회 참여 문제에 대응하며 실제 변화를 이뤄내는 중이라고 설명한다. 사회적기업은 주로 변화를 원하는 젊은 사회적기업가들에 의해 운영된다. 젊은이들이 사회 문제라고 판단하는 요소들을 직접 해결해나가는 사업 모델이다. 예를 들어 영국 런던에서는 예술 기반 활동을 통해 집단 폭력이나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프로젝트가 이뤄진다.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프리타운에서는 협동조합이 만든 칼로리바로 빈곤층 아이들의 학비를 지원한다.

[British Council's Pick!] 미국 보스턴, ‘인류를 위한 미술가’

AFH는 젊은이들이 전문 예술가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사진=위키미디아 커먼스

‘인류를 위한 예술가(AFH, Artists for Humanity)’는 전문 예술가·디자이너들과 14~18세 젊은이들을 연결해 의뢰받은 예술 상품을 만들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상업 미술과 순수 미술 사이에 경계를 두지 않음으로써 젊은이들이 내적 창의성을 적극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1990년 독립 예술가 수잔 로저슨이 보스턴 마틴 루터 킹 중학교 학생들과 했던 벽화 작업을 계기로 시작한 단체다. 학생 6명이 벽화 작업 이후에도 로저슨의 작업실에 매일 가서 페인팅할 거리를 찾아 시간을 보냈는데, 이들의 관심사는 디자인과 티셔츠 생산까지 확대됐다. 2년 후 로저슨과 학생들은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며 작품 의뢰를 받아 돈을 벌고, 그래픽 디자인, 실크스크린 페인팅, 조각 등 다양한 미술 작업을 진행했다.

AFH는 매년 프로그램에 80명 정도의 어린 예술가를 고용한다. 이들은 시급을 받고 커미션의 50% 정도를 가져갈 수 있다. 티셔츠, 벽화, 그래픽 디자인, 순수 미술 작품 등이 주 수입원이다. AFH 1996년 이후 17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D. 주민 건강 문제

보고서에 의하면 UN 사회적경제 대책 위원회는 “보편적 의료 보장을 위한 국제적인 목표는 사회적경제 조직이 의료 서비스 제공과 의료 보험 분야에서 중요한 협력자로 자리 잡게 했다”며 “다양한 종류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지역 수준에서 노후, 장애, HIV/AIDS, 정신 건강문제 등에 대응하는 접근 가능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계적으로, 현재 사회적기업들이 건강 관리 분야 혁신의 선두에 서 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말랑에는 쓰레기를 재정 자원으로 활용해 저소득 지역 주민들의 의료 서비스를 책임지는 ‘GCI(Garbage Clinical Insurance)’ 프로그램이 있다. 의사이자 혁신기업가인 가말 알빈사이드(Gamal Albinsaid)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이 GCI에 쓰레기를 가져다주면, 유기폐기물은 비료로 만들고 종이, 캔, 플라스틱 같은 폐기물은 수집가들에게 판다. 이렇게 생긴 수익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길거리 쓰레기를 줄이면서 건강도 지킬 수 있는 일석이조 프로그램이다.

[British Council's Pick!]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테비타 앰뷸런스’

테비타 앰뷸런스는 다른 기관과의 협약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정가 51달러 수준의 서비스를 15~20달러에 제공할 수 있다. /사진=영국문화원

에티오피아는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률이 높고 임산부 27명 중 1명이 출산 중 사망할 정도로 산모사망률이 높다. 그러나 응급 의료 수송 서비스는 열악한 실정이다. 아디스아바바 적십자가 10대의 구급차를 갖고 있지만, 예산 한계 때문에 하루에 4대만 운행할 수 있다.

‘테비타 앰뷸런스 병원전응급의료 서비스(Tebita Ambulance Pre-Hospital Emergency Medical Service)‘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에티오피아에서 최초로 사설 구급차를 개발한 사회적기업이다. 테비타는 에티오피아의 첫 번째 구급·준의료 훈련 센터도 만들어 현재까지 4만 명 이상의 환자를 수송하고 2만 5천 명에게 응급의료 훈련을 시켰다. 테비타는 저소득층이 정가의 1/3 수준으로 구급 수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다국적 기업, 국제 NGO 등과 협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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