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및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사회적 약자들의 생활에 지장이 되는 물리적 장애물이나 심리적인 장벽을 없애기 위해 실시하는 운동 및 시책)를 꼽을 수 있다. 문턱 없애기, 영상 해설과 설명 자막을 추가한 영화 상영 등 일상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지난달 28일 LG소셜캠퍼스 교육장에서 열린 '소셜Talk콘서트'에서는 디자인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예비사회적기업 디올연구소와 소소한 소통의 사례가 소개됐다.

소셜Tak콘서트에서 디올연구소 이종근 대표(왼쪽)와 소소한 소통 백정연 대표(가운데)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 : LG소셜캠퍼스

서체·웹 UI UX개발로 시력약자 돕는 '디올연구소'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잘 보이나요? 화면 오른쪽 글씨가 더 잘 보이는 분들은 이미 노안이 진행되는 겁니다."

디올연구소 이종근 대표(이하 디올)의 농담과 진담이 섞인 말 속에 디올의 경영 철학이 그대로 담겨 있다. 디올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란 뜻이다.

이 대표는 어린시절 소아마비를 앓았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20대 후반 디자인 사업을 시작하면서 ‘50대가 되면 장애인들에게 재능을 나눠주자’는 생각을 막연히 했다. 어느새 50대가 되었고, 품었던 뜻을 실천에 옮겼다. 2017년 설립된 디올 탄생의 배경이다. 

디올은 고령자와 저시력자를 위한 사회적 디자인을 추구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 중 14.3%다. 이 중 노안인구는 2,400만명(45세 이상, 46.4%)으로,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연간 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최초 상용 유니버설디자인폰트(보편적 디자인, 모두를 위한 디자인)인 '디올폰트'를 개발했다. 노안이 시작 된 40대를 대상으로 서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찰하며 폰트 개발에 반영했다. 디올은 현재 디올폰트로 유니버설디자인 폰트 디자인특허 3건을 등록했고, 벤처기업 인증을 통과했다.

이종근 디올 대표가 유니버설디자인폰트 '디올폰트'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 : LG소셜캠퍼스

디올은 폰트 디자인뿐만 아니라 취약계층 대상 디자이너 양성과 플랫폼 구축을 통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자 한다. 작년에는 광운대학교와 장애인·고령자·취약계층 중심 우수 인적자원 육성 MOU를 체결했다.

이 대표는 "디자인은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라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며 "디올폰트 판매와 폰트를 적용한 UX(사용자 경험) 디자인 개발, 취약계층 대상 일자리 창출에도 나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모두를 위한 쉬운 문서, 발달장애인 위한 '소소한 소통'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사용하고, 청각장애인이 보청기를 사용하듯이 발달장애인에게는 쉬운 정보가 필요합니다"

소소한 소통 백정연 대표(이하 소소)는 쉬운 정보가 '지원'이자 '알 권리'라고 강조했다.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의 상당수가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다. 의사소통이 전혀 불가능한 경우는 10% 내외다. 정도에 차이만 있을 뿐 적절한 도움과 지원을 제공하면 대부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에 대한 의사소통 지원이 미비해 집밖 활동과 문화 및 여가활동에서는 불편을 겪고 있다. 같은 연구에서 지적 장애인 33.1%가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집밖활동이 불편하다'고 답했고, 자폐성장애인 46.3%는 '의사소통 문제로 문화 및 여가활동에 불만족이 있다'고 답했다. 장애인의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방법으로는 보완대체 의사소통, 사람에 의한 지원, 이해하기 쉬운 정보 제공 등이 있다. 소소한 소통은 이 중 ‘쉬운 정보 제공’으로 발달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소소는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백 대표가 주축이 되어 2017년 4월 설립했다. 발달장애인에게 쉬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카드뉴스, 장례식장 예절, 취업 준비 실용서 등 일상에 필요한 내용들을 디자인물로 만들어 제작하고, 확산을 위해 교육, 자문 등의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 받아 고용노동부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인증, 중소벤처기업부 여성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이날 자리에서 백 대표는 다양한 해외 사례를 통해 쉬운 정보가 어떻게 발달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소개했다. 영국, 미국, 뉴질랜드 등에서는 쉬운 자료를 만들어 보급하는 ‘정보 제공 가이드라인’을 개발해서 시행 중이다. 대만과 남수단의 투표용지도 사례로 들었다. 투표용지에는 후보자 사진, 손그림이 각각 그려져 있다. 이곳의 발달장애인들은 참정권 보장을 위해 쉬운 선거 공보물과 투표 용지 개선(후보 로고, 후보자 사진 삽입)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남수단 독립 국민투표 당시 사용했던 투표 용지, 투표 용지에 손그림을 넣어 유권자의 이해를 도왔다. / 이미지=Wikimedia Commons

쉬운 정보를 만들기 위해서는 발달장애인의 불편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백 대표는 발달장애인에게 ‘무엇이 불편한지’라고만 물어서는 정확한 요구를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자조모임 활동에 나가는 발달장애인에게 ‘왜 혼자서는 나가지 않는지’, ‘나갔을 때 어떤 정보가 이해되지 않는지’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며 필요한 점들을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소한 소통은 발달장애인이 이해한 관용어구를 엽서, 에코백 등 굿즈로 제작해 크라우드 펀딩(https://tumblbug.com/sogoods)을 진행하고 있다. / 이미지 제공=소소한 소통

소소는 최근 발달장애인들이 관용어를 글자 그대로 이해하는 방식을 반영해 굿즈로 제작했다. 또한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쉬운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백 대표는 "이해하기 쉬운 정보는 발달장애인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쉬운, 모두를 위한 정보"라며 "쉬운 정보를 더욱 확산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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