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협동조합(생협)에 가입된 국내 가구 수가 100만 세대를 넘어선지 오래다. 생협은 유기농업을 바탕으로 친환경 유기농 제품을 유통하는 등 자원의 순환을 주요 철학으로 생활 속에서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생협에 비상이 걸렸다. 플라스틱 쓰레기,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의 심각성이 커지면서 친환경 소비에도 무심코 포함된 쓰레기나 환경문제가 부각되고 있어서다. 생명 가치 존중을 삶속에서 실현하겠다는 생협이 환경문제를 소홀히 다룬 것 아니냐는 자성이다. 대안 마련을 위한 생협의 고민과 논의를 들어본다.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 김진아 이사장. 그는 "내부에서 자원순환 관련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대학생협(대학생활협동조합)은 대학 구성원들이 출자·이용·운영하는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1980년대 후반 대학 교육에 필요한 후생복지를 외부에 의존하다 질적 저하를 체감 한 후, 학내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기 위해 결성했다. 식당, 매점, 서점, 문구점, 커피점 등 다양한 학내 복지 시설을 운영한다. 대학생협 특성상 친환경 제품을 유통하는 작업보다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물품을 학내 구성원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하는데 초점을 둔다. 각 대학생협에서 자체적으로 자원순환 노력을 하는 중이지만, 우선 순위에서는 밀려나기 쉬운 이유다. 

현재 국내 34개 대학에서 생협을 운영 중이며, 이 중 31개 대학이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이사장 김진아, 연합회) 소속이다. 연합회 김진아 이사장은 "내부에서도 환경 보전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으로부터 대학 내에서 어떤 실천을 하는지, 향후 자원순환 정책 방향을 정하기 위해 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전해들었다.

 

▶연합회 차원 환경 관련 조항이 있나.
자원순환 관련해 대학생협만의 구체적인 규정은 없고, 각 대학의 분리수거 정책에 따르는 실정이다. 주로 학내 구성원에게 공산품을 저렴하게 제공하는데 초점을 두고, 회원 조합마다 학교 내 분위기와 구성원들의 요구가 다르기 때문에 연합회가 정책을 내놓더라도 그 정책이 구속력을 지니기는 힘들다. 그러나 관련 내용이 제도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별 대학생협 내에서 자원순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나.
대학 내 생협이 운영하는 여러 카페에서는 개인 컵 할인 사업, 식당에서는 잔반 없애기 이벤트, 인식 개선 캠페인 등을 진행하는 중이다. 학교마다 정책이나 사업 내용이 다양하다.

<대학생협 자원순환 캠페인, 어디어디가 잘하나>

① 개인 컵 할인

대학생협이 운영하는 여러 카페에서 개인 컵 할인을 실시 중이다. /자료=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

국내 많은 카페에서 고객이 개인 컵을 가져오면 음료를 할인해주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대학생협 카페도 마찬가지다. 컵을 갖고 온 고객에게 동아대, 부경대, 해양대 생협 등은 100원, 숭실대는 300원 음료 할인 혜택을 준다. 제주대와 충북대 생협은 일정 횟수 이상 컵을 지참하면 1번 음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② 텀블러 없으면 빌려! ‘0텀블러’

이화여대 0텀블러 쇼케이스. /사진=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

텀블러를 쓰고 싶어도 휴대와 세척이 어렵다. 수업에 늦지 않으려 급히 집을 나서나보다면 챙겼던 텀블러도 잊고 나올 때도 있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가 ‘0텀블러’다. 0텀블러는 SK텔레콤이 국민대, 연세대, 이화여대와 연계해 작년부터 시작한 환경운동이다. 교내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일회용 컵 대신 쇼케이스에 담긴 0텀블러를 빌려 쓰고 교내에 설치된 별도 반납함에 텀블러를 반납하는 방식이다.

0텀블러를 운영하는 주체는 대학생으로 이뤄진 ‘0텀블러 크루’다. 0텀블러 크루는 공강 시간을 활용해 0텀블러 캠페인 기획·운영, 텀블러 수거·세척·건조·공급을 담당한다. 이 학생들에게는 SKT가 데이터 장학금을 지원한다. 최소 주 2시간 이상 봉사를 지속한 0텀블러 크루에게 통신비 감면 혜택과 봉사 시간을 제공한다.

③ 잔반 줄이기 캠페인

인천대 생협은 잔반제로 홍보 외에도 즉석복권, 낱말퀴즈 이벤트등을 함께 진행하므로써 환경사랑 캠페인을 보완했다. /사진=인천대 생협

식당을 운영하는 대학생협은 음식 찌꺼기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도 실시한다. 인천대 생협이 운영하는 학생 식당에서는 작년 9월 ‘잔반 없는 날’ 이벤트가 이뤄졌다. 밥을 남기지 않고 먹은 이용자에게 즉석 복권을 제공하고, 잔반 줄이기를 다짐하는 포스트잇을 작성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 4월에도 비슷한 취지의 환경사랑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경희대 생협이 운영하는 교직원 식당에서는 작년 ‘잔반제로 이벤트’를 열었다. 잔반을 남기지 않는 이용자들에게 쿠폰 스탬프를 찍어주고 일정개수를 모은 사람에게는 소정의 사은품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대학생협이 공동으로 자원순환을 위해 노력한 부분은.
1996년과 1997년에 대학 식당의 음식물 찌꺼기를 수거해 사료화하는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고 알고 있다. 또한 개별 생협들이 협력해 재생 용지로 화장지, 노트 용지 등을 만드는 사업을 실행한 적도 있다.
 

▶현재도 자원순환의 중요성이 논의되고 있나.
대학생협전국학생임원 네트워크 토론 시간에 경희대 생협 박주석 이사가 “생협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대학생협도 환경과 자원순환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협을 통해서 대학 차원의 움직임을 이끌어갈 수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등장했다. 숭실대 생협 총회에서도 환경·자원순환 캠페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이 나왔다.
 

▶대학생협 자원순환에 관한 바람이 있다면.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고리타분하다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는데, 생협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회원조합들도 활발히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진행됐던 사료화나 재생용지 새활용 작업처럼 대학생협들이 협력해 이루는 사업을 연합회 차원에서 제안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학생들이 자원순환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 텐데, 이를 활용해 조합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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