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협동조합법의 최신 흐름과 시사점: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협동조합법’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진행됐다.

문재인 정부는 사람 중심 경제를 제시하며 혁신적 포용국가, 공정경제를 기반으로 소득 주도 성장, 혁신성장을 통해 함께 잘사는 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문 정부가 지향하는 사람 중심 경제는 포용적 성장과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 하는 경제로,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성장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매년 증가하는 국내 협동조합 수에 비해 협동조합을 설립?운영하는 과정에서 나서는 진입장벽이 높아 법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협동조합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도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협동조합이 발전한 해외의 경우 정부가 나서 협동조합에 특화된 법 제도를 정비하고 협동조합을 지원·육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지난 3월 2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협동조합법의 최신 흐름과 시사점: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협동조합법’을 주제로 한 학술행사에서 한국도 협동조합에 대한 국제적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협동조합의 특수성을 인식하고 특화된 법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한국법제연구원 주최, 국회사회적경제포럼과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의 후원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협동조합과 관련해 모범적인 법제를 갖추고 있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사례도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포르투 회계행정대학 Deolinda Meira 교수.

# [포르투갈 협동조합] 자본금 출자로 조합원 자격 획득 ‘투자조합원’ 인정

Deolinda Meira 교수는 ‘포르투갈 협동조합법체계의 특징과 그 영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포르투갈 협동조합법에서는 협동조합을 ‘구성과 자본이 다양한 사람들이 협동조합 원칙을 따르고 구성원들의 협동과 상호부조를 통해 이윤추구가 아닌 구성원들의 경제적, 사회적 또는 문화적 필요와 열망을 충족하는 것을 목적으로 자유롭게 연합한 자발적 결사체’로 정의한다. 이는 △자본의 가변성 △소유구조의 가변성 △협동조합의 사회적 목적 △협동조합 기업의 운영양식을 기반으로 한다.

포르투갈 협동조합은 과거 최소자본금 2500유로와 조합원 5인이 충족되면 설립 가능했다. 2015년 법이 개정되면서 최소자본금 1500유로, 3명의 조합원으로 규정이 완화됐다. 더 많은 협동조합 설립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포르투갈은 투자조합원을 인정한다. 투자조합원은 자본금 출자를 통해 조합원 자격을 얻은 가입자로, 협동조합 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며, 이는 자본금 기여로 조합원 자격이 충족됨을 의미한다.

Deolinda Meira 교수는 “투자조합원은 총 출자금의 30%를 넘을 수 없고, 10%가 넘는 투표권을 가질 수 없다”며 “투자조합원의 가입 여부는 이사회 결정, 정관 명시,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발렌시아 대학 Isabel Gemma Fajardo Garcia 교수.

# [스페인 협동조합] 결사체와 회사 사이의 ‘상호협동조합’...자체 자금조달 가능

두 번째 연사로 나선 Isabel Gemma Fajardo Garcia 교수는 ‘타 기업형태와의 비교에서 본 스페인 협동조합법에서의 협동조합법인의 위상’에 대해 설명했다.

스페인 협동조합은 사업체 운영 방식에 있어 결사체와 회사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협동기관이다. 상호협동조합은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가입 △민주적 운영: 1인 1투표권 △회원들 간 평등 △회원들에게 독점적 혹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활동 △비영리단체, 기관의 목표는 이윤 창출이 아니라 회원에 최상의 서비스 제공 △탈퇴를 원하는 회원에 출자금을 반환하지만 나머지 자산은 공공의 것으로 남아 분배가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스페인 협동조합법에 명시된 협동조합의 차별성은 민주적 운영에 있다. 민주적 운영은 협동조합이 조합원들에 의해 운영되며 한 조합원이 하나의 투표권을 갖는 것을 뜻한다.

특히 투표권 분배에 있어서 1차 협동조합과 2차 협동조합이 다른 법적 기준을 적용 받는다. 1차 협동조합은 3명 이상의 조합원으로 구성되며 이들은 자연인, 공법인, 사법인 일 수 있다. 2차 협동조합은 2개 이상의 협동조합으로 구성되며 노동조합원이나 1인 기업을 제외한 자연인을 조합원으로 둘 수 없다.

자금의 경우 외부 또는 자본, 채권, 출자, 자본 조합원, 복합 협동조합 등의 방식을 통해 자체적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조합원이 되기 위해 납부하는 출자금 외에 조합원이나 제3자를 대상으로 자발적 자본출자 모집도 가능하다.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김형미 소장.

# [국내 시사점] 주요국 협동조합 법인 성격 대부분 ‘영리’로 간주

두 연사의 기조발제에 이어 김형미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소장과 박광동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이 각각 ‘협동조합 관련 주요국의 입법사례 연구’, ‘스페인 및 포르투갈과 한국의 비교’에 대해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김형미 소장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퀘백 주 △한국 등 6개국과 지역의 입법사례를 연구했다. 연구에 따르면 6개국?지역의 협동조합관련법은 유럽협동조합(SCE) 법 제정, 국내 민?상법 개정에 따라 타 법과 정합성 조정을 위해 최근까지 개정 중이다.

그중 ‘스페인 협동조합 전국법’은 협동조합 특성을 반영한 조문 설계 후 업종별 협동조합에 대한 규정을 포함하고 있어 협동조합 공통법으로서 완결성 높은 법체계를 지니고 있다.

또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의 협동조합들은 대부분 영리법인이다. 여기서 영리는 ‘이윤 추구’보다 ‘수익 발생과 잉여 배분이 가능한 경제사업체’라는 속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한국법제연구원 박광동 연구위원.

박광동 연구위원은 스페인 협동조합법 체계가 한국 기본법에 비해 더 풍부한 규정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협동조합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조합원-총회-이사회-감사회의 각 권한과 의무 역할, 이의제기 절차 등이 상세히 명시돼 조합원-이사회의 관계에 대한 임의해석으로 인한 소모적인 갈등 여지를 줄였다고 분석했다.

박광동 연구위원은 “포르투갈의 경우 협동조합 이용이나 노동에 참여하지 않고 오로지 자본 기여에만 참여하는 투자조합원제도를 명시했으며, 법정 최소 조합원 3명이 찬성하면 협동조합 설립, 해산저지도 가능하다”면서 “협동조합 협동을 통한 상호기금(협동조합기금)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모두 의무로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형미 소장, 박광동 연구위원, 박성재 GSnJ 시니어이코노미스트, 강봉준 지속가능한도시건축연구소 대표, 홍성민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 강현철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원.

# [종합토론] 협동조합의 영리 VS 비영리 논쟁도 이어져

4명의 발표 후 종합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자로는 △강봉준 지속가능한도시건축연구소 대표 △박성재 GSnJ 시니어이코노미스트 △강현철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원 △홍성민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나섰다.

종합토론 시간에는 앞서 진행된 발표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각국의 역사와 경제사회적 환경에 따라 변화 및 발전 하면서 다양하게 변화돼 온 사례에 대해 살펴봤다.

특히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협동조합의 영리성을 인정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두고 국내에서 영리와 비영리로 나뉘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에 대해 강현철 선임연구원은 “협동조합기본법은 자율적 운영을 기본으로 한다”면서 “협동조합기본법은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제외하고는 조합원들이 자율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영리 비영리 논쟁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 참관객이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우리나라 협동조합법은 이제 본격적으로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협동조합기본법 2.0시대를 앞두고 선제적 협동조합법제를 갖춘 해외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협동조합법 구축이 필요하다.

 

사진. 이우기(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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