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먹거리, 친환경 상품 등을 나누기 위해 설립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이 최근 사회적경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아이쿱, 한살림, 두레, 대학 등 수십만 조합원을 보유한 국내 대표 생협에서는 창업지원, 판로개척, 상품개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의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같은 비전’을 공유하는 생협과 사회적경제 기업이 손을 맞잡아 사람과 환경을 생각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손을 내밀며,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를 만드는 등 ‘가치’를 창출해가는 현황을 소개한다. 
아이쿱생협은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을 모은 네트워크 생태계 ‘세이프넷’을 지난해 출범했다.

최근 사회적경제 조직과의 연대를 전면에 앞세운 생협이 아이쿱(iCOOP)이다. 지난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아이쿱은 ‘세이프넷(SAPENet?Sustainable Society and People-centered Economy Network)’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사회와 사람중심의 경제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전면에 내세웠다.

세이프넷은 아이쿱생협그룹, 파머스쿱 그룹, 협력업체협의회, 사회적경제 기업, 비영리조직 등 157개 조직이 모인 네트워크 생태계를 말한다. 아이쿱은 세이프넷을 출범하며 기존 생협 안에서 주로 수행해온 활동을 사회적경제 분야 전체로 확대하는 방향과 계획을 발표했다. 김현하 세이프넷 성장지원가치확산팀 매니저에게 사회적경제 기업과 연대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회적경제 제품?서비스 43억→50억…“목표 공유한다면, 협동 이로워”

아이쿱생협은 자연드림 온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경제 기업의 제품을 입점시키고, 서비스와 제휴를 맺었다.

아이쿱은 사회적경제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의 거래 실적을 늘렸다. 2017년 43억원에서 2018년 50억원으로 17% 증가했으며, 최근 6년간 상호거래액은 176억 원에 달한다. 아이쿱과 상호 거래하는 사회적경제 기업도 같은 기간 17개에서 22개로 늘어났다. 2019년 상반기 신규 입점 예정인 기업은 3~5개 정도이며, 기존 입점 기업도 다른 상품 구성을 새로 준비 중이다.

아이쿱은 지난 2012년부터 사회적경제 기업의 상품을 온?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하고, 서비스 판매 기업과 제휴협약을 맺어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등 연대를 시작했다. 김 매니저는 “생활의 필요는 먹거리뿐만 아니라 여가?의료?교육?돌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입체적으로 등장한다”며 “아이쿱이 잘하는 분야도 있지만, 사회적경제 기업이 더 잘하는 분야도 있다”며 협업을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환경친화적 상품을 만드는 기업과 높은 숙련도의 인적자원을 보유한 사회적경제 기업은 지금까지 조합원의 눈높이에서 볼 때도 경쟁력이 있어요. 사회적경제 기업이 경쟁력을 가진 동시에 아이쿱이 추구하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면, ‘협동’하는 게 이로운 방향이죠.”

사회적기업 '인스케어코어'는 아이쿱생협의 자연드림 매장의 해충방제 서비스를 담당한다.

현재 아이쿱이 운영하는 ‘자연드림’ 매장에 △송지(면생리대) △동구밭(설거지 비누) △헬씨티슈(키친타올) △스페이스선(샴푸바) △행복플러스(양말) △동물의집(반려동물 간식) 등 상품을 입점시켜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경제 기업에 문턱을 낮췄다.

또한 △자연드림 매장의 해충방제 서비스를 사회적기업 인스케어코어에 전담시키고 △조합원들이 구례?괴산자연드림파크를 방문할 때 전세버스협동조합 △임직원 건강검진 시 의료복지사회협동조합을 이용하게 하는 등 서비스 이용 및 거래 방식을 다양화했다.

조합원 만족도?상품 경쟁력 최우선…소비자 의견 통한 피드백

아이쿱 입점?제휴의 조건은 ‘조합원의 만족도’가 제1순위다. 소비자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상품?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저포장?비화학 제품에 대한 선호와 윤리적 소비에 대한 감수성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두 번째 조건은 ‘상품 경쟁력’이다. 사회적경제 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거래하긴 어렵고 품질에 대한 객관적 증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이쿱의 입장이다. 특히 신체에 접촉하거나 섭취하는 등 제품은 법률이 정한 기준 이상의 안정성?신뢰성을 증명할 자료가 필수적이다.

사회적기업 ‘헬씨티슈’는 화장지 크기, 포장 패키지 등에 관한 아이쿱생협 조합원의 의견을 반영해 상품을 개선했다.

아이쿱은 단순 입점?제휴를 넘어 상품 공동개발 및 디자인 개선 등에도 나섰다. 예비사회적기업 ‘동물의집’은 아이쿱의 무항생제 닭가슴살을 원?부재료로 반려동물 간식을 함께 개발했으며, 사회적기업 ‘헬씨티슈’는 조합원들이 시제품 사용 과정에서 화장지 크기에 대한 불편사항이 나와서 변경했고, 포장 패키지도 개선해 조합원들의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른 판로지원 사업과 차이에 대해 김 매니저는 “소비자 의견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조합원 평가단을 운영해 상품에 대한 평가 및 개선점을 정리해 사회적경제 기업에 제공하고, 직접 조합원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합니다. 또 생협과 같은 유통 채널 경험이 없는 기업들은 입점 자체가 도움이 됩니다. 각종 서류와 원재료 표시사항 등 법적 기준을 만족시키는 과정에서 미비사항이 충족돼 다른 유통 채널로 진출하기가 수월하죠.”

인재양성?창업지원→사회적경제 생태계 구축 및 파트너십 고도화

아이쿱생협에서 사회적경제 생태계조성을 위해 융자 및 연구를 지원한 기업?개인의 리스트.

이외에도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 생태계 구축을 위해 인재양성, 연구장려, 창업지원 등을 시도했다. 2014년부터 사회적경제 분야 대학원 3곳(성공회대, 한신대, 한양대)에 장학금 19억 5000만원을 제공해 인재를 키웠고, 은퇴 축구선수의 재사회화를 돕는 사회적협동조합 ‘플랜비’의 창업을 지원하고, 초기 협동조합이 겪는 자금 문제를 돕기 위해 7개 단체에 융자 5억40000만원 등을 지원했다.

사회적경제 기업과의 연대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아이쿱은 다양한 기업 정보를 확보하는 일을 보완점으로 꼽았다. 김 매니저는 “진흥원, 중간지원조직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받지만, 미스매칭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지역에서 경쟁력과 가능성을 갖춘 기업을 상시 추천받고, 기업에서도 아이쿱에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래 규모나 협력사 수 등 수치도 중요하지만 사회적경제 기업과의 파트십을 고도화하고, 지속가능한 파트너십 발굴 및 유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회적 거래 관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쿱과 지속가능한 시너지를 만드는 기업을 찾는 일을 고민하겠습니다.”

사진제공. iCOOP생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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