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립 박경돈 대표.

미세먼지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면서 공기정화를 위해 미세먼지에 효과가 있는 식물을 찾는 사람이 많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1~3월 주요 공기정화 식물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사회적기업 플립(대표 박경돈, FLIP)은 공기정화식물키트를 선보여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플립은 청각장애인 플로리스트를 양성한다는 목표로 지역사회에서 이미 주목받은 기업이다. 2018년 경기도 스타트업 1500여개 기업 중 사회적 기업의 가치를 가진 40여개의 팀 안에 선발됐다.

전문 플로리스트 양성…청각장애인에 직업 선택 기회 확대

플라워(Flower)와 잎사귀(Leaf)의 합성어를 뜻하는 플립(FLIP)은 온?오프라인에서 꽃과 식물을 판매하는 ‘꽃집’이다. 박경돈 대표는 플립을 설립하기 전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육군 장교로 복무했다. 청각장애인이나 식물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그의 생활속 경험이 플립 설립의 발판이다.

“어린 시절 꽃집을 운영한 어머니 덕분에 자연스럽게 식물을 접했어요. 또 대학시절에 만난 후배, 교회에서 만난 친구 등 다른 사람보다 청각장애인과 함께 만날 기회가 많았죠. 그래서 관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는 청각장애인들과 접촉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장애인에 대한 자료를 찾기 시작했고, 청각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동일한 교육을 받아도 직업선택에 제약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 지원사업으로 진행되는 청각장애인 직업교육 모델은 대부분 이공계열에 국한돼 있어요. 수료자들은 대부분 남성이고, 여성 청각장애인은 교육 과정을 수료해도 실제로 취업까지 이뤄지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됐죠.”

박 대표는 자신과 가까운 곳에 있었던 청각장애인과 식물을 더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플립이 탄생됐다.

플립에서 판매하는 공기정화식물키트.

고객 요구 반영한 ‘공기정화식물키트’…선물용으로도 인기

플립에서 판매하는 식물은 양재 화훼공판장, 고속터미널 꽃시장, 파주?고양 농가에서 들여온다. 박 대표가 거의 매일 직접 꽃시장을 방문한다. 특히 꽃시장에 새롭게 꽃이 들어오는 월, 수, 금요일 새벽에는 꼭 꽃시장을 찾아 가장 싱싱한 꽃을 고른다.

판매는 온?오프라인으로 이뤄지는데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대부분이다. 꽃 정기구독은 최근 꽃시장에 새롭게 도입된 서비스로 고객이 일부러 매장에 방문하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꽃을 배송받을 수 있다.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를 때는 일반적으로 공기정화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식물을 찾는 고객이 많다는 게 박 대표의 전언이다. 

박 대표는 "최근 미세먼지에 효과가 있는 식물과 제품을 한꺼번에 구매하고 싶다는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공기정화식물키트’를 선보였다"며 "공기정화식물키트는 선물하기에 좋고, 가격이 저렴해 호응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공기정화식물키트는 1인이 생활하는 집이나 사무공간에 맞춰 탈란드시아 수염, 탈란드시아 이오난사, 미세먼지 마스크, 마리모 등을 박스 하나로 구성했다. 탈란드시아 수염과 탈란드시아 이오난사는 공기정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대표 식물이다. 마스크 역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성인용 마스크 중 KC인증 상품이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공기정화식물이나 키트를 주문하는 고객이 눈에 띄게 많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공기정화식물을 선보이기 위해 자료를 꾸준히 열람하고 있어요.”

플립 매장 내부.

유관기관과 협업 통해 전문 플로리스트 교육 진행

플립은 수익금 중 일부는 따로 구분한다. 청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플로리스트 직업교육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고양시수화통역센터 센터장이 플립을 방문해 사업 모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적극적인 지원의사를 밝혔다. 플립은 이를 토대로 청각장애인 전문 플로리스트 교육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육은 문화교육이 먼저 진행된다. 이를 통해 일상에서 꽃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사람들은 자신의 적성을 확인한다. 이후 적성에 맞는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에게는 전문 플로리스트 직업 교육이 이뤄진다. 교육일정은 아직 구체화 되지는 않았지만 5~6월 사이로 계획하고 있다.

박 대표는 전문 플로리스트 교육을 마친 수료생들이 교육이 직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다는 목표다. 수료생 중 일부를 직접 고용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오프라인 매장을 창업하고자 하는 수료생에게는 창업할 때 어려움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판매되는 꽃을 직접 다듬는 박경돈 대표.

5개 일자리 창출 및 2개 오프라인 매장 확대 목표

박 대표는 플립을 통해 고객들이 생활 속에서 꽃을 충분히 즐기게 하고, 청각장애인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싶다는 목표에 대해 설명했다.

“올해 안에 청각장애인 플로리스트를 양성해 적어도 5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해요. 내년에는 오프라인 매장을 2개 확장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고요. 궁극적으로는 청각장애인이 운영하는 꽃집이 고객들에게 이질감 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박 대표는 직접 꽃을 고르고, 다듬고, 포장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낀단다. 이 같은 긍정의 기운이 청각장애인은 물론, 고객들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길 바란다. 

"플립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시행착오를 겪고 있어요.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내년 하반기정도에는 실제로 주변에서 청각장애인이 운영하는 꽃집에서 꽃을 구매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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