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를 해결하거나 공익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시도되는 아이디어나 진행 방식 또는 계획인 ‘(사회변화) 솔루션 모델(Social Solution Model)’ 중 주목받고 있는 몇 가지 모델의 실제 사례들을 알아본다. 개념과 현황, 필요성 등은 앞 선 칼럼을 참조하길 바란다.

여러분들은 은행에 맡겨진 여러분의 돈이 누구에게 대출되고 있는 것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만약 환경단체에 근무하는 활동가들의 저축 자금이 환경을 해치는 기업들과 사업에 대출되거나, 투기성 아파트 갭투자 자금으로 쓰여 청년들의 내집 마련을 더 어렵게 하는 데 쓰이고 있다면 어떤가? 이런 어이없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를 주 사업으로 하는 은행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뜻있는 이들이 시도한 바 있는 ‘윤리적 은행’인데 네덜란드의 ‘트리오도스 은행(Triodos Bank)’이 대표적이고 ‘윤리적 목적을 추구하는 은행 국제연합(Global Alliance for Banking on Values·이하 GABV)’이라는 국제조직도 있다. 윤리적(?)인 돈만 받고 윤리적(?)인 곳에만 대출을 한다고 해서 사업이 잘 안될 거라는 걱정은 접어도 된다. 트리오도스 은행은 비록 자산이 6조원(2010년 기준) 정도의 작은 은행이지만 순이익과 수익률 등의 경영 평가를 거쳐 ‘세상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은행’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임팩트 투자를 주 사업으로 하는 네덜란드 ‘트리오도스 은행(Triodos Bank)./사진=트리오도스 은행 홈페이지

이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사회변화 솔루션 모델로 치자면 ‘모으기’ 모델로 분류해볼 수 있다. 사회적 관심과 활동을 지향하는 진성(?)회원만을 모아서 하나의 사업/비즈니스 체계로 완성하는 모델이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 역시 이 모델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친환경, 생명사상, 건강, 윤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묶어서 ‘유기농 식품 소비자군’을 형성하고 사업을 진행시킨 셈이다. 이런 모델들은 사업 자체가 일종의 가치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한다. 즉, 처음에는 소수의 사람들이 시작하고 작은 대안활동 수준으로 치부되지만 향후 그들의 활동과 지향점이 주류 사회에 스며들고 조금씩 세상을 바꿔나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와 정반대의 솔루션 모델은 ‘침투하기’일 것이다. 위의 ‘모으기’ 모델은 상징적인 의미나 가능성을 보여주는 희망모델로는 의미가 크겠지만 아무래도 빠른 대중적 확산이 어렵다. 그래서 주류에 속하는 기업이나 방식에 ‘사회적’인 내용을 일부 채용하게 하는 전략이 더 유효할 때가 있다. ‘게릴라 전법’, ‘트로이 목마 전략’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수 있겠다.

트리오도스 은행 같은 별도의 윤리적 은행을 만들 수는 없지만 시중 은행에게 ‘사회적 가치를 담은 윤리적 금융상품의 개발’을 종용하여 그 부분의 투자자와 사용처를 일부 제한하는 방식처럼 기능하는 솔루션이라 보면 되겠다.

이 솔루션의 개념은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택하는 법인격 제도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유한책임회사’의 법인격은 ‘영리법인’으로 ‘상법상 회사’에 속하지만, 민법상 조합의 형태를 가지며 구성원들이 동등한 의결권을 가지는 점이 협동조합과 유사성을 가진다. 이는 인적중심 사업의 증대, 평등 의사결정 구조 지향 등의 사회현상을 상법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낸 결과라 볼 수 있다.    

사회변화를 위해서 쓸 수 있는 전략적 선택으로 우리는 핵심 세력들을 모아서 사업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그 결과를 사회에 던질 것인지(모으기), 주류 사회에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그 안에 트로이 목마를 심고 그 주류 사회를 야금야금 변화 시킬 것인지(침투하기)를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