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5초 안에 승부를 낸다. 날로 경쟁이 심해지는 영상 콘텐츠 세계에서 5초는 승패를 가르는 변곡점이다. 예비사회적기업 파이브세컨즈는 요즘 대세인 유튜브와 예능을 결합한 콘텐츠를 만들어 사회적 가치를 생산한다. 주 고객층은 밀레니얼세대들. 책도 TV도 아닌 모든 정보를 유튜브로 접한다는 세대들이다.

 

?코리안브로스는 한국문화를 예능으로 풀어보는 파이브세컨즈의 대표채널이다.?/사진제공=파이브세컨즈

그래서 회사명도 파이브세컨즈(5초)로 잡았다. 파이브세컨즈는 코리안브로스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시작해 지금은 유형별로 3개 채널로 늘어났다. 이중 한국을 예능한다는 코리안브로스는 27만 의 구독자 수를 자랑한다. 전체 채널 구독자수는 현재 70만 명에 육박한다. 파이브세컨즈의 남석현 대표를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비영리 단체의 한계점을 사회적기업으로 풀다

10여 년 전 해외여행을 하면서 만난 외국인들은 그에게 한결같이 ‘안녕’이 아니라  ‘니하오(중국)’ 혹은 ‘곤니치와 (일본)’라는 인사말을 건넸다. 아쉬움이 컸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흰색 티셔츠와 매직을 사서 태극기와 한반도 지도를 그리고 다녔다. 

당시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절감한 그는 대학을 졸업할 즈음 세상을 이롭게 하는 울타리라는 비영리단체 '세이울'을 만들어 공공외교단 역할도 겸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늘 그를 따라다녔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사회적 가치도 큰일이라 자부했지만 수익성이 없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남 대표는 2016년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예비 관광벤처사업 공모전에 입상하고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에 입학하면서 사회적기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기업 활동을 통해 자신의 꿈을 더 크게 그려가고 있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문화를 그리다

파이브세컨즈의 대표 채널은 제일 먼저 시작된 코리안브로스다. 이 채널은 한국의 지역 관광과 문화를 소개하고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다룬다. 남다른 점은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의 체험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것이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오해’라든지 ‘과메기와 안동소주를 처음 먹은 외국인의 반응’처럼 말이다. 초창기 출연자들은 모두 유튜버들로 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50인 중에 10명을 선발했다. 

 

남석현 파이브세컨즈 대표

 

“ 영상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들이나 깨달음이 곧 사회적 임팩트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만의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타인(외국인)의 눈을 통해 다른 관점에서 바라봄으로써 편견이나 오해를 풀고 공감과 이해를 높여가는 거죠.” 


파이브세컨즈는 세이울에서 함께 활동한 친구들과 유튜버 제작자 등 사나이 넷(공동대표:강재창· 남석현·박경범·박진형)이 뭉쳐 만들었다. 

남 대표는 총괄 사업을 맡고 다른 동료들은 PD로서 각각 다른 채널을 책임진다.  팀브라더스채널은 한국 음식문화에, 야신야덕 채널은 야구라는 소재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담아내려고 한다.

예능을 가미해 파급 효과 증대

콘텐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는 재미다. 남 대표는 “파이브세컨즈의 특색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정말 재미있어 빠져들어 봤는데 알고 보니 그 안에 사회적 가치가 담겨있네’ 라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짧은 영상을 재미나게 보고 났는데 뭔가 가슴에 묵직하게 남거나 한 번쯤 '이게 뭐지'라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2017년과 2018년 파이브세컨즈는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의 지원을 받아 ‘탈북민 공감대 형성’이란 사업을 수행했다. 그들이 잡은 방향은 ‘탈북민들을 도와주세요’와 같은 안쓰러운 마음을 담아낸 것이 아니었다.  

 

탈북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콘텐츠 (사진제공/파이브세컨즈)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예능적인 요소를 입혔습니다. 탈북민이니까 도와줘야 한다는 영상은 우리 말고도 다 합니다. 우리 방식은 탈북민이 처음 접해본 우크라이나 음식. 처음 해 보는 독일 여행, 처음 먹어 본 북한 음식처럼 즐겁고 재미있는 영상들로 채웠습니다. 이를 통해 탈북민들은 낯선 존재가 아니라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시민의 한 사람이라는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것이죠. ”  

 

이 영상들은 국내에서 20편, 해외에서 15편 등 총 35편을 제작했고 조회 수가 300만 넘게 나왔다.

어려운 정책을 쉽게 전달해요

하루에도 수십 건의 크고 작은 정책들이 쏟아지지만 그중 무엇이 내 실생활과 삶에 도움이 되는지 알기 어렵다. 정책을 수행하는 입장에선 보도자료를 뿌려대는 것만으론 홍보와 지지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고 수혜자 입장에선 깜깜이라 혜택을 놓치기 쉽다.  

파이브세컨즈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서울시와 함께 ‘시민 지원 정책 홍보’라는 사업을 진행했다. 팀브라더스라는 채널을 통해 서울시랑 ‘해봐야 안다’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청년, 지역 재생 등을 주제로 20편을 제작했고 서울시민 대상으로 조회 수 100만 뷰를 기록했다. 

 

파이브세컨즈는 임직원을 포함해 총 10명이고 이가운데 9명이 PD다.

 

그렇다고 파이브세컨즈가 만들어내는 모든 콘텐츠마다 사회적 가치가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재미있는 콘텐츠로 구독자 수를 늘려가면서 채널의 힘을 키우고 그 안에 간간이 사회적 가치를 담은 이야기들을 버무려 자연스럽게 확산시킨다는 전략이다.

파이브세컨즈는 지금까지 3개 채널을 통해 총 1000 편이 넘는 콘텐츠를 생산했고 매달 60여 편 정도의 콘텐츠가 새로 제작된다. 누적 조회 수는 1억5000만회를 기록했고 지난해 연 매출은 4억 원에 이른다.

“사회적기업들에게 유튜브 콘텐츠 제작 노하우 전수하고파”

 

서초구 매헌로 8길에 자리잡은 (주)파이브세컨즈 사무실. 이곳에선 매달 60여편의 영상이 제작된다.

파이브세컨즈는 올해 사업 계획서에 새로운 항목을 추가했다. 자신들이 기업을 꾸려가며 홍보에 힘들었던 경험을 나누고 요즘 대세인 유튜브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방법을 사회적기업들에게 전수하는 일이다. 

 

“ 영상물들은 전달력이나 파급 효과가 높지만 제작에 비용이나 시간이 많이 듭니다. 영세한 사회적기업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현실적으로 보탬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교육이더라고요. 지속적인 채널 관리는 어려울지 몰라도 2-3달에 한 편이라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바이어들을 만날 때 보여줄 수 있는 영상 저장소의 기능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남 대표의 꿈은 파이브세컨즈를 신뢰와 진정성이 담긴 미디어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 조회 수가 10이든 1000이든 누군가는 본 겁니다. 말이나 행동·단어 하나에 진정성을 담아야 하는 이유죠. 유트버들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입니다. 부디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이우기(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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