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곳곳에서 신용협동조합 ‘Vancity’ 간판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캐나다를 여행하다 보면 빨간색 바탕에 흰 글자로 ‘Vancity(밴시티)’라고 적힌 간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밴시티는 캐나다의 신용협동조합으로, 거리 곳곳에 자리해 대형 은행 못지않은 존재감을 내뿜는다고.

이곳에 들어서면 ‘착한 돈을 만듭니다(Make Good Money)’라는 슬로건을 볼 수 있다. 고객에게 더 많은 이윤을 준다고 약속하기보다 착한 돈을 버는 데 동참해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착한 돈’이란 지역사회와 공동체 발전에 더 많이 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밴시티에 예금하면 환경보호, 고용창출, 지역재생 등 공동체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신협중앙회에서 밴시티를 포함해 국내외 신용협동조합 19곳을 취재해 ‘착한 금융’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놨다. ‘따뜻한 금융, 희망을 그리다’는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모범이 되는 밴시티 사례를 공유하고, 한국 신협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끔 했다.

'따뜻한 금융, 희망을 그리다' 책 표지 이미지./사진=레인메이커

1946년 설립된 밴시티는 캐나다 최대 신용협동조합으로 밴쿠버, 프레이저 밸리, 빅토리아 등에 59개 지점이 있다. 256억 달러(약 21조 7000억원)의 자산을 52만여 명 조합원들의 재정적 복지를 개선하면서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쓴다. 

사회적금융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온 밴시티는 캐나다 최초로 사회책임 투자펀드를 판매했고, 주택에너지 효율화 대출, 무공해자동차 대출 등 조합원들의 탄소 절감 실천을 위한 녹색상품을 운용했다. 또한 민간 차원에서 소셜벤처, 협동조합 등을 위한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이들을 위한 ‘인내 자본’을 조성하는 등 실험적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존재 이유를 증명한다.

우리나라에서 ‘밴시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금융기관이 ‘신협’이다. 한국의 신협은 2018년 말 기준 전국 888개 조합을 운영하며 총 자산 90조 8000억원을 달성했고, 조합원 수는 612만 명을 돌파했다. 자산 규모 면에서 글로벌 기준으로 미국, 캐나다, 호주에 이어 세계 4위이며 아시아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책에는 한국 신협의 위상을 높인 주요 사례를 소개한다. 금융교육으로 지역의 미래를 이끄는 ‘반월신협’, 지역공동체와 연대를 보여준 ‘원주밝음신협’, 나눔과 섬김으로 상생하는 ‘김천신협’, 문화예술 경영으로 지역민과 호흡하는 ‘달구벌신협’, 대출에 컨설팅을 더한 ‘광주문화신협’ 등을 조명했다.

세계적?지역적 활약에도 국내 신협의 위상은 미국, 캐나다 등 해외 신협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최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연 김윤식 신협중앙회 회장은 “국민 90% 이상이 신협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다”며 “올해는 신협의 정체성을 제대로 알리는 일에 방점을 찍을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사회적금융’에 발 벗고 나선 최근 신협의 행보를 보면, 캐나다 밴시티처럼 지역과 조합원 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들에게 존재감을 내뿜는 성장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따뜻한 금융, 희망을 그리다=배미정?성초롱?박윤예 지음, 레인메이커 펴냄. 312쪽/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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