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은 조직형태, 운영방법 및 사업활동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한, 법인 등 단체의 최고의 자치법규다. 이는 협동조합 정관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관은 조합 운영의 근본 규칙으로서 조합 활동의 근거가 되며, 분쟁 발생 시 1차적인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정관은 조합원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 법인의 설립취지 및 운영방향에 맞게 세부 사항을 담아야 한다. 이러한 정관의 중요성에도 적지 않은 수의 협동조합들은 정관 작성과 검토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대부분의 경우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다른 협동조합의 정관이나 협동조합 표준정관례를 참고해 상호 및 목적 등을 약간 수정한 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허술하게 작성한 정관에 따라 조합을 운영할 경우 불명확한 규정들로 인해 분쟁이 발생할 수 있고, 심지어는 협동조합 기본법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협동조합을 상담하며 정관 작성시 고려할 필요가 있는 주요 이슈 두 가지를 소개한다. 

내부 규칙이니까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정관은 조합 내부 최고의 자치법규로 구성원들의 합의로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지만, 그 내용이 법률에 위반돼서는 안 된다. 그 경우 해당 정관 규정은 그 효력이 부정되며, 관련 법령이 그에 대한 벌칙을 두고 있을 경우에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간혹 조합원 탈퇴(또는 제명)의 경우 그 지분의 환급을 이사회의 결의로 정할 수 있다는 규정을 보게 된다. 그러나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르면, 탈퇴(또는 제명) 조합원에 대한 지분 환급은 총회의 의결사항이다(제29조 제1항 제8호의2). 법령이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한 사항은 총회의 결의로도 이사회로 위임할 수 없다. 만약 지분 환급을 이사회 결의에 따라 진행할 경우, 총회의 의결을 받아야 할 사항에 대해 의결을 받지 않고 집행한 것에 해당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제117조 제2항 제3호). 실제로 이와 같은 정관 규정에 따라 이사회 결의로 지분을 환급했다가 형사처벌을 받는 등 고초를 겪는 협동조합들도 있다.

구성원들간 합의로 정한 정관 규정이라 하더라도 관련 법령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반드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 표준정관례는 법과 같으니 그대로 쓰면 된다?

“저희 협동조합 정관은 표준정관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요.”, “표준정관이 이렇게 정해놨던데요.”, “표준정관대로 하는 게 맞지 않나요?”

협동조합 법률상담 시 자주 듣는 말들이다. 생각보다 많은 수의 협동조합들이 협동조합 기본법보다 표준정관(또는 표준정관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자신들의 정관)을 행위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표준정관례 서두에 명확히 기재돼 있듯이 표준정관례는 ‘정관 작성의 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참고자료’이자 표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관의 예시일 뿐이다. 따라서 그 자체를 협동조합 기본법과 같이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법규로 보아 협동조합 기본법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표준정관례는 그 내용의 일부가 협동조합 기본법과 불일치하거나 보완이 필요한 부분들이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어 그대로 사용하기에 주의를 요한다.

일례로 협동조합 기본법은 일반 협동조합 조합원의 탈퇴나 제명 시, 탈퇴나 제명의 구별 없이 ‘지분’을 환급할 것을 정하고 있는 반면(협동조합 기본법 제26조 제1항), 표준정관례는 탈퇴 조합원의 경우 ‘지분’, 제명 조합원의 경우 ‘출자금’을 환급하도록 정하고 있다(표준정관례 제16조 제1항).

그런데 이와 같이 표준정관례에 따를 경우 만약 협동조합의 지분 가치가 하락하여 출자금보다 낮아졌음에도 제명 조합원의 경우 출자금을 환급하게 되는데, 이는 협동조합 기본법 제26조 제1항 위반일 뿐만 아니라 조합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협동조합 기본법의 취지에 반하게 된다. 이와 같이 법의 취지와 명문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표준정관례의 위 규정은 수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협동조합 기본법은 출자금 분납 및 조합원 자격 취득 시기에 대해서 정하고 있지 않은 반면, 표준정관례는 분납을 가능하도록 하면서(제18조 제3항 단서) 출자좌수에 대한 금액을 지정한 기일 내에 조합에 납부함으로써 조합원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지정한 기일’이 2회 이상인 분납의 경우 조합원 자격 취득을 언제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아 많은 혼란이 있다(조합원 자격 취득 시점에 대한 문의는 협동조합 법률상담 시 단골 질문 중 하나이다).

출자금 분납을 허용하는 조합이라면 조합원이 되는 시점을 정관에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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