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리어로 30년 일하다 은퇴 후 대리운전기사로 일하게 된 노경환 씨. 술에 취해 무례하게 행동하는 고객들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여러 번 입었다. 노 씨는 고민했다. 고급 서비스로 인정받을 방법은 없을까? 깔끔한 정장을 입고 출근해봤다. 취해 있던 고객이 노 씨의 말끔한 모습을 보고 놀라 술기운이 달아난 듯했다. 쉽게 볼 수 없는 대리기사의 차림새였기 때문일 터. 그 날 노 씨는 팁까지 받았다. “이미지가 이렇게 중요하구나.” 그는 고급 운전기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창업을 결심했다.
처음 생각한 건 ‘프리미엄 운전 서비스.’ 사업 계획서를 작성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육성사업에 공모했지만 떨어졌다. 기술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노 씨는 2015년 진흥원 웹사이트에서 ‘시니어 사회적기업 창업전문과정’를 발견해 신청했다. 중장년 재취업을 돕는 사회적기업 ‘상상우리’가 주관하는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5개월 학습 기간 동안 노 씨는 창업 기술, 사업계획서 작성법, 프레젠테이션 방법 등을 배웠다. 그가 정한 사업모델은 ‘웨딩쇼퍼’ 사업. ‘프리미엄 운전 서비스’에서 한 단계 구체화됐다. ‘쇼퍼’란 특수 교육을 받아 귀빈을 모시는 특수 운전기사를 일컫는다. 웨딩쇼퍼는 결혼식 당일 신랑/신부의 웨딩카를 운전해주는 일을 맡는다.
“웨딩카를 신랑이 직접 모는 경우도 있는데, 하루 내내 분주할 그날의 주인공이 운전까지 하려면 힘들죠. 택시는 신부가 드레스 때문에 불편해 하고요.” 웨딩쇼퍼가 필요한 이유다.
노 씨는 관광학을 전공하고 호텔리어로 일한 경력이 있어 서비스의 정통과 고객을 대하는 기술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는 “이런 장점을 살려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을 찾다가 웨딩쇼퍼 사업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웨딩쇼퍼 사업은 ‘2016년 성남시 사회적경제 창업 공모 사업’에서 선정돼 육성사업을 거쳤다. 노 씨는 같은 해 10월 ‘더쇼퍼’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세웠고. ‘노 대표’로 거듭났다. 신나는조합에서 실시한 ‘2016 시니어 아이디어창업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타기도 했다.
일을 시작하니 문제가 생겼다. 웨딩카가 필요했다. 애당초 노 대표의 계획은 신랑/신부가 마련한 웨딩카를 몰기만 하는 거였다. 그런데 “차도 빌려줄 수 없냐”는 문의가 많았다. 그는 자동차 임대업체를 찾아 나섰다. 사업 취지를 듣고 저렴한 가격에 차를 언제든 빌려주겠다는 업체가 나타났다.
2017년에는 '포드링컨'의 공식 딜러사인 '프리미어모터스'와 협약했다. 프리미어모터스는 사회공헌과 홍보를 위해 더쇼퍼에 1달에 2번 ‘포드’사의 브랜드 ‘링컨’ 자동차를 무상으로 빌려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지인들을 통해 시니어 쇼퍼도 채용했다. 현재 더쇼퍼 소속 쇼퍼는 노 대표를 포함해 5명이다. 전문 기사인만큼 정장을 입고 모자를 갖춰 쓰고 옷에 엠블럼을 달고 고객을 맞이한다.
고객 관리뿐 아니라 직원 관리도 철저하다. 일이 끝나면 고객들이 항상 노 대표에게 고맙다는 문자를 보내주는데, 노 대표는 이 문자를 캡처해 기사에게 보내준다. 문자를 본 기사들은 열정이 생긴다. 아침을 먹지 못한 고객들에게 주기 위해 사비로 음료를 사두는 기사들도 있다.
노 대표의 올해 목표는 서비스 전국 확대, 여성 웨딩 쇼퍼 ‘쇼퍼레이디’ 양성과 사회적기업 인증이다. 이를 위해 상상우리와 협력했다. 이달 말부터 상상우리가 ‘쇼퍼 아카데미 스쿨’을 운영하는데, 여기서 양성한 쇼퍼들을 채용할 계획이다.
창업으로 인생 2막을 연 71세 노 대표. 인터뷰 중 고객으로부터 2번이나 전화가 걸려 올만큼 바빴다. 지난 2달 동안 서비스를 25건이나 진행했다. 노 대표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는 경력단절 여성과 55세 이상 시니어의 일자리 창출이다. 그는 또한 “시니어들이 은퇴 후 재취업을 위해 직업을 찾는 것도 좋지만, 틈새시장을 공략해 직업을 만들어보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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