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사회적기업 등록제를 오는 8월경 입법예고 한다고 밝히면서 사회적경제 진영 내에서도 등록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등록제 도입에 대한 의견은 2007년 사회적기업법 제정 당시부터 있었으며, 2010년대 들어 인증 요건 완화, 절차 간소화 취지로 전환 요구가 더욱 커지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지난해 11월 '제3차 사회적기업 육성 기본계획(2018~2022)'을 통해 등록제 전환이 예고되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올해 초 열린 공청회, 현장단체 토론회 등을 바탕으로 등록제 전환에 대한 이슈와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 사회적기업 등록제 전환 왜? 

정부가 사회적기업 등록제 전환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목적은 진입장벽을 낮춰 다양한 기업들의 참여를 늘리는 것이다. 

2007년 시행된 사회적기업 인증제도는 초기 사회적기업 정착에 큰 기여를 했지만, 10년이 흐른 지금 사회적기업 인증제도의 엄격한 운용이 오히려 사회적기업의 확대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최근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정부사업 참여가 확대·우대되면서 창업, 진입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등록제 전환이 더 탄력을 받는 측면도 있다.  

최현석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과장은 "수의계약 한도 조정,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활성화, 도시재생 등 정보·지자체 사업 참여 시 가점 부여 등 사회적경제를 둘러싼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시기"라며 "사회적기업법 제정 10년이 된 현재 등록제 전환으로 진입장벽을 낮춰 다양한 사회문제가 사회적기업을 통해 해결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등록제 전환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지난 8일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와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주최로 열린 '사회적기업 등록제 개정안' 토론회에 사회적경제 관계자들이 참석해 논의를 하고 있다./사진=이우기 작가

등록제에 대한 논의는 정부는 물론 민간 차원에서도 오랜 기간 이루어져왔다.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 당시, 바로 등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와 인증을 통해 어느 정도 정착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사회적기업 토양이 척박한 현실을 고려하여 인증제가 우선 도입되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서는 등록제로의 전환 요구가 더욱 커졌다. 인증요건이 지원과 연계됨에 따라 까다롭고, 자생적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유형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문제제기였다.

이에 민간에서는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이하 한기협)가 중심이 되어 2012년 사회적기업 법인격 도입과 함께 등록제 도입을 총선 및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2016년부터는 매년 관련 토론회를 진행했고, 2017년에는 한기협 정책위원회 산하에 TF를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논의를 펼쳤다. 이러한 민간의 흐름에 정부도 함께 논의를 이어왔다. 2013년 고용노동부는 ‘제2차 사회적기업 육성기본계획’에 법인격 검토와 함께 등록제를 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하고 2016년에는 ‘사회적기업 정책 포럼’을 통해 고용노동부 주도로 공론화 작업을 진행했다. 

<등록제 전환 논의 경과 /자료출처=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위 좌담회(2018.5.4.)>

#. 등록제 전환 후 달라지는 점은?

지난 8일 열린 사회적기업 등록제 개정안 토론회에 참석한 사회적경제 관계자들./사진=이우기 작가

이번 개정안에서 등록제로 전환되면 가장 크게 변화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현행 사회적기업 인증제 요건 7개에서 2개 요건은 폐지 등으로 완화된다.

기존의 1명 이상 유급근로자 고용 및 1개월 이상 영업활동 수행 조항과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은 폐지한다. 단 일자리 제공형은 3명 이상 유급근로자를 두는 조항을 유지한다. 조직형태, 정관·규약, 이해관계자 참여 의사결정구조 등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징표적 요건도 기존대로 유지한다.  

2. 등록에 관한 권한을 지자체로 이관한다. 

등록에 관한 권한도 현 고용노동부 장관에서 시·도지사에 권한을 위임해 지자체에서 등록증을 교부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는 재정지원 사업의 주체, 지역중심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등을 고려한 조치다. 단, 등록증은 대여·양도가 불가하고, 폐업·등록 취소 시 시·도지사에 반납해야 한다. 

3. 사회적기업 정의 규정이 현실화 된다. 

다양한 유형의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개정안 내 사회적기업의 정의·목적(법2조·8조)에 ‘창의·혁신적인 방식을 통한 사회 문제의 해결' 문구를 추가했다. 기존의 인증제에서는 취약계층 지원 부분을 강조해왔기에 공동 창업, 1인 기업 등 유급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 인증이 불가했다. 반면 등록제로 개편되면 국제공헌(공정무역), 공유경제(쉐어하우스), 기술 기반 벤처 등의 기업도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할 수 있게 된다. 

4. 등록 기업에 대한 사회적 목적 실현 활동 등을 평가하고 투명성을 강화한다. 

2단계에 걸친 등록 기업 평가로 정부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일정 기준 이상에만 재정·판로·금융·규매 지원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기업 평가는 2017년부터 시범운영 중인 현재의 평가 지표를 정교화 하는 등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사회적 목적 실현’ 판단에 대한 지표를 강화해 위장 사회적기업 판별에 주로 활용한다. 또한 등록기업에 대한 사업보고서 제출 의무는 연 1회로 축소하고 기재 항목도 간소화한다. 
이 외에도 기업 평가 결과에 따라 차별화된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지원-민간 네트워크, 중앙-지자체 간 협력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인증제-등록제 비교 /자료출처=고용노동부>

#. 등록제에 대한 쟁점과 과제? 

등록제 전환으로 큰 변화가 예상되면서 현장조직들 사이에서는 여러 우려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진행된 공청회와 토론회 등에서 제시된 주요 쟁점 사항들을 정리해봤다. 
 
1. 위장 사회적기업 등장 등 사회적기업 변별력 약화   

문호가 확대되면서 질적 수준 하락, 정부지원만을 좇는 사회적기업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사회적기업 전체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기에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현장 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강대성 사회적협동조합 SE바람 이사장은 공청회에서 “퇴출 시스템 정비 등 등록제 도입에 따른 폐단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해 민간 차원의 자정 활동 등을 촉진하는 사업을 발굴·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2. 정부 지원을 위한 평가 시스템의 보완·강화 

등록제로 문턱이 낮아지면, 변별력이 떨어지기에 정부 지원을 위한 평가 시스템은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는 등록기업 평가를 통해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지원내용도 차별화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기업평가보고서에 따라 일정 기준 이상의 기업에만 재정·판로·금융·구매지원 신청 자격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그에 따라 기존의 평가 시스템에 대한 보완 및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박향희 신나는조합 상임대표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재정지원이 중요한데 제대로 사회적가치를 실현하는 곳에 지원되기 위해서는 사회적가치 성과 지표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 민간의 역할 강화, 민간 주도는 어떻게?

인증제는 근본적으로 정부가 어떤 조직이 사회적기업이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게 막는 제도다. 사회적기업의 본질적 속성인 독립성과는 배치된다. 이에 등록제 전환 과정에서 민간의 주도성을 어떻게 살릴지도 고민이다. 하재찬 충남 사람과경제 상임이사는 “시민사회 주도성을 갖기 위한 차원에서의 등록제 개편 논의가 새로운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기협에 따르면, 사회적가치 성과 지표를 통한 기업 평가 과정에서도 민간이 자율적으로 주체가 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 새로운 법인격 도입·유형 다양화에 대한 고민 필요

현행 인증제를 법인격 신설 없이 등록제로 전환하면 사회적기업의 난립이 예상되며, 이는 10년 이상 유지해온 사회적기업 브랜드를 훼손할 위험도 있다. 이에 전환을 계기로 사회적기업의 정체성과 법적 지위를 명확히 규정할 수 있도록 새로운 법인격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심옥빈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이사는 “사회적 목적사업이 주된 사회적기업들이 현재는 대부분 상법상 회사로 규정되어 확장·다양성을 저해하고 있다”며 새로운 법인격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행 사회적기업의 요건·유형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강민수 서울사회적기업협의회 정책위원은 “현재 요건·유형·제도로는 다양화되는 사회문제 해결하는 기업들을 받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5. 논의·준비 부족 등 충분한 공론화의 장 없다 

등록제 전환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현장 내에서 가장 많이 나온 우려 중 하나가 충분한 논의의 장이 없었다는 점이다. 노대명 박사는 한 보고서에서 “제도변경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사회적기업의 생태계 변화 등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라 우려했다. 지역 주체들의 불안감은 더 크다. 윤봉란 사회적협동조합 살림 센터장은 “등록제가 시행되면 지자체, 권역지원기관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 된다”며 “시행 전 인력 증원, 예산 확보 등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등록제 준비 과정 시 인증 사회적기업 등의 적극적인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6. 등록제 전환을 계기로 사회적경제 정체성 논의 본격화해야  

등록제 개편을 계기로 사회적경제 개념과 정체성 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등록제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등록제가 본격 추진되는 현 시점에서 중장기적 관점의 정책 방향을 세워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장대철 카이스트 교수는 “등록제 전환 여부를 떠나 여러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인증의 목적이 무엇인지, 사회적기업 관점에서도 고민해보면 좋겠다”며 “인증 방식에서도 인증과 관련된 다양한 업무와 기능을 정부가 민간과 공동으로 수행하는 방안 등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근본적인 고민을 요구했다.   

8일 토론회에서 등록제 전환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변형석 한기협 대표(오른쪽)과 길현종 길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사진=이우기 작가

현재 고용노동부는 '사회적기업 육성법' 개정안을 8월경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현장에서 쏟아지는 여러 우려에 대해서는 “등록제 전환 준비와 동시에 우려들에 대한 보완대책 병행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경제 진영 내에서도 정책 변화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무조건적인 비판보다는 더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변형석 한기협 대표는 “입법돼도 적용되는데 1년 반이 걸리고 이번 국회에서 될지도 의문이다”며 “하지만 이번 전환을 어떻게 기회로 만들 건지 현장에서 더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길 연구위원도 “여러 우려들이 있지만 지금은 등록제 전환에 더 고민을 쏟을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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