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미세먼지, 매일 마시는 커피로 줄일 수 있어요” 
“지긋지긋한 미세먼지, 매일 마시는 커피로 줄일 수 있어요” 
  • 양승희 기자
  • 승인 2019.03.18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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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호철 포이엔 대표, 폐기물처리업‧탄소배출권 갖춘 녹색기업
연간 15만톤 나오는 커피박, 스타벅스‧매일유업과 계약해 고형연료 생산
발열량 높고 연기 적어 온실가스↓…땅콩껍데기‧깻잎대도 ‘바이오매스’로
이호철 포이엔 대표를 'H-온드림 오디션'을 주관하는 사단법인 씨즈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호철 포이엔 대표를 'H-온드림 오디션'을 주관하는 사단법인 씨즈 사무실에서 만났다./사진=권선영 에디터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유난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8년 커피(생두) 수입량은 14만 3800톤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11조 7400억 원 정도로, 인구 5177만 명이 1년 동안 마신 커피의 수를 헤아리면 약 265억잔, 1인당 연간 512잔 꼴로 소비하는 셈이다. 

커피를 마시면 반드시 나오는 게 있는데, 바로 원액을 추출하고 남은 잔여물이다. ‘커피박’이라 불리는 원두 찌꺼기를 사용하는 방법은 탈취나 방향, 화분 거름, 기름때 제거 등에 소량으로 쓰는 게 대부분이다. 1년에 15만톤 씩 나오는 커피박을 ‘연료’로 탈바꿈시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녹색 소셜벤처 ‘포이엔’이 있다.

온실가스‧중금속 줄이는 비료‧농약 업체로 시작…커피박 연료로 확장

포이엔은 기후변화 대응기술 전문기업으로, 농업‧원예‧조경 분야에서 환경 개선을 목표로 2011년 8월 설립됐다. 저탄소 비료, 친환경 농약, 고형연료 등을 제조해 판매한다. 회사명 ‘포이엔(4EN)’에는 토양생태계 복원(ENvironmental), 토양미생물 풍부(Enrich), 토양 온실가스 저감 강화(strENgten), 사회적가치 수행(ENterprise) 등 4가지 목표를 담았다. 

대학에서 생태조경학을 전공한 이호철 대표는 기후변화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 화학에너지로 사용가능한 생물연료(바이오매스)를 통해 탄소를 줄이는 기술과 제품을 만든다는 목표로 포이엔을 창업했다. 온실가스와 중금속을 낮추는 비료, 토양개량제, 농약 등을 개발해 농림축산식품부에 ‘녹색기술’ 인증을 받아 판매했으며, 현재 주력 상품 역시 이들이다.

포이엔은 커피를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에 숯을 배합한 고형연료를 개발해 특허로 출원했다.
포이엔은 커피를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에 숯을 배합한 고형연료를 개발해 특허로 출원했다./사진=포이엔

‘커피’라는 재료에 관심이 생긴 건 몇 년 전 아내가 카페를 차리면서다. 이 대표는 “카페 일을 도와주면서 하루에도 몇 kg씩 버려지는 원두 찌꺼기에 눈이 갔다”고 말했다. 앞서 커피박을 고형연료로 선보인 사례는 국내외에서 여럿 있었지만, 포이엔은 연구와 개발을 통해 독자적 방식의 ‘커피탄 숯’을 만들어 특허까지 받았다.

커피박 연료의 장점은 기름 성분이 15% 정도라 발열량이 높다는 것이다. 화력이 뛰어나면서도 불꽃이 적게 튀어 안전하게 사용 가능하다. 또한 압착이 아닌 붕어빵처럼 몰드 안에 넣어서 굽는 방식을 택해 완전 연소를 이끌어 연기 발생을 줄인다. 연기를 줄인다는 것은 대기에 유해한 탄소 배출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폐기물처리업’ 면허 받아 월 25톤 생산…민간 최초 탄소배출권 승인 

이호철 대표는 지난 2월 'H-온드림 데모데이'에 참여해 투자자들에게 포이엔의 사업을 소개했다./사진=씨즈
이호철 대표는 지난 2월 'H-온드림 데모데이'에 참여해 투자자들에게 포이엔의 사업을 소개했다./사진=씨즈

포이엔은 2016년 공식적으로 ‘폐기물처리업’ 면허를 받고, 매일유업과 스타벅스에서 매월 각각 300톤과 100톤의 커피박 수급 계약을 체결했다. 대형 업체를 통해 원두 찌꺼기를 대량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다. 이를 가공해 길쭉한 ‘펠릿’ 형태의 연료로 만들어 농가에 난방용으로 납품하거나 커피콩 모양의 숯으로 제작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소비자용 상품은 디자인 면에서도 주목을 받아 지난해 여름 캠핑족에게 인기리에 팔렸다.

지난달에는 제2회 H-온드림 데모데이’에 엑설러레이팅 부문에 참가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발표하기도 했다. 향후 연간 고형연료 1만톤을 생산해 매출 25억을 낸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 대표는 “아직 커피박 연료를 산업용으로 납품한 적은 없는데, 데모데이를 통해 몇 기업에 투자를 받고 납품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현재 1달에 25톤 정도 생산하고 있는데, 수요만 있다면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포이엔의 사업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해 4월 농업 부문 민간 기업에서는 최초로 ‘탄소배출권’ 승인을 받으면서다. 탄소배출권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이를 할당받은 기업은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을 주식처럼 한국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다. 커피박 연료로 석탄연료(석탄‧석유)를 대체하는 내용으로 승인받은 포이엔은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해 1톤당 5만원의 수익을 얻고 있다.

미세먼지 해결? 석탄연료 일부 대체 가능…일상에서 분리수거 중요

포이엔은 코이카 CTS 프로그램을 통해 미얀마에서 땅콩껍데기로 만든 고형연료를 선보였다./사진=포이엔
포이엔은 코이카 CTS 프로그램을 통해 미얀마에서 땅콩껍데기로 만든 고형연료를 선보였다./사진=포이엔

커피박 연료로 연기발생, 탄소배출 등을 줄이면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 문제도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까. 이 대표는 “발전소, 제철소 등 석탄 연료를 수천만 톤씩 사용하는 곳에서 봤을 때, 커피박 연료의 양은 턱없이 적은 게 사실”이라면서 “전체가 아닌 일부를 대체한다고 했을 때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나 기업이 아닌 개인 차원에서 미세먼지를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이 대표는 “한국이 분리수거를 잘하는 국가로 꼽히지만, 비닐이나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사용률이 높고 종이와 비닐이 섞인 복합적 포장재가 너무 많다”며 “분리수거가 안 되면 그대로 소각돼 미세먼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종이와 비닐을 제대로 떼서 버리는 등 분리수거만 잘해도 재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훨씬 커진다는 점을 폐기물처리업체로서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포이엔은 커피박 외에도 땅콩껍데기, 깻잎대, 고춧대 등 버려지는 농업 부산물을 바이오매스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코이카 혁신적 기술프로그램(CTS)에 선정돼 미얀마에서 땅콩 껍데기로 고형연료를 만들어 보급하는 사업을 함께 진행 중이다. 현재 연료로 쓰는 나무를 대체해 무분별한 벌목을 줄이고, 탄소 배출량도 줄여간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친환경, 온실가스 감축 등을 내걸은 기업이 많은데, 포이엔은 누구나 객관적이면서 타당하게 인정할 수 있도록 계량화, 정량화한 수치를 제시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사진=권선영 에디터
이 대표는 "친환경, 온실가스 감축 등을 내걸은 기업이 많은데, 포이엔은 누구나 객관적이면서 타당하게 인정할 수 있도록 계량화, 정량화한 수치를 제시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사진=권선영 에디터

앞으로 포이엔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크게 2가지다. 먼저 국내에서 2030년까지 농업 부문  온실가스 5.2%(BAU‧배출전망치 대비) 감축을 목표로 하는데, 이 중 1.7% 감축에 기여하는 것이다. 또 미얀마 사례처럼 외국 정부를 상대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술이나 제품을 판매하는 ‘해외전문 조달업체’가 되는 것이다.

“커피박을 재활용하는 업체로 많이 알려졌는데, 사실 커피라는 소재보다는 탄소를 줄이는 기술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창업할 때는 순수하게 영리를 목적으로 시작했고, 사회적‧환경적 가치도 같이 창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소셜벤처’라는 자각 없이 사업을 해왔는데, 이제는 소셜벤처라는 타이틀을 붙여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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