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음을 증명하고자 합니다.”, “사회 구성원으로 정정당당하게 인정받고 싶습니다.”
 
2019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된 ‘살아있네 강랜푸드 협동조합’이 공모 사업계획서를 쓰면서 팀을 소개한 글 중 일부이다. 코미디프로그램에 나오는 장난 끼 어린 “살아있네!”가 아닌, “나 여기 살아있습니다.”라는 절실한 메시지가 협동조합 이름과 사업계획서 곳곳에 담겨 있다.

이 협동조합은 지난해 6월 설립됐다. 강원랜드도박중독관리센터(KLACC : 센터장 이관복, 이하 중독관리센터) 단도박 프로그램을 통해 도박을 끊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하는 이들이 간절함을 담아 만들었다. 지난해 8월 강원랜드희망재단 창업지원 사업에 선정된 데 이어, 올해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됐다.

이들의 비전은 도박을 끊고,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협동조합을 통해 이를 이뤄내고, 협동조합이 과거 자신들이 걸어왔던 그 길에서 똑같이 지금 방황하는 이들에게 안식처가 됐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문제의 당사자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KLACC, 협동조합 교육을 시작하다

중독관리센터가 단도박 프로그램의 하나로 협동조합 교육을 시작한 것은 2016년 가을부터이다. 중독관리센터 조상희 전문위원은 “단도박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필요를 위해 사업에 몰두하다보면 치유과정에도 도움이 되고 또한, 사회복귀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한, 협동조합을 하려면 필요에 따른 결사가 이뤄져야 하고, 이 결사는 가족 등과 관계가 단절된 이들에게는 삶을 서로 보살필 수 있는 새로운 관계망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자신의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자존감 증대와 생활자립을 모색할 수도 있다.

중독관리센터에서는 이를 위해 협동조합 정의부터 시작해 법인을 설립하는 방법, 협동조합에 걸맞은 사업계획과 수입·지출 예산을 수립하는 방법, 조직을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방법, 정부 지원 사업 준비 방법 등 협동조합과 관련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강원랜드희망재단 등 중독관리센터 외 기관에서 펼치는 사업을 연계하고 있다.
 
강원랜드도박중독관리센터는 2016년 가을부터 단도박 프로그램의 하나로 협동조합 교육을 꾸준히 진행, 현재 4개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졌고 강원도형 예비 사회적 기업 지정을 준비중에 있다. 사진은 중독관리센터 입구 모습.
 
‘탄광촌의 봄’을 공연하다

문화창작소 광부댁 협동조합은 오는 27일 오후 2시 사북복지관에서 ‘탄광촌의 봄’이라는 작품을 공연한다. 사회적 기업인 ‘(주)영화제작소 눈’의 강경환 감독이 연기 지도 등을 했다. 지난 2월 14일 제1회 정기공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공연이다. 협동조합의 주 사업은 문화기획과 연극 공연사업이다. 이 조합 역시 지난해 7월 만들었고 강원랜드 희망재단 창업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단도박 후 협동조합 교육을 받은 이가 발기인과 이사로 참여하여 지금은 행정 실무 등을 맡아 보고 있다.

중독관리센터가 협동조합 교육을 시작한 후 이를 매개로 만들어진 협동조합은 4개이다. 강랜푸드와 광부댁 이외에도 ‘하이원대리운전 사회적협동조합’이 있다. 현재 중앙부처에 인가 신청을 해 놓은 상태이다. ‘취약계층 고용형’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대리운전 사업이 안정화 단계에 이르면 청소, 세차, 마트운영 등을 통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게 이사장과 조합원의 포부다.
 
담비협동조합은 2017년 6월에 가장 처음 만들어진 협동조합이다. 비누, 샴푸, 향초 등의 생산판매와 중독현장 예방과 초보예방 활동 등의 사업을 정관에 담았다. 조합원 참여 부족과 조직 운영 미숙으로 지금은 잠시 소강상태에 있다. 그렇지만 현재 자기 필요가 있는 조합원을 중심으로 사업과 조직을 다시 정비해 새롭게 시작하려 준비 중에 있다.
강원랜드도박중독관리센터는 도박중독자의 단도박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진행한 진로탐색 프로그램 진행 모습.
 
4개 협동조합이 연합회 만들어 공동 사무국 꾸린다

이들은 한 결 같이 이야기한다. 협동조합이 너무 어렵다고. 이들이 느끼는 어려움의 실체는 ‘행정’이다. 협동조합 생산 활동에 직접 참여하면서 태어나 처음 접해보다시피 하는 행정까지 봐야하니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업계획을 쓰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들이 함께 교육을 받으며 고안해 낸 것이 ‘공동 사무국’을 꾸리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중 4개 협동조합이 연합회를 만들고, 연합회가 행정지원 등을 담당하는 공동 사무국 역할을 맡으면 협동조합이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각 협동조합에서 조금씩 연합회를 지원하고, 여기에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인력 지원사업을 연계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각 조합과 각 조합의 조합원이 주인으로서 결정을 하면 공동사무국은 이를 집행하는 관계이다.
 
6월, 예비 사회적 기업 지정에 도전한다

이와 함께 4개의 조합은 6월에 2차로 있을 강원도 예비 사회적 기업 지정에 도전할 계획이다. 문화창작소 광부댁 협동조합은 이미 예비 사회적 기업 지정 준비를 마쳤고, 살아있네 강랜푸드 협동조합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진행 과정에서 예비 사회적 기업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 하이원대리운전 사회적협동조합은 인가가 나면, 사회적협동조합인만큼 지정이 한층 더 수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담비협동조합 역시 조합원과 조직, 사업 정비가 완료되는 대로 창업지원사업 공모와 예비 사회적 기업 지정 등을 준비할 계획이다.

공동사무국이 꾸려져 지원체계가 확립되고 4개 조합이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 받으면, 카지노가 있는 정선지역의 고질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그룹으로 변모할 수도 있다는 희망이 싹트고 있다.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관계형성이 우선”
 
중독관리센터에서는 지난달 26일 올해 첫 협동조합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데 이어, 지난 7일과 8일에는 양평군 청운면 여물리 체험마을에서 1박2일 협동조합 워크숍을 진행했다. 첫 교육과 워크숍의 핵심 내용은 ‘나의 필요 찾기’였다. 돈에 대한, 앞으로의 삶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현재 가장 자신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탐색해 보는 것이다. 그 필요를 찾고 구성원들과 소통을 해야 결사할 수 있고, 그 결사를 바탕으로 협동조합 사업을 일궈야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이다. 한 참가자는 “사업이 잘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협동조합이 잘되려면 먼저 서로의 처지와 당장 각자가 필요한 것을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라며 “소통해서 서로를 이해해야지만 이에 맞는 사업도 잘 선택하고 사업 성공을 위해 다 함께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도박을 위해 진행되는 중독관리센터 40여개 프로그램 중 하나인 협동조합 교육 프로그램이, 이들 역시 살아있음을, 살아야함을 증명하는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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