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율이 있어 낭송하면 리듬감을 느낄 수 있다. 비유적 표현을 통해 사물을 표현한다. 묘사한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글쓴이의 생각이나 감정을 함축적 언어를 사용해 드러낸다."
문학의 갈래 중 ‘시(詩)’의 특성을 나열한 것이다. 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각 시대의 사회상은 물론 작가의 생각, 감정, 느낌을 가장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글로 꼽힌다. 한국 역사의 암흑기인 일제강점기에도 시로써 ‘독립’을 꿈꾼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록됐다.
올해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이하 사업회)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쓴 시를 모아 책을 냈다. 신간 ‘피로 묵(墨) 삼아 기록한 꽃송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발행한 기관지 ‘독립신문’에 실린 시 178편을 모아 발간일 순으로 정리한 시집이다.
‘시’와 ‘독립운동가’의 만남이 다소 어색할 수도 있지만,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조국 해방의 과정에서 축시, 추도시, 감상시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사업회 측은 “짧은 시에 응축된 감정의 조각이 당시의 분위기를 고증해낼 뿐 아니라 역사를 품고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발간 이유를 밝혔다.
1919년 8월 21일 창간한 ‘독립신문’은 국한문판으로 화·목·토요일 주3회 발행했다. 사장 겸 주필에 이광수, 출판부장에 주요한을 비롯해 안창호, 이유필, 이광수, 김규식, 박종화, 신채호 등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이들이 발행한 신문은 상해 등 중국 관내를 비롯해 국내, 만주·연해주·미주 등지에 배포돼 독립운동에 관한 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했다.
‘독립신문’에는 여러 편의 시가 실렸는데, 대표적 형태가 ‘축시(祝詩)’였다. 창간, 신년, 3.1절 등을 축하하기 위해 지은 시들이 신문을 장식했다. ‘추도시’에는 독립운동 과정에서 죽은 이들을 생각하며 기리는 내용이 담겼으며, ‘감상시’에는 조국이 망한 설움과 동포들의 희생, 독립을 향한 다짐, 해방에 대한 희망, 고향에 대한 그리움 등 작가의 감정과 서정이 녹아있다.
시를 쓴 인물들은 ‘독립신문’을 발행하던 인사들이나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 글을 투고한 일반 독자들로 모두 독립운동가였다. 그러나 이 중에는 이광수, 주요한 등 후일 변절해 일제에 협력한 이들도 있다. 사업회 측은 “시를 발표한 당시에는 독립운동에 참여해 활동했으므로 그대로 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집에 실린 178편의 작품은 한국 근대문학을 이해하는 데도 의미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조선총독부의 검열을 받아야 했던 국내와 달리 국외 전선에서는 상상력과 표현이 비교적 자유로워 작가들의 언어가 여과 없이 담겨 있는 덕분이다. 책 제목의 구절이 담긴 일우(一雨)의 시를 감상하며 당대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떠올려보자.
반만년(半萬年) 길게오는 우리역사(歷史)가/ 국수(國粹)를 보전(保全)코져 목숨바리신/ 지사(志士)와 의인(仁人)들의 피로묵(墨)삼아/ 기록(記錄)한 페지페지 꽃송이로다 - ‘순국제현추도가(殉國諸賢追悼歌)’
책을 엮은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는 2004년 9월 창립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활동 기록과 생존자들의 증언을 수집·보존·연구하는 일에 힘써왔다. 이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을 목적으로 전시, 학술대회, 출간 활동 등을 이어왔다. 지난해 음악제 ‘콘서트&오페라 백년의 약속’, 영화제 ‘2018 레지스탕스영화제’, 다큐멘터리 음악극 ‘길 위의 나라’를 잇달아 주최했으며, 오는 4월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선포식’을 열 예정이다.
◇피로 묵(墨) 삼아 기록한 꽃송이=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지음, 한울 펴냄. 335쪽/ 2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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