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엑셀러레이팅을 요청하는 소셜벤처들은 각양각색의 요소들로 스스로의 매력을 열심히 설명합니다. 제 판단이 어떤지와 상관없이 그들의 열정과 삶은 진짜 값진 것이기 때문에 첫 만남에서는 되도록 길게 듣는 편입니다. 그게 내가 취할 수 있는 창업자들에 대한 최대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가끔은 정말 듣기 어렵거나 답답하고 안타까울 때도 물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금까지 겪었던 지원사업이나 수상 경로들을 줄줄 늘어놓는 상황입니다. 무슨 수상을 했고, 육성사업을 했고,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신청할 예정이고 이런 것 말입니다.

최근 몇 년은 단연코 역사상 소셜벤처에게 가장 많은 지원사업과 투자금이 존재하는 때입니다. 이는 몇몇 소셜벤처에게는 성장의 기회를 넓혀주고 지지대로서의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몇몇에게는 가짜 안도감을 제공하는 함정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부가 만들어 놓은 경로와 사회가 주는 칭찬이 우리가 쟁취할 무언가로 바뀌는 순간 함정에 빠집니다. 뭔가 레벨을 쌓다보면 좀 더 나아지고 괜찮아질 것 같이 생각될 때가 있기는 하죠. 특히 우리나라처럼 모두가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고 취업을 하고 결혼은 하는 경로에 집착하는 경우에는 어떤 경로를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창업은 그 정체성 자체가 일반적인 경로에서 꽤 벗어난 일입니다. 그런데 이 창업에, 그것도 소셜벤처 창업에 뛰어든 청년들이 지원사업과 그 경로 설정에 휘둘리는 것은 상당히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물론 그만큼 두려운 일이니 그나마 안정적인 흐름을 찾는다는 관점에서 생각하면 공감 못할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창업은 형식만 적절히 따라한다고 해서, 경로를 잘 밟아간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닙니다. 언제나 변화하는 시장과 고객에 맞추어 대응하고 거기에서 열매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최근 몇 년은 단연코 역사상 소셜벤처에게 가장 많은 지원사업과 투자금이 존재했다. 사진은 서울숲 소셜벤처 엑스포 혁신경연대회./사진=성동구

그렇다면 우리가 가야할 길은 무엇일까요? 아이디어랩의 빌 그로스(Bill Gross)는 TED 강연에서 자신이 경험한 100개 회사의 성공 요소를 제시합니다. 놀랍게도 42%에 해당하는 기업이 성공 요인으로 ‘타이밍’을 지지한다고 발표를 합니다. 다들 자금이나 아이디어, 혹은 비즈니스모델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첫 자리를 차지한 것은 타이밍이었습니다. 당연히 우리는 다른 요소들도 잘 챙기면서 무엇보다 이 타이밍을 관리해야 합니다. 지원사업의 스케쥴이 아니라 사업과 시장이 만들어내는 타이밍 말입니다.

그러나 타이밍은 아쉽게도 내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여지가 좀 작습니다. 외부 요인이 상당히 차지하니까요. 물론 시장과 고객을 변화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이 타이밍을 다루는 가장 흔한 방법은 소위 업계에서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존버’입니다. 오래 버틴다는 뜻인데요. 미래에 우리에게 기회가 도래하리라 믿고 준비하는 것이 창업의 시작이라면, 이에 최고의 성공 요소인 타이밍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그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죠. 

다시 강조하건데, 창업을 시작하셨다면 안전한 경로는 없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가치있는 이유는 우리가 기존의 무엇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원사업이건 뭐건 안전해 보인다면 그것은 도리어 함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각자의 길을 가되 좋은 선배의 조언이나 함께 걸어갈 동료를 아끼시고, 우리를 이 어려운 길에 뛰어들게 만든 첫 마음을 기억하며 ‘존버’하는 것이 우리에게 좀 더 즐거운 여정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타이밍을 마주하는 그날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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