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공정무역에 대한 정리를 다음과 같이 한 바 있다. 

1. 공정무역은 새로운 방식의 대안적 경제를 만들어내는 도전이고, ‘학교(school)’와 같은 역할을 한다. 공정무역은 새로운 방식의 국제적 공급 사슬을 창조하는데 성공했다. 

2. 공정무역은 두 가지 과제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창조적으로 스스로를 재정비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고, 다른 하나는 같은 가치를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는 시점에 와 있다. 스스로를 재정비하고 타인과 연대와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다. 

3. 왜 스스로를 재정비해야 하는가? 자기가 어디에 서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운동은 자신의 힘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연대와 협력이 성공을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

4. 공정무역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공정무역운동은 ‘tell me’의 초기 단계를 거쳐 인증 중심의 ‘show me’를 지나 지금은 마을운동과 민관 거버넌스 중심의 ‘with me’의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5. 현 단계에서 공정무역의 원동력은 사회적경제, 로컬푸드운동과 결합한 ‘공정무역마을운동’이다. 공정무역은 커뮤니티 운동으로 진화하면서 공정무역마을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금 시기에 공정무역운동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시민사회와의 협력과 민관 거버넌스 구축이다. 

현 단계에서 공정무역운동의 가장 큰 특징은 변화의 중심축이 공정무역마을운동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증의 시대에서 마을운동 시대로의 이동이다. 한국의 공정무역운동 역시 공정무역마을운동(Fair Trade Town Movement)으로 변화 발전하고 있다. 

어디에나 무지한 자들은 있다. 그런 인간들은 공정무역을 사업으로 이해하거나 먹고사는 방편으로 생각한다. 맥락을 모르고 자기가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위에서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정리했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 좌표를 찍어야 한다. 한국 공정무역운동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전망이 필요하다. 

작년 2018년은 한국 공정무역운동의 분기점 혹은 ‘질적 도약의 해’라고 평가할 만한 해였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민관 거버넌스를 조직하여 지역사회 밀착형의 ‘공정무역 포트나잇’이라는 지역 캠페인을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지난해 열린 경기도 공정무역 포트나잇./사진제공=경기도

경기도 10개 도시에서 아이쿱, 두레생협, 한살림, 아름다운가게, YMCA, 다양한 시민사회단체, 의회 지방정부 등과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무려 보름 동안 행사를 진행했다. 

‘공정무역 포트나잇’ 기간에 무엇을 했을까? 강연, 공연, 판매, 티파티, 저개발국 생산자와의 대화, 국제 컨퍼런스 등이 10개의 시·군에서 벌어졌다. 이것은 이전의 운동과 어떻게 궤를 달리하는가? 

이전에는 공정무역단체들이 개별적으로 허공에 뜬 활동들을 해왔다.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공장무역을 제안했다. 당연히 성과는 축적되지 않고 힘만 드는 운동을 해왔다. 

그러나 ‘공정무역 포트나잇’을 통해 지역사회와 결합한 새로운 운동모델을 만들어낸 것이다. 허공에 뜬 운동이나 캠페인은 아무 소용이 없다. 지역사회에 뿌리 내리지 못하는 사업은 성공할 수 없다. 

공정무역은 지역사회에 강력한 아젠다를 제공한다. 공정무역은 시민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제시한다. 공정무역은 생협,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 지역에서 연대할 수 있는 ‘가치의 장’을 만들어낸다. 

결국 2019년과 이후의 5개년 계획은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것, 커뮤니티 운동을 전개하는 것, 민관 거버넌스의 바람직한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 사업의 규모화를 이루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특히 서울 지역과 경기도 지역에서 시·군·구별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협력을 조직하는 일, 시민사회와 공동의 캠페인을 마련하는 일, 지방정부와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주체가 되는 협의체 조직을 만드는 일, 강력한 성공사례나 베스트셀러 상품을 만드는 일 등이 올해의 주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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