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폐렴 예방주사? 폐렴구균 예방주사!

2달 전부터 오른쪽 옆구리부터 날갯죽지 사이가 뻐근하셨다는 분이 진료실에 오셨어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아프시다는 그 위치에 뭔가 이상한 덩어리가 보였습니다. 혹시나 폐암일까 싶어 얼른 영상의학과에서 CT를 찍으시도록 하였는데, 다행히 폐암보다는 폐렴인 것 같다는 소견이 나왔습니다. CT 소견을 설명드리면서, 폐렴인 것 같지만 2달 후에 다시 CT를 찍어서 폐암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셔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였습니다.

엑스레이를 보며 폐암일까 가슴이 조마조마했던 제 마음이 한시름 놓인 것과는 달리, 그 분의 표정은 의아하기만 합니다.

“폐렴이요? 저 폐렴 예방주사 맞았는데요?”

“아, 폐렴 예방주사가 아니고요, 폐렴구균 예방주사입니다.”

더 의아한 표정입니다.

“그게 뭐가 달라요?”

폐렴구균은 세균(박테리아)의 한 종류로, Streptococcus pneumoniae라고 합니다. 폐렴(pneumonia)이라는 단어가 그 이름 안에 들어가 있을 정도로 폐렴을 많이 일으키기는 하지만, 폐렴만 일으키는 균은 아닙니다. 영유아에서 중이염, 부비동염, 인후염, 뇌수막염의 원인이 되고요, 만 65세 이상이 어르신들에게서 폐렴을 잘 일으킵니다. 그래서 이 폐렴구균 예방주사는 만 2세 이전까지, 그리고 만 65세 이상에서 예방접종이 권유되고 있습니다. (면역이 약하거나 폐질환 가능성이 높은 분들은 만 50세 이상에서) 그러니 폐렴구균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해서 폐렴에 걸리지 않는 것은 절대 아니랍니다! 폐렴 예방주사라기보다는 '폐렴구균 예방주사'라고 기억해주세요.

2. 뇌수막염 예방주사가 2가지예요?

"고등학생 아들이 이제 미국으로 유학을 가려는데요, 맞아야 할 예방접종이 있을까요?"

"예방접종 수첩을 확인해야 하겠지만, 우선은 A형 간염, 파상풍, 뇌수막구균, 독감 정도를 추천드릴 수 있어요."

"뇌수막염 예방주사 맞았어요, 또 맞아야 하나요?"

"혹시 아이가 어렸을 때 맞았나요?"

"네, 아마 그럴 걸요."

흔히 뇌수막염 예방주사라고 하는 것은 2종류입니다.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b(Hib)라고 하는 세균에 대한 예방주사가 있고, 수막구균(Meningococcus)에 대한 예방주사가 있습니다. Hib는 영유아 시기가 지나고 나면 뇌수막염을 잘 일으키지 않습니다. 역시 부비동염, 중이염, 인후염의 주된 원인이 되지요. 하지만 수막구균은 20대 이후까지도 뇌수막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이 흔하게 발생하는 국가가 아니라, 국가예방접종 체계 안에서는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에 대한 접종은 무료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Hib는 영유아 무료접종 대상 백신입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 유럽, 중동 등지도 유학을 가는 젊은 분들에게는 (특히 기숙사 생활을 할 거라면!!)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예방주사를 권하고 있지요.

둘 다 흔히 뇌수막염 예방주사라고 불려지고 있어서 헷갈리기가 쉬운데요,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도우미 사이트'에 들어가면 공인인증서를 통해 자신의 예방접종 이력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제 예방접종을 맞으실 때는, 이 사이트에 꼭 등록해달라고 요청하세요. 맞았던 예방주사를 또 맞지 않고, 필요한 예방접종을 빠뜨리지 않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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