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공연 중 2019년 관객을 만나는 작품들을 시대별로 정리했다./디자인=유연수

일제강점기는 한국 역사에서 가장 아프고 치열했던 때로, 그 어느 때보다 극적인 사건들이 많이 일어난 시기이기도 하다. 훗날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 콘텐츠가 나왔다.

올해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문화계 곳곳에서도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 중 올해 무대에 오르거나 스크린에 상영되는 공연과 영화를 역사의 흐름, 주요 사건에 따라 정리해봤다. 

# 이토 히로부미 저격한 안중근의 일생, 뮤지컬 ‘영웅’

안중근 의사의 독립운동 과정을 담은 뮤지컬 '영웅' 공연 장면./사진=에이콤

1904~1905년 한국의 지배권을 두고 벌인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면서 일본은 한국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한다. 1905년 일본은 강제로 ‘을사늑약’을 맺어 외교권을 박탈하고 대한제국에 대한 영향력을 점점 확대해나간다. 1909년 안중근 의사(1879~1910)은 동지 11명과 죽음으로 구국투쟁을 벌일 것을 손가락을 끊어 맹세하고 ‘동의단지회’를 결성한다, 그해 10월 26일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가 만주 하얼빈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처단을 결심한다.

뮤지컬 ‘영웅’에서는 러시아 연해주에서 갓 서른 살이 된 조선의 청년 안중근을 비롯한 독립군이 ‘단지동맹’을 맺고 결의를 다지고, 만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는 상황을 다룬다. 안중근이 조국을 향한 헌신을 다짐하는 ‘장부가’, 일본 법정에서 부르는 ‘누가 죄인인가’ 등 가슴을 울리는 넘버로 유명하다. 배우 정성화, 양준모가 타이틀 롤을 맡아 무대에 선다. (3/9~4/21,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 육군 제작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국군 장병 배우들 총출동 

독립군 이야기를 다룬 육군 제작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공연 장면./사진=쇼노트

1910년 일본은 대한제국을 완전한 식민지로 만든다는 내용의 조약을 강제로 체결한다. 8월 29일 경술국치조약으로 한국은 역사상 처음 국권을 상실하게 된다. 일제의 탄압이 나날이 거세지자 국내외에서는 항일 독립운동단체가 만들어지는데, 1907년 결성된 비밀결사 ‘신민회’가 대표적이다. 신민회는 교육, 출판, 산업진흥 등 다양한 활동으며, 독립군 양성을 위해 1911년 서간도 지역에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2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는 1910년대를 배경으로 신흥무관학교를 둘러싼 인물들의 치열한 삶을 다룬다. 육군이 제작에 참여한 창작 뮤지컬로 독립군 특유의 강렬한 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해 역동적인 넘버와 절도 있는 군무로 극을 구성했다. 실제 국군 현역 장병이기도 한 배우 지창욱, 고은성, 강하늘, 조권, 김성규, 이진기 등이 참여해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청춘들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전한다. (2/27~4/21, 광림아트센터 BBCH홀)

# 3.1운동 100주년, 전국의 ‘만세운동’ 조명한 영화 3편

유관순 열사의 생을 담은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1919년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저항해 전 민족이 참여한 항일 독립운동이 일어난다. ‘3.1운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유관순 열사(1902~1920)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특히 유관순을 집중 조명한 작품들이 많이 나왔다. 충남 천안 출신인 유 열사는 3.1운동 이후 만세운동이 전국에 퍼지자 아우내 장터에서 군중에게 태극기를 나눠주고 시위를 주도하다가 체포돼 감옥에서 온갖 고문을 받다가 순국했다.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유관순이 머물렀던 서대문 형무소 여옥사 8호에서 벌어진 일을 담아냈다. 배우 고아성이 유관순을 연기했으며, 흑백 화면으로 인물들의 감정을 극대화했다.(2/27 개봉) ‘1919유관순’은 유관순과 함께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을 오가며 당시 시대상을 직설적이고 사실감 있게 담아냈다.(3/14 개봉)

1919년 만세운동이 확산되던 4월 15일, 수원 제암리에서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일본군이 제암리 주민 30여 명을 교회에 몰아넣고 총격을 퍼부어 집단 학살하고, 민가에 불을 질러 집을 태우고 무고한 사람들을 타죽게 만든 일이다. 일제의 만행에 분노한 캐나다 선교사 스코필드는 참혹한 광경을 사진으로 찍어 미국 언론에 보내 전 세계에 알린다. 제암리 사건을 다룬 영화 ‘꺼지지 않는 불꽃’은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

# 1920년대 국내외에서 벌어진 사건 다룬 ‘전투’ ‘엄복동’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스틸컷./사진=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1920년대 만주, 연해주 등 국경 일대에서 항일투쟁이 본격화한다. 1920년 6월 7일 독립군 연합부대가 중국 지린성 봉오동에서 일본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둔 ‘봉오동 전투’가 대표적이다. 당시 일본군 사망자는 157명, 부상자는 200여 명에 이를 만큼 크게 이긴다. 봉오동 전투를 계기로 같은 해 10월 청산리 전투에서도 일본군을 대파했다. 봉오동 전투가 일어난 4일을 조명한 영화 ‘전투’는 배우 유해진, 류준열을 주연으로 캐스팅했으며, 올해 개봉한다.

비슷한 시기 국내에서는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경기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고,동아시아를 제패한 선수 엄복동(1892~1951)이 화제였다. 1913년, 1923년, 1928년 열린 3번의 경기에서 우승하며 당시 조선인들의 억눌린 가슴을 달래줬다.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은 1920년 5월 2일 경성시민대운동회에서 일본에 항의하며 우승기를 꺾은 사건에 독립군들의 활약을 더한 픽션으로 재구성했다. 배우 정지훈, 강소라, 이범수, 민효린 등이 출연한다.(2/27 개봉)

# 시대를 아파한 시인의 부끄러움과 괴로움…‘윤동주, 달을 쏘다’

윤동주 시인의 일생을 담은 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 공연 장면./사진=서울예술단

1930년대 일본은 지배력을 더욱 확장하기 위해 중일전쟁을 일으키고, 전쟁에 수행할 물자를 확보하기 위해 1938년 4월 ‘국가총동원법’을 시행하기에 이른다. 전시통제법에 따라 일제의 인적?물적 자원의 수탈은 최정점에 이르고, 노동력·물자·자금·시설·사업·물가·출판 등이 통제되고 강제 징용 및 징병도 무분별하게 이뤄진다.
 
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는 시대를 아파한 시인 윤동주(1917~1945)의 젊은 날을 다룬다. 1938년 북간도에서 경성으로 온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를 다니며 조선어 강의를 듣고, 우리말로 시를 쓴다. 혼돈의 역사와 참담한 현실 속에 부끄럽고 괴로워하던 그는 절필과 시 쓰기를 반복하며 ‘서시’ ‘별 헤는 밤’ ‘자화상’ ‘참회록’ ‘십자가’ 등 작품을 남긴다. 가무극에서 윤동주의 생과 그가 남긴 시를 만나볼 수 있다.(3/5~17,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 해방 전후의 삶, 계속되는 비극 다룬 ‘여명의 눈동자’ ‘1945’

해방 전후를 배경으로 역사적 비극을 다룬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포스터./사진=수키컴퍼니

중국 본토까지 침략하며 파죽지세를 이어가던 일본의 기세는 1940년대 꺾인다.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국이 승리하고 1945년 5월 7일 독일이 항복한다. 끈질긴 항전을 이어가던 일본 역시 같은 해 8월 15일 항복하면서 한국은 무려 35년간 이어져온 일제의 지배에서 벗어나 광복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해방 이후에도 미국과 소련의 지배가 이어져 남과 북으로 나뉘고 6.25 전쟁이 일어나는 등 우리 민족의 비극은 계속된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일제의 지배가 막바지에 이르던 1944년을 배경으로 한다. 해방과 전쟁 등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뒤엉킨 조선인 학도병과 일본군 위안부의 사랑을 그린다. 동명 소설과 드라마로도 제작됐으며, 이번에 처음 무대에 오른다.(3/1~4/14, 디큐브아트센터) 국립오페라단은 1945년 만주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가던 사람들이 조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재민(戰災民) 구제소로 모여드는 이야기를 담은 창작 오페라 ‘1945’를 준비했다. 작가 배삼식, 작곡가 최우정, 연출가 고선웅, 지휘자 정치용 등이 참여한다.(9/27~28,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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