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최남선이 기초한 〈독립선언서〉는 너무 어렵다. 독립운동사 전공자인 필자도 읽기가 꺼려지는 문장이다. 100년이 지난 오늘도 우리는 그 원문 낭독을 고집하고 있다. 과연 그 뜻을 제대로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시대가 바뀌면 문장도 현대어로 고쳐 읽는 게 순리일 것이다. 지금부터 90년 전 재불 독립운동가 서영해는 1929년 파리에서 간행한 한국역사소설《Autour d'une vie coréenne》(어느 한국인의 삶)에서〈독립선언서〉전문을 불어로 번역해 실었다. 원문의 뜻을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번역한 이 선언서는 프랑스 대중들의 커다란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선언서를 통해 프랑스인들은 한국이 어떤 나라이며, 왜 독립운동을 벌였는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서영해는 한국의 역사문화와 독립운동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서술했으며,〈독립선언서〉는 그것의 결론이었다. 선언서에서 천명한 ‘정의와 양심’, ‘자유와 독립’, ‘인도와 평화’는 곧 한국 독립운동의 정신이자 철학이었다. 서영해가 불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한국어로 옮겨 보기로 한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지하 복도 벽면에 새겨진 독립선언서.

 

독립선언서는 1929년 파리에서 출간된 한국역사소설 '어느 한국인의 삶'에 전문이 실렸다. 저자 서영해가 불어로 번역한 독립선언서는 원문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읽혀, 프랑스 대중들의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은 서영해가 불어로 번역해 '어느 한국인의 삶'에 실은 독립선언문.

〈독립선언서〉

우리는 한국(조선)이 독립국임과 한국인이 자주 민족임을 선언한다. 이 선언을 세계만방에 널리 알려 인류 평등의 대의를 분명히 세우려 한다. 또 이를 자손만대가 깨우치게 해 민족의 독자적 생존권을 영원히 누리게 하려 한다. 

이는 5천년 역사를 지녀온 민족으로서 마땅히 선언하는 것이며, 2천만 민중의 충성이 하나가 되어 밝히는 것이다. 우리의 독립선언은 민족의 영원한 자유와 발전, 인류의 양심과 세계 개조의 대세에 맞추어 나가기 위한 발걸음이다. 이는 하늘의 지시이며 시대의 추세이다. 그리고 전 인류의 공동 생존권을 위한 정당한 발동이므로, 어느 누구도 이를 막고 억누르지 못할 것이다.

한국의 수천 년 역사에서 침략주의 강권주의에 나라를 빼앗긴 희생은 처음이었다. 일본의 압제에 뼈아픈 괴로움을 당한지 10여 년이 지나는 동안 한국 민족은 기본적 생존권마저 빼앗긴 채 정신적으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받았다. 민족의 존엄과 영예에 커다란 손상을 입었을 뿐 아니라, 한국 민족의 독창성이 세계 문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잃어야 했다. 

슬프다! 

과거의 억울함을 떨치고, 현재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미래의 위험을 방지하려면 민족 독립을 확실케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독립은 눌려 쪼그라진 민족을 장대하게 만들 것이며, 국가의 위신과 도리를 바로 세울 것이다. 또 개개인의 인격을 정당하게 발전시키며, 가엾은 자녀들에게 부끄러운 현실을 물려주지 않고, 자자손손 영구하게 완전한 경사와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오늘날 인류 공동의 양심이 정의와 인도를 내세우는 이때, 2천만 전 민족이 한마음으로 굳게 결심하면 어느 강자라 할지라도 물리치지 못하고, 무슨 뜻인들 이루지 못하겠는가?

우리는 강화도조약 이후 때때로 저지른 일본의 배신에 죄를 물으려 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학자나 정치가들은 한국 고유의 문화를 멋대로 날조해 자기들의 것인 냥 가로채고, 유구한 문화민족을 야만족으로 멸시하는 정복자의 탐욕을 드러낼 뿐이었다. 한국의 문화와 민족을 능멸했다고 해서 일본의 의리 없음을 꾸짖으려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격려하기에 바쁜 우리는 남을 원망할 겨를이 없다. 현실을 극복하기에 급한 우리는 옛날 일을 갖고 응징하거나 시비를 가릴 겨를도 없다. 오로지 우리는 자기 건설을 이루려는 것이지, 결코 남을 파괴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정당한 양심에 의거해 우리의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는 것이지, 묵은 원한과 일시적 감정으로 남을 내쫓고 물리치려는 것이 아니다, 일본 정치가들의 낡은 사상과 잘못된 무력으로 저질러진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잡고 올바른 근본을 되찾으려는 것이다. 

당초 한국이 원하지 않았던 합방의 결과는 무력에 의한 위협과 민족적 불평등, 거짓 등을 초래해, 두 민족 사이에 화합할 수 없는 원한의 골만 깊어졌다. 

지금이라도 일본은 과단성 있게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이해와 동정에 의한 새로운 판국으로 나가는 것이 서로의 화를 쫓고 복을 부르는 일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원한과 분노에 쌓인 2천만 민족을 무력과 위압으로 누르는 것은 동양의 평화를 구하는 길이 아닐 뿐 아니라, 4억 중국인의 경계와 공포를 불러 일으켜 결국에는 동양이 모두 망하는 비참한 운명에 이를 것이 명확하다.   

오늘날 한국 독립은 한국인의 정당한 생존과 번영뿐이 아니라 일본이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 동양 평화를 위한 역할을 맡게 하는 것이며, 중국을 일본 침략의 공포심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동양 평화는 나아가 세계 평화와 인류 행복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이 어찌 사소한 감정상의 문제라 할 수 있는가?

아!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위력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오고 있다. 과거 한 세기 동안 키워온 인도적 정신이 이제 막 새 문명의 밝아오는 빛을 인류 역사에 비추기 시작했다. 온 세계는 새봄을 맞이해 만물의 소생을 재촉하고 있다. 혹심한 추위로 숨 막히게 꼼짝 못한 것이 지난 시절의 형세라 하면, 따뜻한 봄바람과 햇볕에 원기와 혈맥을 떨쳐 펴는 것은 지금의 형세이다. 천지의 운수와 세계의 새로운 조류에 힘입은 우리는 아무 주저할 것도 없으며, 아무 거리낄 것도 없다.
우리는 천부의 권리와 생명의 왕성한 번영을 누릴 것이며, 풍부한 독창력을 발휘하여 봄기운 가득한 천지에 순수하고 빛나는 민족문화를 꽃피울 것이다.

우리는 이에 떨쳐 일어났다.  

양심이 우리와 함께 있으며, 진리가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남녀노소가 어둡고 답답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삼라만상의 힘찬 생명과 함께 새로운 부활을 이루어 내고 있다. 조상의 신령이 우리를 돕고, 세계의 형세가 우리를 밖에서 보호하고 있으니 시작이 곧 성공이다. 다만 앞길의 광명을 향하여 힘차게 곧장 나아갈 뿐이다.

공약3장
1. 오늘 우리의 이번 거사는 정의, 인도와 생존과 영광을 갈망하는 민족 전체의 요구이니, 오직 자유의 정신을 발휘할 것이요, 결코 배타적인 감정으로 정도에서 벗어난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
1. 최후의 한 사람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민족의 정당한 의사를 당당하게 발표하라.
1. 모든 행동은 질서를 존중하며, 우리의 주장과 태도를 어디까지나 떳떳하고 정당하게 하라.

한국 건국 4252년 3월 1일
한국민족대표
33인의 서명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