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의 과학 허세’ 표지 이미지./사진=동아시아

지구온난화, 미세먼지, 인공지능, 가상화폐…? 뉴스에서 쏟아지는 각종 주제를 들여다보면 ‘과학’을 모르고서는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학창시절 이후로 과학은 배워본 적도 없고 깊이 있게 알기를 포기해버렸으니, ‘이게 무슨 말인가’ 혹은 ‘그냥 그런가 보다’라고 반응을 할 수밖에. 

그런데 과학 관련 화제가 나왔을 때 “내가 이건 좀 알지”라며 허세를 부릴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분명 과학을 주제로 했는데 쉽고 친절하며 발랄하고 유쾌하기까지 한 신간 ‘궤도의 과학 허세’다. ‘아는 척하기 좋은 실전 과학 지식’이라는 부제대로 어디 가서 기죽지 않고 한 마디 보탤 수 있는 별의별 과학 지식들을 전한다.

‘궤도’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연세대 천문우주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천문연구원, 청와대 과학기술 분야 정책자문위원, 서울예술대학교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했다. 인공위성 궤도를 전공해 ‘궤도’라는 예명을 쓰며 아프리카TV ‘곽방TV’, 팟캐스트 ‘과장창’, 유튜브 ‘안될과학’ 등 여러 플랫폼에서 과학 관련 콘텐츠를 소개해 대중에게 알려졌다.

저자는 과학을 ‘브로콜리’에 비유한다. 처음 녹색의 단단한 날것 상태인 브로콜리를 보고 두려움까지 느꼈지만, 굴소스로 볶은 브로콜리 요리를 먹고는 신세계를 경험한다. 그는 “과학도 브로콜리처럼 처음엔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이지만, 굴소스 같은 새콤달콤한 양념이 더해진다면 누구나 친하게 다가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책은 연애, 이상형, 다이어트, 음주, 맛집, 반려동물 등 친숙한 주제부터 블랙홀, 심해, 돌연변이, 힉스 입자, 양자역학 등 묵직한 과학 개념을 아우른다. 저자는 실제 생활에서 겪은 경험이나 떠오른 생각들을 풀어내는 것을 시작으로, 과학의 개념과 원리로 연결해 자연스럽게 일상과 과학의 경계를 허문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의 과학’ 편에서 저자는 “정말 살 빼고 싶다. 이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는 건 당신도 충분히 알 것이다”라며 공감대를 산 뒤,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신경세포 ‘현기증 뉴런’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는 식이다. ‘힉스의 과학’ 편에서는 이사 왔을 때 무(無)의 상태였던 집에 빵 부스러기, 머리카락, 먼지 등 쓰레기들이 쌓이는 상황을 묘사하며, 시간도 공간도 아무것도 없는 우주에 맨 처음 나타난 ‘힉스 입자’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저자는 “이 책으로 과학의 ‘깊이’를 깨우치는 건 어려울지도 모른다”면서도 “그저 가볍게 지나가다 들르는 편의점에 진열된 뚱뚱한 바나나 우유 같은 과학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할 때, 호기심이라는 빨대를 꽂아 쪽 한 모금 빨아 마시면 입 안 가득 달콤한 과학이 터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바나나 우유 같은 책 한 모금에 호기심을 해결하고, 허세 한 줌도 부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궤도의 과학 허세=궤도 지음, 동아시아 펴냄. 296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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