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활용가능 자원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사회적경제, 활용가능 자원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 라현윤 기자
  • 승인 2019.02.27 0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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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6년 간 사회적경제정책 연구해온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박근혜-이명박-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사회경제 활성화 의미 커"
"정부,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사회적경제가 해온 역할 고려해야"

사회적기업 고용 실태조사, 사회적기업 등록제 개편, 사회적기업 평가지표 개발 등 사회적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진행된 굵직굵직한 정책 연구에 빠지지 않았던 연구원이 있다. 2013년부터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사회적경제, 사회서비스 분야에 대한 정책연구를 맡아 온 길현종 연구위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일찍이 사회적경제 분야를 연구해온 황덕순·김혜원 박사와 호흡을 맞추며 이 분야 정책연구자로 활동한지 올해로 7년차다. 

오랜 기간 사회적경제 분야의 정책을 연구해온 길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대한 강도가 더 높아졌다며 올해를 “여러 혼란이 있더라도 양적으로 더 확장돼야 하는 시기”라고 규정했다. 

길 연구위원은 현재 사회적경제를 둘러싼 전반적인 정책 환경이 사회적경제 발전에 긍정적인 만큼 사회적경제기본법 개정이나 등록제 개편 등 법·제도 등의 변화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이나 제도를 바꾸지 않고도 활용가능한 모든 자원을 이용해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20일 길 연구위원으로부터 사회적경제의 정책 변화에 대한 고민을 들어봤다.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사진=권선영 기자

 - 사회적경제 분야 정책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다.   

2013년 한국노동연구원으로 오면서 제일 먼저 맡았던 연구가 사회적경제 성과분석 과제였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대인서비스, 비영리조직 등을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회서비스, 사회적경제로 연결되었다. 그 후로도 사회적기업 실태조사, 사회적가치 성과지표 개발 등 황덕순 박사와 함께 정책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해왔다. 

- 문재인 정부 들어서 사회적경제가 국정과제로 채택됐다. 정책 변화를 체감하나. 

이전 정부나 현 정부 모두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대한 의지나 방향은 동일했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협동조합 활성화에 적극적이었다. 다만 현 정부 들어서는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대한 강도가 더 높아졌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개별 영역을 넘어 사회적경제로 확장되면서 생태계 강화에 더 적극적이다. 상징적으로 청와대 내 사회적경제 비서관을 신설하고, 국정과제로 선정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보가 높아진 관심을 반증한다.     

- 적극적인 행보의 하나로 15개 부처가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모두 나섰다. 

전 부처가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적극 나서는 모습에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부처라 다른 부처에서 상상할 수 있는 사회적 접근 방식을 잘 모를 수 있다. 다른 부처도 마찬가지다. 사회적경제는 ‘사회’와 ‘경제’를 균형 있게 가져가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다.  전 부처가 관심을 가져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 긍정성도 있지만 전 부처가 나서다 보니 전달체계가 복잡하고 협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는데. 

그런 우려들이 많다. 분명 장기적으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지금은 양적으로 더 많이 확장되고 더 많은 부처가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기다. 사회적경제가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전달에만 제한되지 않기 위해 지금은 환경, 문화 등과 같은 사회이슈에 따라 더 넓혀야 하는 단계다. 더욱이 올해는 지난해까지 각 부처가 발표한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이 본격화되는 시기고, 실제로 성과가 나와야 하는 국면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더 많은 정부기관들이 관심을 가지고 폭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사회적경제가 양적으로 더 발전되면 그때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 올해 예상되는 중요한 정책 아젠다를 꼽는다면. 

3가지를 꼽고 싶다. 우선 가장 중요한 건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사회적경제기본법이다. 사회적경제조직을 지원하고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등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법적 근거이자 정책적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법이 통과되면 사회적경제 정책 실행에도 큰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회적경제 4대 영역(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으로 부각되지 않던 소셜벤처가 새로운 영역으로 등장했다. 일자리, 사회서비스 전달, 지역공동체 강화라는 사회적 역할을 넘어 더 다양한 사회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주체들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분명 반가운 일이다. 올해 소셜벤처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된다. 기보에서도 이러한 계획을 가지고 있고, 한국노동연구원에서도 올해 소셜벤처 노동자의 근로환경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기업 인증제의 등록제로 개편도 올해의 중요한 정책 변화다. 

- 등록제 개편에 대해 언급했는데, 정부는 지난해 11월 '제3차 사회적기업 육성 기본계획(2018~2022)'을 통해 등록제 전환을 예고했다. 개편 후 많은 변화가 예상되면서 현장의 우려들도 많은 듯하다.

지난 1월에 진행된 공청회에서도 잠깐 얘기드렸는데, 사회적기업 확장과 다양성 측면에서는 분명 등록제 전환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등록제 도입에 따라 우려되는 폐단(위장 사회적기업 등장, 중간지원기관의 인력 등 준비 부족 등)에 대해서는 정부도, 현장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수정·보완해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가야 한다. 특히 사회적기업 평가지표의 경우 등록제 개편의 핵심 이슈인 만큼 더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건 등록제는 법률의 개정을 필요로 하기에 사회적기업 발전에 직접적인 정책은 아니다. 즉, 등록제가 아니라도 사회적기업 확대와 다양성을 넓힐 수 있는 정책 대안(인증제 자체의 개편, 사회적기업 진출이 부족한 사회문제 해결 영역에 대한 지원 등)들이 있으니 이를 통해 현행 인증제 문제를 개선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 평가지표 측정이 더 중요해진다 전망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사용 중인 측정지표를 개발한 장본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처음 이 연구를 시작할 때 TF팀을 꾸려서 정부, 진흥원, 한국노동연구원(김혜원, 황덕순 연구원)이 함께 논의해서 나온 결과물이 현재 진흥원에서 사용 중인 지표다. △사회적성과 △경제적적성과 △혁신성과 3가지 측면에서 14개 측정지표를 만들었다. 앞으로 등록제가 도입되면 어떤 기업에 지원할지 판별을 위한 도구로 평가 지표가 더 중요해지기에 평가지표를 효율적으로 잘 활용하면서도 현장에서 불편함을 덜 느끼는 방향으로 보완·확대되어야 한다. 더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이번에 제대로 된 걸 만들어보면 좋겠다. 

지난해 9월 열린 ‘제7회 사회적경제 정책 포럼’에서 사회적경제 일자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길 연구위원.
지난해 9월 열린 ‘제7회 사회적경제 정책 포럼’에서 사회적경제 일자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길 연구위원.

- 사회적경제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일자리’다. 직접 진행한 사회적기업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해 한 포럼에서 발표하며, 사회적경제를 양질의 일자리라고 평가했다. 

그렇다. ‘국내 사회적경제는 일자리 논의와 함께 성장했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적경제를 일자리 창출의 정책 수단으로만 볼 수는 없지만 일자리가 사회적경제의 중요한 과제다. 현재도 사회적경제의 가장 큰 순기능은 고용 창출, 고용 안정, 유휴인력 활용 등에 기여하는 것이다. 

실제 사회적기업 실태조사를 통해 일반 기업들과 여러 차례 비교연구한 결과도 그랬다. 사회적경제조직에서의 일자리가 질이 낮다는 인식이 있으나 여러 연구 결과 이는 편향된 인식임을 확인했다. 

평균임금을 제외하고는 취업안정성, 인사 공정, 의사 소통, 근로 시간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기존 일자리보다 근로자들의 만족도가 높고 긍정적 측면이 많았다. 2015년 기준 사회적경제기업 종사자는 36만8268명(2017년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 자료)에 이른다. 전체 종사자의 과반을 차지하는 농협, 영농조합법인 등을 제외하고도 현재 사회적기업의 기업 당 평균 근로자 수는 23.7명(2016년 기준)이다. 이는 자영업자 등과 비교했을 때도 그리 적은 수가 아니다.

임금 또한 일반 근로자에 비해 평균 임금 수준은 낮지만, 보다 평등한 내부 임금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여성 및 장애인에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일자리의 질에 있어서도 노조가 있는 기업이 3.3%에 불과하지만, 상당수 기업에서 민주적 의사결정구조가 구현되고 있었다. 근로자들 스스로도 일에 대한 만족도가 일반 기업들에 비해 높았다. 2017년 사회적기업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점 만점에 만족도가 3.92점인데 반해, 2016년 일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3.40만이 만족했다. 

- 그럼에도 과제도 있을 듯하다.

물론이다. 일반 기업보다는 양질의 일자리지만 아직 과제가 많다. 기업 입장에서는 일터혁신을 통해 민주·협력적 기업문화를 지속해나가는 동시에 기업의 혁신과 생산성 향상의 노력도 필요하다. 시민사회와 협력을 통해 기부나 자원봉사 등의 추가적 자원 확보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도 민간위탁 단가 현실화 등 제도개선을 통해 질 좋은 일자리 구현 토대 마련 등이 필요하다.

-질 높은 사회서비스 전달 조직으로도 초기 사회적경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 정부에 섭섭함이 있다. 최근 사회서비스원 설립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측면에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그동안 사회적경제가 사회서비스 전달조직으로 사회적 역할을 해왔던 성과를 인정하고 민간-공공 사이에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고민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현재 논의에서는 빠져있다. 그동안 이 분야 근로자들의 낮은 임금과 떨어지는 서비스의 질 등을 고려했을 때 질 좋은 고용과 사회서비스의 질을 담보해온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주길 바란다.   
  
- 사회적경제 정책이 더 발전하기 위해 현 정부에서의 과제라면. 

우선 다양한 사회문제를 포괄할 수 있는 보다 많은 주체들이 이 영역으로 들어와서 양적으로 규모가 더 커졌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정부부처들이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경제가 내실 있게 확장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 사회적경제 정책연구자 입장에서 종사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우선은 내가 정책연구 일을 하다 보니 이 분야를 연구하는 분들에게 얘기하고 싶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사회적경제 분야에 대해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지만, 정책에 도움이 되는 리서치라든지 실제 정책과 바로 연결되는 연구는 많지 않다. 또한 국내에 사회적경제 전체를 포괄하는 통합적 자료도 없다. 과거 사회적경제 전체 일자리 질에 대한 연구를 할 때도 그런 자료가 부족해 어려움이 많았다. 더 많은 연구자들이 정책에 도움이 되는 연구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사회적경제 현장에는 두 가지를 얘기하고 싶다. 하나는 정부가 내놓는 정책에 더 관심을 가지고 정부나 정책연구자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잘못하는 부분에 대해 얘기했으면 한다. 그러면서 함께 성장하길 바란다.  또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이나 등록제 개편 등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정책이나 제도, 법 등에 대해 바라볼 때, 결과만 기다리며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현재 사회적경제를 둘러싼 전반적인 정책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경제 발전에 긍정적이다. 이러한 환경을 고려해 법이나 제도가 바뀌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걸 먼저 고민해야 한다. 현재 활용가능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올해는 반드시 세컨드 전략을 추진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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