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하거나 노동력을 잃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육체노동자의 '노동가동연한(노동에 종사해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령의 상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에 따라 보험금 지급액 상승, 정년 규정 상향 등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박모씨 부부가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총 2억5 416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깨고 '노동가동연한을 65세로 상향해 손배배상액을 다시 계산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박씨 부부가 4살 아들과 수영장을 방문했다 아이가 풀장으로 떨어져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가족들은 수영장의 설치·운영자 및 안전관리책임자를 상대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때 원고는 "피해자의 일실수입(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벌 수 있었던 수입 상실액)을 계산할 때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아온 견해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고,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대법원은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을 유지해왔다. 30년 전인 1989년 12월 55세였던 노동가동연한을 60세로 상향한 바 있으며, 해당 사건의 1~2심 판결도 이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의견을 달리한 것에 대해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적 구조와 생활 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고, 법제도가 정비·개선됨에 따라 기존 가동연한을 정한 판결 당시 경험칙의 기초가 됐던 제반 사정들이 현저히 변했다"며 "원심은 막연히 종전의 경험칙에 따라 피해자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제시한 근거는 국민 평균수명이 2017년 기준 남자 79.7세, 여자 85.7세로 추정되고, 현 고용보험법이 적용되지 않는 나이나 각종 사회보장 대상자가 될 수 있는 나이 등이 65세로 정해져 있다는 것 등이다. 대법원은 "원심은 막연히 종전의 경험칙에 따라 피해자의 가동연한을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보험금 지급액이 늘어나 보험료 상승이 예상되며, '60세 이상'으로 규정된 현행 정년 규정도 상향해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은 하급심별 엇갈리는 판단으로 혼선을 빚어왔다. 대법원의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새로운 경험칙에 따라 이를 만 65세로 인정해야 한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에 따라 육체노동자의 '정년'과, 통상 60세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출하고 있는 보험업계의 파동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대법관 12명과 대법원장 전원이 기존 가동연한을 상향조정해야 함에 동의했지만, 9명의 대법관은 만 65세에 동의해 다수의견을 이뤘고,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이동원은 만 63세로 인정, 대법관 김재형은 만 60세 이상으로 포괄 선언해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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