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를 소재로 한 영화는 전 세계 685편에 이르는데, 위안부를 다룬 작품은 아직 36편 정도예요.”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담은 영화 ‘귀향’으로 주목받은 조정래 감독의 말이다. 2016년 개봉한 ‘귀향’이 300만 관객을 넘고 위안부에 대한 인식이 퍼지면서 같은 소재의 ‘눈길’ ‘아이캔스피크’ ‘허스토리’ 등이 연달아 제작됐다. 영화는 피해 사실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던 국내외 수많은 관객에게 우리의 역사를 알렸다.

영화의 힘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낀 대목이다. 책에 적힌 글 몇 자보다 대중에게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하니 말이다. 한국 역사를 다룬 영화, 드라마, 공연, 전시, 책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콘텐츠가 더 많이 나온다면 어떨까.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는 뜻깊은 연도이니 더욱 그렇다.

영화 '암살' 중 한인애국단의 사진을 재현한 장면.

‘독립운동’에 대해서는 부끄럽게도 학창시절 역사 시험에 답하기 위한 답으로 외우고 잊어버린 것이 대부분이다. 독립운동가에게 크게 감동한 계기는 영화 덕분이었다. ‘암살’ ‘밀정’ ‘동주’ ‘박열’ 등을 보며 멀게만 느껴지는 위인이 아닌, 평범하고 친숙한 인간으로서 그들의 삶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1930년대 중국 상해를 무대로 활동한 ‘한인애국단’의 윤봉길, 이봉창 의사가 요인 암살을 앞두고 남긴 사진이다. 손에는 폭탄과 권총을 들고, 목에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적을 도륙하겠다”는 자필 선언문을 건 채 태극기 앞에서 찍은 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죽음 앞에서 울기보다 웃기를 택한 이들의 모습은 ‘암살’에서 재현됐다.

3.1운동 하면 절로 떠오르는 유관순 열사의 삶은 오는 27일 개봉하는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서 재조명됐다. 서대문형무소에 갇힌 그는 “하나뿐인 목숨, 바라는 것에 맘껏 쓰다 죽겠다”며 죽음을 불사한다. 영화로 본 유관순의 의지는 짐작만 하고 있던 것보다 더 굳건했다.

올해 제암리 학살을 소재로 한 ‘꺼지지 않는 불꽃’, 독립군과 일본군의 대립을 그린 ‘전투’ 등이 잇따라 개봉한다. ‘레지스탕스 영화제’에서는 반제국주의, 조국해방을 위해 힘쓴 세계 각국의 역사를 조명한다. 100주년을 맞은 2019년을 기점으로 더 많은 독립유공자가 발굴돼 이에 감명받은 창작자들이 의미있고 흥미로운 영화를 내놓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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