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있는 전문기술자가 필요한데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A 업체 대표
“기술은 있는데 알음알음 구직활동을 하니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요.” -B 숙련공

중소기업과 기술자 모두 구인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쪽이 서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둘 사이를 제대로 이어줄 플랫폼이 부재한 탓이다. 예비사회적기업 ‘기술자숲’은 현장 기술 분야의 구인구직 난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과 숙련공을 이어주는 ‘다리’를 자처했다.

기술자숲은 중장년 숙련기술자와 강소기업 간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지난 2016년 설립됐다. 앞서 건설기계 회사에서 재무 업무를 하던 공태영 대표(33)가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조선업, 제조업이 기울면서 현장에서 일하던 기술자들이 줄줄이 퇴직하는 것을 보고 지역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지난 1월 31일 전남 목포에서 열린 '숙련기술자 취업캠프'에서 공태영 기술자숲 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오프라인 ‘소개’ 통한 제한된 구직→온라인 ‘데이터’로 정확하게

숙련공들은 퇴직 후에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는데, 중소기업에서는 구인난에 시달린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공 대표는 “실업률이 높으면 구인난은 낮아야 하는데 이상하게 거꾸로 가는 현실에서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더욱이 결혼해 아이를 낳은 뒤 부모님 세대의 더 고민에 공감하게 되면서 특히 ‘중장년 일자리’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중장년 기술자들의 구인 방식을 들여다보니 지인 추천이나 오프라인 사설정보지, 인력사무소 등을 통한 소개가 대다수였다. 이처럼 한정된 경로를 통해 정보를 얻으면서 취업 성공률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공 대표는 “온라인을 통해 보다 다양하면서 확실한 취업 정보를 주고 구직자들의 플랫폼 활용력을 보완해준다면, 좀 더 빠르면서 안정적이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기술자숲은 숙련기술자와 강소기업 간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이다.

공 대표에 따르면 기술자숲이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에서도 기업과 기술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필요했다. 기업이 숙련공을 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경력(66%)인데, 구인 과정에 겪는 어려운 점은 적합 지원자 미발생(34%), 찔러보기식 묻지마 지원자 발생(28%)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기술자숲은 기업과 숙련공이 각자 자신의 정보를 온라인에 등록하면, 조건에 알맞는 기업과 지원자를 각자에게 소개해준다. 구직자의 이력 데이터를 분석해 일자리 정보를 매칭해주는 알고리즘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누적 데이터를 활용한 매칭 기술도 개발 중이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기업과 개인 중 유료 회원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받는 수익 모델도 구축했다.

기술자숲은 종이 이력서를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면 온라인 이력 정보로 변환해주는 등 '온라인 활용력'이 부족한 중장년층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청년층?사무직 위주의 취업 플랫폼…중장년층?기술직 연결 1200건 돌파

기존 취업 플랫폼은 청년층?사무직에 집중돼 중장년층 기술직들이 자신의 경력과 기술을 내세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 기술자숲은 직무, 경력, 자격증 등을 위주로 정보를 입력해 간편하면서 빠르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차별화했다. 공 대표는 “플랫폼 하나로 구인구직난 전체를 해소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정보가 부족해 구직 기회를 놓치는 일이 줄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기술자숲에서는 일자리 정보 1만 5000건을 제공했으며, 실제 기업과 기술자를 연결시킨 횟수는 1200건을 넘어섰다. 기술자숲을 이용한 구직자의 약 60%는 40~50대이고, 고등학교 졸업 후 취직해 10년 이상 경험을 쌓은 30대도 10% 넘게 차지한다. 공 대표는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기술자들의 장점에 대해 “무엇보다 경험과 실력”이라면서 “현장에서 가장 원하고 필요로 하는 보석 같은 능력을 숙련공들이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태영 대표는 "최근 원하는 제품을 직접 만들 수 있는 '메이커스페이스'가 확대되고 있는데, 지역 대학과 협업해 공간을 만들어 숙련 기술자들이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방안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4년 차를 맞이한 기술자숲은 플랫폼 서비스를 넘어 숙련공들의 재취업을 위한 교육도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공 대표는 “은퇴세대 중 화이트칼라를 위한 재취업 프로그램은 많지만, 블루칼라를 위한 서비스는 드물다”며 “기술자숲을 통해 숙련공들이 재취업뿐만 아니라 창업 등 새로운 길로 도전할 수 있게끔 다양한 교육을 진행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앞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더 많은 숙련기술자들이 회사를 나오고, 제조업 같은 분야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 수 있을 거예요. 다른 기업에 재취업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전혀 다른 직업에 도전해보는 것도 답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기술자숲이 온?오프라인에서 숙련기술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게 꿈입니다.(웃음)”

사진제공=기술자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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