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드 메밀>은 평창 출신 남매가 평창지역특산물을 재료로 만든 특별한 빵을 맛볼 수 있는 빵집으로, 창업 10개월 만에 누적 매출 1억 원 이상을 달성하며 대표적인 청년창업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곳이다./사진출처=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블로그

'사람은 나면 한양으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옛말이 있다. 지금도 이 말은 유효하다. 아니, 서울 쏠림 현상은 과거보다 더 심해졌다. 산업이 무너진 지방도시를 떠나 서울로 이동하는 행렬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어느새 지역은 수도권의 대체재 혹은 차선의 공간으로 전락했다. 농촌 학교들의 상당수가 매년 폐교 위기에 놓인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어진 마을에는 노인세대만이 남아 쓸쓸히 마을의 명맥을 유지한다. 지자체들은 출산 비용을 높게 책정하고 지역청년을 붙잡겠다며 경쟁적으로 다양한 대책들을 쏟아내지만 근본 대책이 되지는 못하는 현실이다.  

지역의 성장 동력이 사라진지 오래다. 그 성장 동력을 찾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농촌유학'이라는 교육사업을 시작으로 산골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던 춘천 별빛사회적협동조합 윤요왕 대표는 “돈도, 자원도 부차적”인 것이라 얘기한다. 핵심은 사람이다. 인재가 있어야 돈도, 자원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에는 사람이 없다. 윤 대표는 “지역에 젊은 사람이 없다”고 호소했다.  

윤 대표가 거주하는 강원도는 그런 지역이다.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들이 부지기수다. 매년 2만여 명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난다. 인구 수 보다 산과 바다가 차지하는 면적이 훨씬 넓다. 과거 원료산업 등의 향수에서 여전히 벗어 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업체가 중소기업, 자영업 혹은 영세 소상공인이다.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게 녹록치 않은 지역이다. 

이런 강원도가 최근 변화로 꿈틀댄다. 지역 자원을 기반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청년들이 주축이 되고 있다. 지역농산물을 활용해 반려동물 수제 사료를 생산하고, 청정해변을 찾아내 국내 최초의 서핑전용 해변을 만들었다. 폐광지역의 유휴공간을 창업공간으로 재활용한 청년기업들도 있다. 전통적인 거대 산업은 아니지만 지역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생활문화형 창업 아이템으로 소확행, 워라벨 등 일과 휴식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현대인들의 욕구를 정확히 충족시킨다. 무엇보다 이들의 창의적인 아이템은 도시인들을 강원도로 불러들이는데 한 몫 하고 있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청년, 귀촌하는 청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청년들이 지역의 성장 동력을 만드는 일에 나설 수 있었던 힘, 서울이 아닌 지역에 머물도록 한 힘은 어디서 기인한 걸까? 청년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당사자들이 스스로를 주변부가 아니라 주체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정부의 청년 정책을 들여다보면 지역의 청년들은 취약계층 또는 수혜 대상인 약자라는 관점이 강하다. 청년 소상공인이 지역의 유일한 성장 동력이고 대안이라는 강력한 믿음으로 이들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강원도에 부는 변화의 바람, 그 중심에는 바로 이런 차별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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