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고양시 일산동구 하늘마을1단지에서 열린 ‘하늘벗 사회적협동조합 및 도서관 리모델링 개관식'에서 하늘벗도서관 다독상을 받은 아이들이 상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좋은 날에 왜 울어요~”

“10년 동안 입주민 문화생활 터전이던 도서관이 새단장을 하니 다들 감회가 새로워 그래요.” - 장희경 사서

한 공공임대아파트 내 자리한 작은도서관이 리모델링을 마치고 개관하는 날, 축사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이들마다 말을 맺지 못하고 울먹인다. 

지난 24일 고양시 일산동구 하늘마을 1단지에서 열린 ‘하늘벗 사회적협동조합(이하 ’하늘벗 사협‘) 및 도서관 리모델링 개관식’의 풍경이다. 이번 도서관 리모델링과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으로 하늘마을1단지는 활발한 주민활동을 기대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공공임대아파트인 하늘마을 1단지 내 주민들은 2009년부터 운영위원회를 꾸려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관리비에 도서관 운영비를 포함할 만큼 도서관에 대한 주민들의 애정이 큰 곳이다. 현재 등록회원 1200여 명, 연 프로그램 50여 개를 운영하며,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경기도 작은도서관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을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되는 편이었다. 
 

하늘마을1단지는 주민들이 단지 내 식물도감을 제작해 도서관에서 대출할 수 있게 하는 ‘하나들라’ 등 다양한 주민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주민들의 기대에 맞춰 프로그램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운영위원회가 협동조합 설립을 고려하던 중, 지난해 8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아파트형 사회적협동조합 시범사업에 하늘마을1단지가 선정됐다. LH가 공공임대주택 내 공동공간 리모델링과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해 공동체 활성화를 꾀하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육아와 가사 등 맞벌이 부부가 해결하기 어려운 사업을 주민공동으로 진행해 일?가정 양립을 돕는다. 

협동조합 설립과 운영에 대한 실무교육, 컨설팅은 경남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맡았다. 담당자들은 한 달에 2~3번씩 단지를 방문해 밀착 교육을 펼쳤다. 김윤미 경남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실장은 "하늘마을1단지는 주민들이 리모델링과 단합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며 "특히 주민들 중 아이들에게 교육을 할 수 있는 어머니들이 '제대로 해보자'며 참여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총 40여 곳의 임대주택단지를 방문해 선정한 2곳에 하늘마을1단지가 포함된 이유다. 
 

문재현 하늘벗 사협 이사장은 단지 내 도서관프로그램을 통해 육아로 쉬었던 1인 인형극을 다시 시작했다.

현재 사회적협동조합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하늘벗 사협의 조합원들은 교육을 기획하고 진행해본 경험자들이다. 출산과 육아로 쉬었던 1인 인형극을 다시 시작한 문재현 이사장을 비롯해 독서토론, 책놀이, 영어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 전문가 10명이 뭉쳤다. 이들은 아파트 내 문화?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사업 잉여금은 거주민 복지사업에 활용하게 된다. 문 이사장은 “이번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으로 이전보다 주민활동이 활발해지고 정부?지자체의 사업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LH 임대주택에 입주한 가정은 보통 평생 그 곳에서 살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어릴 때 도서관과 독서 프로그램을 이용하다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도서관과 멀어지는 게 안타깝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도서관을 청소년부터 젊은 부모, 노년 층까지 전 세대가 교류하는 돌봄 공간으로 꾸려가고 싶어요. 현재 청소년들이 장년층 사진을 찍어드리는 장수사진관, 주민영화관 등 주민참여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어요.” - 문 이사장.

장희경 도서관 사서는 "도서관 협회 등에서 강사를 초빙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강사비가 여간 많이 드는 게 아니다"라며 "사협이 잘 운영돼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풍부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늘벗도서관은 약 7000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40명의 주민들이 다녀간다.

"이번에 우리 도서관에 벽을 뚫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주민들이 도서관에 벽이 뚫린 것을 반기는 이유는 넓은 공동공간으로 통하는 새 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곳은 이날 행사가 진행된 공간으로, 도서관 복도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다. 문이 생기기 전, 동대표회의실로 활용되던 이 공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위험하고 번잡한 헬스장을 통해야만 했다. LH는 10평 남짓한 이 공간에 새 문을 내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도를 높였다. 

기존 주민모임 장소를 겸했던 장서고도 자연히 넓어졌다. 높이가 들쑥날쑥하던 10년 된 서가도 새 것으로 교체했다. 도서관을 방문한 한 어린이는 “학교 도서관보다 여기(하늘벗)가 읽고 싶은 책이 많은데, 넓어져서 책 읽기 좋다”고 말했다. 박정옥 임차인대표회장은 개관식 축사에서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기쁘다”며 “주민들의 필수 공간으로 자리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LH는 향후 4년간 100개 단지에 아파트형 사회적협동조합을 확대할 계획이다. 사진은 개관식에 참여한 오영오 LH 미래혁신실 실장

"오래된 주택단지 내에도 따뜻한 온기 가져오길"

오영오 LH 미래혁신실 실장은 “이번 사업은 기존 물리공간 제공을 넘어, 따스한 주민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새로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설계단계부터 주민공동시설을 구비하고 주민자치도 지원하고 있지만, 지어진 지 10년이 넘은 주택단지에도 공동체활동 지원이 필요해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LH는 올해 시범단지 운영을 모니터링, 성과를 반영해 향후 4년간 100개 단지에 아파트형 사회적협동조합을 확대할 계획이다. 오영오 실장은 “공공임대주택 내 사회적협동조합 운영으로 주민이 주도적인 공동체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길 바란다”며 “예산에 따라 올해에는 시범단지를 최대 20곳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 홍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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