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평화운동가로 활동한 김복동 할머니가 별세했다.

“지금 세계 각지에서 전시 성폭력 피해를 입고 있는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여성들을 돕고 싶습니다.”       -2012년 3월 8일, 나비기금 설립 기자회견에서 김복동 할머니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평화운동가로 활동한 김복동 할머니가 28일 밤 별세했다. 향년 93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는 “김복동 할머니가 지난 28일 오후 10시 41분 별세했다”며 “장례식은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시민장으로 한다”고 밝혔다. 김 할머니가 생을 마감하면서 이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총 23명만 남았다.

1926년 경상남도 양산에서 출생한 김 할머니는 만 14세가 되던 1940년 일본군 위안부로 연행됐다. 이후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일본군의 침략경로를 따라 끌려 다니며 성노예로 피해를 받다가 8년째 되던 1947년 22세 귀향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미국, 영국, 독일, 노르웨이, 일본 등 해외에 다니며 전쟁 없는 세상,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는 세상을 위해 활동을 펼쳤다.

김 할머니는 1992년 3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하며 인권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해 8월 제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증언했으며, 1993년 6월 오스트리아 비엔나 세계인권대회, 2000년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국제법정에 원고로 참여해 세계 곳곳에서 증언을 이어갔다.

이후에도 김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 회복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펼쳤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나비기금 설립(2012) △전쟁·무력분쟁지역 아이들 장학금 5000만원 나비기금에 기부(2015) △무력분쟁지역 성폭력 피해자 지원 및 활동을 위한 ‘김복동 평화상’ 제정(2017) 등이 대표적이다.

인권?평화 활동으로 김 할머니는 국경없는기자회?AFP ‘자유를 위해 싸우는 세계 100인의 영웅’ 선정(2015),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 국민훈장 수상(2015), 서울특별시 명예의 전당 선정(2017), 정의기억재단 여성인권상 수상(2017) 등에 이름을 올렸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소재로 2017년 개봉해 32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로도 알려졌다.

지난해 9월 김복동 할머니가 외교부 청사 앞에서 화해?치유재단의 즉각 해산을 요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섰다.

지난해 9월 암 투병 중에도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요구하면서 외교부 앞에 직접 나와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우리가 위로금을 받으려고 이때까지 싸웠느냐”며 “우리가 돌려보내라고 했으면 적당히 돌려보내야 할 텐데 정부는 아직도 해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수요집회에서는 “아베는 사죄하고 배상하라”고 일본 정부를 꾸짖기도 했다. 

1년여 동안 암 투병을 해오던 김 할머니는 3주 전부터 병원에 재입원해 마지막 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연 측은 “김 할머니는 수많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징으로, 국제사회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전시 성폭력 피해의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으로 국제여론을 이끌어냈다”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운동이 전 세계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을 하나로 결속시키며 피해 재발을 막는 데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빈소는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조문은 29일 오전 11시부터 가능하며, 발인은 2월 1일이다.

사진제공. 정의기억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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