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새활용 세상] 7. 생명도 '새 것’? 서체 디자이너들이 '킄바이킄' 창업한 이유
[신기한 새활용 세상] 7. 생명도 '새 것’? 서체 디자이너들이 '킄바이킄' 창업한 이유
  • 홍은혜 인턴 기자
  • 승인 2019.02.1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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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회사설립...'입양 권장' 반려견 옷 목표액 130% 펀딩 성공
업사이클링 옷 ‘달티’ 출시 임박
김재의·김영아 공동대표 “자체 디자인 서체·질높은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사회가치 전파할 터”

소비 만능시대. 쉽게 사고 버리는 탓에 지구는 온갖 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폐기물도 잘 활용하면 소중한 자원이 된다. 쓰임을 다해 버려진 물건들에 새 숨을 불어넣는 신기한 새 활용 세상을 소개한다.

킄바이킄은 핸드메이드 반려견 옷, 용품, 에코백 키링 등을 만든다. /이미지 제공=킄바이킄.

“‘새 것’만을 좋아하는 인식이 생명에게까지 적용되는 같아 마음이 아팠어요.”

수공예 서체디자인 상품을 만드는 기업 ‘킄바이킄’이 반려견 옷에 ‘Don’t buy it, adopt them(사지 말고 입양하세요)’이라는 문구를 새기게 된 이유다. 지난해 이 문구가 새겨진 반려견 옷은 텀블벅 펀딩에서 목표액의 130%가 모였다.  

김영아 킄바이킄 대표는 “단순히 아이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인형 정도로 여기고 어리고 예쁜 강아지를 ‘사서’, 키우는 데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면 버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아이들(강아지들)이 직접 유기를 막는 문구가 적힌 옷을 입고 다니면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의미가 전달될 것이라 생각해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킄바이킄은 직접 디자인한 서체를 제품 디자인에 활용한다. /사진 제공=킄바이킄.

킄바이킄의 공동대표인 김영아, 김재의 씨는 옷 디자이너도 동물보호단체 종사자도 아니었다. 두 사람은 9년 전 윤디자인연구소 입사동기로 만났다. 서체 디자이너였던 이들은 서체를 디자인해 납품하는 것을 넘어, 디자인 서체를 입힌 완성품을 만들고 싶어 지난해 3월 킄바이킄을 시작했다.

이들의 목표는 사회적 메시지를 직접 디자인한 서체로 표현하고, 이를 활용한 상품을 통해 메시지를 전파하는 것이다. 반려동물 옷은 그 시작이 된 아이템이었다. 이밖에도 에코백 키링, 반려견 용품 등 메시지를 가까이서 노출시킬 수 있는 실생활용품 위주로 개발하고 있다.
 

“퀄리티 포기못해 직접 만들기로 했다”

김재의(왼쪽), 김영아 킄바이킄 대표. /사진=홍은혜 인턴기자.

이들의 작업실인 새활용플라자 314호에는 자투리 천과 양말 고무줄, 친환경 소재들이 가득하다. 이 곳에서 상품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이 이뤄진다. 처음부터 핸드메이드를 고집한 것은 아니었다. 김재의 대표는 “처음에는 우리가 디자인만 맡고 공장에 제작을 맡기려 했지만 퀄리티에 대한 욕심에 핸드메이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아지들이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반복해서 입혀보고 완성한 패턴(옷본)을 들고 공장이란 공장은 다 찾아갔었어요. 그런데 공정이 표준화돼있다보니 저희가 원하는 디자인을 원하는 원하는 퀄리티로 만들 수 없다는 답변들만 돌아왔어요. 그래서 직접 만들었습니다. 봉제기술은 강의를 찾아다니며 배웠어요.” - 김재의 대표.

고객들도 타협하지 않은 제품력을 알아보고 있다. 지난해 5월 ‘서울 국제 핸드메이드 페어’에 참여했을 때는 한 고객은 “국내 브랜드에서 만족할 만한 제품을 못찾았는데 킄바이킄 것은 질이 좋다”며 페어가 열리는 3일 동안 매일 입장료를 내고 찾아와 컬러별로 구매해가기도 했다. 
 

“쓰이지 않은 원단, 작은 반려견 옷에 활용도 커”

킄바이킄이 올 봄 출시를 앞두고 있는 '달티'와 친환경 소재로 개발 중인 반려동물 목걸이. /사진=홍은혜 인턴기자. 

지난 9월 새활용플라자에 입주하게 되면서, 킄바이킄은 업사이클링을 본격 연구하게 됐다. 곧 업사이클링 라인 대표 상품인 ‘달티’를 곧 출시한다. 등에 달 모양의 동그란 천을 덧댄 디자인이 포인트다. 이 동그란 천에 사람의 옷을 만들고 난 자투리원단을 활용했다.  

달티는 기존 고객반응이 좋았던 디자인을 유지하되 자투리 원단을 이용한 것이다. 업사이클링 라인에도 ‘제품력’에 대한 철학은 변함없다. 김영아 대표는 “소비자들이 '업사이클링 제품임을 모르고 샀는데 알고보니 업사이클링 제품이네?’ 하고 생각하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업사이클링 제품은 제작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것도 많고 변수도 많아서 시장에서 밀려나기 쉽지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새활용 제품의 지속가능성에 필수라는 것이다. 

“아직까지 사람들은 자투리원단을 활용하면 ‘새 상품’이 아니라는 거부감을 가져요. 하지만 사람 옷을 재단하는 과정에서 ‘남은 부분’일 뿐, 낡고 더러워진 원단이 아니에요. 원래라면 버려졌을 부분을 디자인으로 ‘새활용’하는 거죠. 반려견 옷은 사이즈가 작아 자투리원단 활용도가 커요.” -김재의 대표

자투리 원단을 이용하면 기성제품과 달리 단 하나뿐인 맞춤형 제품이 탄생한다. 김재의 대표는 “봉제업체들에게서 다양한 패턴의 원단을 공급받게 되는데, 우선 원단이 들어오면 그걸 활용하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며 “디자인의 다양성이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게 자투리 원단을 활용하는 매력”이라며 웃었다. 

킄바이킄은 반려인의 옷을 적절한 사이즈의 패턴대로 재단해 반려동물의 옷으로 만든다. /사진 제공=킄바이킄.

자투리원단 뿐 아니라 반려인의 옷도 반려견 옷으로 재탄생한다. 주인의 체취가 반려견의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제가 출근 때문에 오랫동안 집을 비우면, 대박이(반려견)가 제 옷을 하루종일 뒤집어쓰고 다니더라고요. 그래서 안 입는 제 옷으로 옷을 만들어줬죠. 안 입는 옷도 활용하고 반려견 외로움도 달래줄 수 있어 일석이조라, 더 많은 사람들이 해볼 수 있게 참여 프로그램을 열었어요.” - 김영아 대표

킄바이킄은 작년 10월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플라스틱 없는 서울’ 행사에서 ‘자투리 원단으로 강아지 옷만들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시민들이 직접 가져온 옷과 현장에서 고른 원단을 활용해 자신의 반려견 옷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이었다. 시민들은 SNS채널 홍보를 통해 미리 옷을 챙겨왔다. 원단 재단과 바느질 등 기초작업을 시민들이 하고 두 대표가 완성해 집으로 배송했다. 

김재의 대표는 “한 분이 얼마 전 반려견이 세상을 떴다며 완성품을 유기견에 전달해달라고 한 것이 기억이 남는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행사에서 체험부스를 운영하려 한다”고 말했다. ‘내 옷으로 반려견 옷 만들기’는 현재 킄바이킄에 연락 후 사무실인 새활용플라자 314호에 방문하면 체험할 수 있다. 

“업사이클링+서체 디자인 주력 상품으로··· 사회적 메시지 전하는 기업 되고파”

자투리 원단을 활용해 만든 책갈피. 킄바이킄의 신상품은 새활용플라자 2층 마켓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에서 선보인다. /사진 제공=킄바이킄.

새활용플라자 입주는 업사이클링 소재와 기업철학에 대한 고민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용품, 소품 등에 쓰이는 재료들은 새활용플라자 지하 1층의 새활용 소재은행에서 구입한다. 포장재도 비닐에서 재생 가능한 종이로 바꿨다. 김영아 대표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만이 업사이클링 기업이 아니라 제작, 배송 등 기업활동에서 사소하더라도 친환경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도 업사이클링 기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킄바이킄은 앞으로 업사이클링 라인을 주력 상품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요즘에는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장난감 ‘가베’를 활용해 반려견 목줄을 개발하는 데 여념이 없다. 동시에 서체 디자인에 대한 열정도 놓지 않는다. 유기견 이슈에 이어, 또다른 주제의 문구에 서체 디자인을 입힌 2번째 텀블벅 펀딩을 준비 중이다. 

“‘킄바이킄체’도 만들어서 다양한 사회이슈에 대한 메시지를 제품에 표현해 널리 알리고 싶어요. 반려동물 옷이 그 시작이었는데, 아이템은 이슈에 적절한 아이템으로 확장해갈 거에요.” -김재의 대표.

‘자체 디자인 서체로 사회적 메시지를 표현하고 제품으로 이를 전달하는 기업’으로 모두에게 알려지는 것. 탄생 1주년을 앞둔 킄바이킄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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