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재)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 출범하면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금융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대기금 출범식에 이어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진행된 ‘사회적경제 신년 비전 포럼’에서 김재구 명지대학교 교수는 “민간 주도의 협치, 중앙보다 지역 기반의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미래성장의 잠재력을 높이는 금융의 힘이 중요하다”며 “우호적 여건을 통해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정부, 지방정부의 역할은 물론 중간지원기관, 금융기관, 공공기관, 현장조직들 각각 자기 역할이 중요하기에 자립정신에 따라 시장규율을 만들고 자존감에 기초해 이해상충을 피하며 연대의 입장에서 이해 갈등을 조정해나가자”고 강조했다.
정부는 민간 주도, 지역 중심으로 갈 수 있도록 중앙이 뒷받침하는 원칙을 지켜가겠다고 밝혔으며, 연대기금을 비롯해 정책 금융기관, 중간지원기관 등도 사회적경제기업의 금융접근성 확대와 중개기관 육성 등 사회적금융 생태계 강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수도권에 비해 금융이 취약한 지역 생태계 지원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에 대한 방안들도 적극 논의됐다.
정부, "민간 주도·지역 중심·중앙이 뒷받침"
정부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민간 주도, 지역 중심'으로 갈 수 있도록 중앙이 뒷받침하는 원칙을 올해 정책 방향으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민관협치 거버넌스를 펼치고, 인허가, 재정 등을 지방으로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김동곤 기획재정부 장기정략국 사회적경제과장은 “개별 기업 지원보다는 금융, 판로, 인재양성 등 사회적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 중심의 지원을 펼치고, 유형·부처별 개별 정책에서 통합 지원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사회적경제 활성화 대책 수립 추진 ▲사회적금융 활성화 ▲사회책임조달, 국공유재산 활용 ▲인재양성 및 청년창업 기반 조성 ▲사회적경제 재정사업 확충 ▲사회적경제 추진 체계 구축을 진행해 왔다. 특히 사회적금융 지원은 2018년 1,805억 원에서 올해 2,330억 원을 공급하고, 사회적경제 전용 재정도 지난해 3,078억 원에서 올해 4,183억 원으로 확대한다.
정부는 2019년 사회적경제 중장기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사회적경제 재원 확보에 나선다. 또한 올해 8조6천억 원을 편성해 생활 SOC사업에 사회적경제를 연계할 계획이다. 기존의 개발 중심의 대규모 SOC를 사람, 이용 중심의 소규모 생활 인프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경제기업 DB 및 사회적가치 평가모형 구축 등 민간중심의 사회적금융 생태계를 조성하고, 사회주택 공급 및 사회적경제 국제협력 활성화한다. 행정자료를 활용한 사회적경제 통계 기반 구축도 계획 중이다. 이 외에 10개 혁신도시별 사회적 가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5년째 계류 중인 사회적경제법 제정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도 ‘민간 중심, 지역중심, 정부 뒷받침’이라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발맞춰 올해 ▲사회경제기업 경쟁력 강화 ▲사회적경제 지역생태계 지원 강화 ▲사회적경제 확산 여건 조성 등 3대 전략 목표를 추진한다.
사회적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회적경제기업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사회적경제기업의 홍보와 자금조달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김종각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기획관리본부장은 "사회적경제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금융 정보제공, 정책자금 활용 모니터링 및 정책 제안, 사회적투자포럼 운영 등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연대기금, 어려운 이들을 위한 금융·느슨한 공동체 역할 자임
이러한 정부 정책 방향에서 사회적경제를 위한 사회적금융을 공급하기 위해 23일 출범한 (재)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김정현 연대기금 기금사업실장은 “연대기금은 소득과 자산을 늘리는데 기여하되, 사회관계망 속에서 연결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자산이자 느슨한 공동체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크게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에 인내, 연대 자본을 공급 ▲사회문제 예방과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高임팩트 사회적 목적 프로젝트 지원 ▲사회적금융 중개기관 육성·시장 기반 구축 등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2019년에는 △성장사다리펀드, 모태펀드 등과 공동 상품 기획 및 출시 △기존 사회적금융중개기관과 공동상품(신나는조합, 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공제사업단, 사회연대은행 등) 기획 △사경연대지방정부협의회 등과 SIB 사업 기획 추진 △각 지역 기반 기금들과 지역시민자산화 사업 공동기획 및 실행 △의료사업과 커뮤니티케어센터 사업 협의 △사회주택 관련 정채기관들과 소셜주택 활성화 금융 협의 및 실행 △노동자협동조합 BTS사업 지원 협의 △각 산업군별 자조기금과 연대사업 기획 △지역별 대표 중개기관 PEF 운용사 등록 지원 등의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연대기금의 이러한 계획에 대해 강현구 대구 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은 “기존에 있는 사회적금융 지원제도와 중개기관을 지원을 받는 것조차 문턱이 높아 접근이 어려운 기업들도 있다”며 “기존 기금들을 뛰어넘는 역할을 연대기금이 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책 금융기관들, 사회적경제 금융접근성↑적극 나서
정책 금융기관들의 사회적경제기업의 금융접근성 확대를 위한 노력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정책 금융기관들은 사회적금융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표준 사회적 성과 시스템 구축 등 지원 체계를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신용보증기금은 올해 소셜 프랜차이즈, 도시재생, 소셜벤처 등 임팩트가 크고 지속가능한 프로젝트에 자금 공급을 하는 사회적경제 보증 활성화에 나선다. 지역 기반의 연계사업을 추진하고 업력, 금액 등 유형별로 세분화된 사회적경제 평가시스템을 구축한다. 이 외에도 중앙자활센터와 협약을 통해 특별출연 상품을 운용하는 등 유관기관 간 공동 협력사업을 발굴한다. 이러한 사업을 위해 현장과의 소통을 활성화하고 지원 전문 인력 양성에도 힘쓴다.
오재택 신용보증기금 신용보증부장은 “사회적경제기업의 보증 공급 목표를 기관 경영평가 지표에 반영하고 적극 지원하여 보증을 활성화하는 등 향후 4년 간에 걸쳐 1천억씩 규모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간지원기관들, "지역 사회적경제와 연대로 지역 생태계 강화 돕겠다"
기존에 사회적경제를 지원하며 사회적금융 중개기관 역할을 자임했던 민간기관들도 사회적금융 활성화에 적극 공감하면서 지역의 사회적금융 생태계 강화에 나서겠다고 입을 모았다.
2000년 취약계층 마이크로크레딧 비금융서비스사업으로 시작해 20년 간 금융 소외문제 해결에 나서온 한국마이크로크레디트 신나는조합의 박향희 상임이사는 “그동안 국내 사회적금융의 한계는 정부의 정책 방향,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민간 주도로 시작한 연대기금의 의미가 남다른 만큼 민간기금을 민간기금 답게 운영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신나는조합은 그동안 1,253개 업체에 약 259억 원을 대출한 바 있다.
김선영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공제사업단 기획총괄팀장은 “영세한 사회적기업을 돕기 위한 자조기금인 공제기금은 2014년 1억5천억 원에서 5년 만에 50여억 원(221개 기업 참여)으로 성장했다”며 “2019년에는 재단법인으로 독립, 자조기금의 확산(지역, 계층, 업종, 개인 등), 사회적 협업 프로젝트, 신규 상품 개발 등에 나서 지역에서 기금을 오랜기간 논의했지만 첫 삽을 뜨지 못한 곳들을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현재 126개 기업이 참여하며 53억 운용 실적을 보유한 한국사회혁신금융(주)의 이상진 대표는 “사회적경제의 다양한 자금 수요에 발맞춰 투융자 상품을 다각화하고 기대수익률이 다른 투자자들이 적극 참여가능한 임팩트 펀드를 조성해 사회적경제에 적극 투자하겠다"며 "특히 지역 사회적경제조직과 연대하여 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펀드를 조성 및 운영하는데 앞장설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법·운영 이슈 해결로 지방정부 역할 강화해야
이날 포럼에서는 사회적금융 활성화를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도 제기됐다.
김영식 전국사회적경제연대 지방정부협의회 사무국장은 “지역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회적금융의 지역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사무국장은 법적 이슈와 운영적 이슈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의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으로 지역기금 조성 후에도 민간위탁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화성시의 경우 600억원을 조성했지만 53억원만 사회적경제에 대해 운용되고 있다. 이에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을 적극 제안 중이라고 김 사무국장은 설명했다.
운용 이슈로는 지역기금 규모가 작고, 원금보전을 전제로 기금을 운용하거나 전문성 있는 기금운영 주체 부족 등이 제기됐다. 특히 행정은 사회목적 투자 전반에 대해 기금 활용을 희망하는 반면, 민간은 사회적경제조직의 자금 수요로 사용되길 원하면서 기금 사용처에 대한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 이에 대해 김 사무국장은 “행정도 노력해야 하지만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도 기금이 투입되었을 때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사무국장은 광역지방정부와 지방정부협의회가 참여하는 기금 운영에 대해 협력을 선언하는 등 지역기금의 규모 확대를 추진하고, 다양한 사회적금융 인프라와의 협업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지역기금 네트워크로서 ‘(가)지방정부협의회 연대기금’도 검토해볼 것을 제안했다.
사진. 백상훈(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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