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시즌이 왔다. 대부분의 미디어에서는 연말정산 후 환급받는 돈을 ‘13월의 보너스‘라고 한다. 그리고 소득공제, 세액공제를 잘 받는 방법들을 알려주기 급급하다. 개인적으로는 그 말이 불편했다. 정부가 근로자들에게 과도하게 원천징수하고 잘못 징수한 것을 환급해 주는 것인데 그것을 보너스로 인식하는 건 앞뒤 맞지 않아서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2017년도 귀속 연말정산을 통해 세금을 환급받은 인원이 1200만명으로 1인당 평균 55만 원을 돌려받았다. 반면에 세금을 추가 납부한 인원은 322만명으로 평균 85만 원을 냈다. 정부가 환급한 돈은 6조6277억 원, 추가로 받은 돈은 2조7431억 원이라고 하니 3조8846억 원을 더 원천징수한 것이다. 은행연합회에서 고시된 시중은행 평균 적금금리(12개월)가 1.92%정도이니 정부는 원천징수한 세금으로부터 746억 원의 이자수익을 얻게 된 것이다. 이것은 원래 근로자들이 누려야 할 몫이다. 이 문제를 지적하는 이유는 제도적 문제를 언급하자는 의도보다는 당연히 여겨지는 현상을 사회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싶어서다.

혹시 연말정산시 환급을 '잘 받기' 위한 노하우를 기대했다면 다른 전문가들의 글들을 참고하시라. 2018년 귀속 연말정산에 반영되는 변화, 즉 달라진 세법 개정안을 통해 우리사회에 어떤 변화와 요구가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보편적 아동수당 도입되면서 6세이하 자녀 둘째부터 1인당 15만원 추가공제를 하던 자녀 세액공제가 중복 지원에 해당된다고 판단돼 폐지됐다. 지금까지 아동수당은 소득, 재산 하위 90% 가구의 만 6세 미만(71개월)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 지급됐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는 부모의 소득, 재산과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지급되며, 9월부터는 만 7세 미만(84개월)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아동의 건강한 성장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자녀 1명 당 총 840만 원을 지급받게 되며, 보육료, 누리과정 유아학비 지원, 양육수당 복지급여지급과 관계없이 중복 지급된다.

둘째, 생산직 근로자 초과근로수당에 대한 비과세 기준을 조정하고 대상 직종을 확대했다. 비과세 기준을 월정액급여 150만 원에서 190만 원으로 확대함으로써 저소득 근로자의 지원을 강화했다. 또한 청소?경비 관련 단순 노무직 종사자, 조리?음식 서비스직, 매장 판매직, 기타 단순 노무직 등 종사자 중 시행규칙으로 정하는 자(상시근로자 30인 미만이고 과세표준 5억 원 이하인 사업주에게 고용된 자에 한정)로 대상 직종이 추가됐는데, 이로 인해 사회적경제기업에 종사하는 많은 근로자들이 수혜를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서민 주거안정 지원확대를 위해 주택임차보증금 반환 보증보험료(보증대상 임차보증금 3억 원 이하)를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했다. 최근 전세시장이 하향 기조를 보이고 올해 입주물량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집값이 전세보증금보다 더 낮아지는 깡통주택 문제가 발생해 임대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문제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런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서울보증보험(SGI)은 전세금보증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 1월 가입건수는 지난해 1월 총 가입건수의 3배에 육박하는 등 두 회사의 전세금보증 상품 가입건수와 금액은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중이다. 전세보증금을 제때 못 받아서 이사를 가지 못할 것이 걱정되거나 전세로 살고 있는 집이 경매에 넘어가 전세보증금을 못 받을까 걱정한다는 세입자는 이들 상품을 검토해보고 세금혜택까지 챙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 외에도 중증질환, 희귀난치성질환, 결핵으로 진단받아 건강보험산정특례자로 등록된 부양가족을 위해 지출하는 의료비는 공제한도를 페지한다. 또한 자청년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소득세 감면 대상을 만 15~29세에서 만 15~34세로 늘리고, 감면율도 70%에서 90%로 높임으로써 사회적경제기업에 종사하는 청년들에게 소소하게 도움을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동복지, 세입자 주거복지, 의료복지를 통한 소외 계층 배려, 근로자 실질소득 증대, 청년취업 등은 우리사회가 해결해나가야 하는 중요한 문제다. 이런 사회적인 요구가 이번에 세법을 개정하면서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쪼록 이런 노력들이 함께 사는 사회로 한 걸음 내딛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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