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는 칠곡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칠곡 가시나들’이 2월 개봉한다./사진=단유필름

인생 팔십 줄, 별일 없던 칠곡 할머니들의 인생에 별일이 생겼다. 글을 배우고 시를 쓰면서다. 시집을 2권이나 내며 시인으로 등단하더니, 이제는 영화 주인공으로 데뷔를 앞뒀다. 내달 개봉을 앞둔 다큐멘터리 ‘칠곡 가시나들’을 통해서다.

경상북도 칠곡군 시골 마을에 살던 할매들의 조용한 삶은 2013년 군에서 시행한 ‘인문학도시 조성사업’을 통해 180도 달라졌다. 당시 할머니들에게 일상생활에 필요한 글을 읽고, 쓰고, 이해하는 문해교육을 진행하면서 덩달아 시를 쓰게끔 했다. 

영화 '칠곡 가시나들' 스틸 컷./사진=단유필름

때론 컨닝도 하고 때론 농띠(농땡이)도 피워가며 ‘가가거겨’ 배운 할매들은 매일 밥을 짓듯이 한 자 한 자 시를 짓게 된다. “논에 들에 할 일도 많은데/ 공부시간이라고 일도 놓고 헛둥지둥 왔는데/ 시를 쓰라 하네 시가 뭐고/ 나는 시금치씨 배추씨만 아는데” 

소화자 할매가 쓴 ‘시가 뭐고’라는 작품을 표제로 한 시집이 2015년 출간되면서 칠곡 할매 시인들은 세상에 알려진다. 이듬해 이분수 할머니가 쓴 시 ‘나는 백수라요’에 나온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라는 구절을 제목으로 한 2번째 시집도 나왔다. 소박하지만 꾸밈없고 순수한 할매들의 시어는 독자들을 미소 짓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영화 '칠곡 가시나들' 스틸 컷./사진=단유필름

시집이 유명해지면서 할매들은 2016년 SBS 예능 ‘스타킹’에 ‘칠곡 詩스타’로 출연해 특유의 사투리로 거침없는 임담을 뽐내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TV스타에서 멈추지 않고 영화배우로도 출사표를 던졌다. 

오는 2월 개봉하는 ‘칠곡 가시나들’은 난생처음 글을 배운 늦깎이 학생인 일곱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할매들은 무릎 수술과 자식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도 내일 숙제를 고민하고 엄마를 생각하는 등 열일곱 소녀 같은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고마 사는 기, 배우는 게 와 이리 재밌노!”라 외치는 칠곡 할머니들의 인생을 통해 나이듦과 노인이 되어가는 것이 설레고 즐거운 일임을 이야기한다. 감독 김재환. 출연 박금분, 곽두조, 강금연, 안윤선, 박월선, 김두선, 이원순, 박복형, 주석희 외. 2월 27일 개봉.

영화 '칠곡 가시나들' 스틸 컷./사진=단유필름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