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삶에게 안부를 묻다' 표지./사진=검둥소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사이, 잘 보내는 사람이 있다. ‘죽음’을 업으로 안고 사는 사람들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할까. 매일 죽음을 맞이하는 장례지도사의 일상을 통해 추상이 아닌 실제로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신간 ‘죽음이 삶에게 안부를 묻다’가 나왔다.

이 책에는 장례업을 하는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 지난 10년간 만난 ‘산 자’와 ‘죽은 자’의 사연이 담겨 있다. 병마와 노환에 시달리다 힘겹게 죽음을 맞이한 사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게 고독사로 생을 끝낸 이들. 타워크레인에 깔려 육신이 조각난 노동자, 연달아 가족 셋을 떠나보낸 유족, 국가폭력에 희생당한 농민, 한국전쟁 때 학살당한 민간인까지.

평범한 이웃들이 마주한 최후의 순간을 기록해 우리 삶에서 사랑과 후회, 아픔과 고통, 외로움과 가난, 폭력과 저항의 의미는 무엇인지 곱씹어보게 한다. 책에서는 죽음에 관한 총 20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1장 ‘영결(永訣)의 아침’에는 장례지도사들이 맞이하고 배웅한 죽음의 언어들이 담겼다. 이들이 맞이하는 죽음은 무겁고 슬픈 시간이지만, 한편으로는 죽은 자가 산 자들에게 ‘괜찮다, 다 지나간다’라고 말하는 위안의 시간이기도 하다. 동전의 앞뒷면 같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명은 죽음과 붙어 다닌다는 진리도 일깨운다.

2장 ‘조등(弔燈)을 켜다’에서는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치른 장례의 풍경을 전한다. 삶의 시간이 누적될수록 누군가를 보내는 일 또한 늘어나고 부고에 놀라지 않으며, 이별의 시간 또한 자연스러워짐을 전한다.

3장 ‘곡비(哭婢)가 되어’에서는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의 사회적 역할과 기여의 노력에 대한 다짐을 풀어냈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초상에 드는 비용을 함께 모으고, 슬픔을 함께 나눈다는 취지에 동의한 조합원들이 모여 2009년 문을 열었다. 죽음을 업으로 삼은 이들은 “통곡하는 사람들 곁에서 함께 아파하고 고통을 나누길 바란다”며 “애도하는 일은 살아 있는 우리를 위한 일”이라고 말한다.

저자들은 “죽음의 눈으로 삶을 보면 아름다운 시간을 살아가기 위한 이들의 오늘이 오롯이 놓여있다”며 “죽음에 대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더 용기 있고 생명력 넘치게 살아가는 이유다”라고 강조한다.

죽음이 삶에게 안부를 묻다=김경환 외 지음. 검둥소 펴냄. 208쪽/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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