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기술 37년 인생부터 증권사 출신까지...청소년 찾는 시니어 6인 이야기
통신기술 37년 인생부터 증권사 출신까지...청소년 찾는 시니어 6인 이야기
  • 홍은혜 인턴 기자
  • 승인 2019.01.2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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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드론 체험교육'으로 의기투합한 한국진로직업아카데미
작년 진로교육 사각지대 7곳 찾아가‧‧‧ 올해 3D프린팅‧코딩으로 분야 확대
이영철 이사장 "인생이모작 '그게 돈이 돼?' 식이면 아무것도 못해요"
이영철 한국진로직업아카데미 이사장. /사진=홍은혜 인턴기자.

“시니어들이 일할 곳을 찾는 게 쉽지 않죠. 그럼에도 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배우고 반복해서 못 할 것은 없다고 봅니다.” 

작년 한 해 동안 드론과 25인치 모니터가 든 이사박스 5개를 짊어지고 총 7곳의 지역아동센터, 대안학교, 다문화국제학교를 누빈 이들이 있다. 각기 다른 일을 하다 은퇴한 6명이 모여 새로운 삶을 도전하고 있는 한국진로직업아카데미협동조합(이하 ‘아카데미’)이다. 이공계에 평생을 종사한 이가 넷에 증권가와 취업교육강사였던 이도 있다. 서로 다른 전문분야를 가진 이들은 ‘제4차 산업혁명 분야 청소년 체험교육’에서 역할을 찾았다. 이들이 맨 처음 접근한 분야는 드론이다. 
 

실제 드론 조종으로 진정한 '체험'교육‧‧‧ “사각지대 진로교육일수록 더 놓지 말아야” 

한국진로직업아카데미는 교육 한 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 필요한 장비를 세팅한다. /사진 제공=한국진로직업아카데미.

교육은 4시간의 짧은 체험교육도 있고, 10주에 걸친 장기교육과정도 있다. 3명이 주강사, 3명이 보조강사로 2인 1조 짝을 지어 출강한다. 아이들은 드론산업에 대한 설명과 조종법에 대한 이론수업을 먼저 듣는다. 기초, 심화 2가지 버전의 드론 시뮬레이터를 통해 조작 실습을 하고, 실제 교육용 드론을 조종해볼 수도 있다. 이론과 드론 조작 시범에 그치는 겉핥기가 아닌 진정한 ‘체험’이 될 수 있도록 고심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이영철 아카데미 이사장은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일수록 더욱 진로교육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드론이 워낙 전도유망한 산업이라 체험 시장이 이미 형성돼있어요. 하지만 지역아동센터나 대안학교의 아이들은 드론은 물론이고 다양한 분야와 진로를 탐색할 기회가 부족해요. 그래서 아이들이 드론을 직접 작동시켜보면서, 관심을 보이고 배워보고 싶어하는 것만으로도 뿌듯합니다.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어디에든 있어요.” 

재한몽골학교 학생이 3D 시뮬레이터 프로그램을 시연해보고 있다.
/사진=홍은혜 인턴기자, 한국진로직업아카데미.

교육을 진행한 곳에서는 긍정적인 아이들의 반응이 들려온다. 지난 해 10주 간 교육을 진행한 재한몽골학교에서도 학생들이 ‘또 교육해달라’고 했다는 연락이 왔다. 아카데미는 올해에도 기존 진로체험교육이 닿지 않는 곳으로 계속 찾아갈 계획이다. 우선은 서울 중심이다.

“1년을 하고 나니 입소문이 났는지 ‘우리 학교에도 와줄 수 있냐’하고 연락이 옵니다. 재능기부 차원에서 시작했는데 점점 네트워크와 인프라가 생기고 보완할 점도 찾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시니어 인생 2막, 보수보다 할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해야”

아카데미가 처음부터 4차 산업혁명 분야 진로교육에 뛰어든 것은 아니었다. 은퇴 후 ‘KDB시니어브리지 사회공헌 아카데미’에서 만난 6명의 동기들이 ‘시니어 재취업교육’을 해보고자 2015년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파일 200개가 쌓일 정도로 공부했지만 결국 고배를 마셨다. 기존 교육기관들과의 간극을 좁히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실현가능성 있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했다. 

이 이사장에게 드론 교육은 ‘해볼만 한’ 분야였다. 청소년 교육은 시니어들이 새로 뛰어들 수 있는 장벽이 낮은 분야고, 특히 드론 교육은 시장 자체가 아직 활성화되지 않아서 시니어에게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다른 분야는 골키퍼가 서너줄 씩 서있지만 드론 교육은 한 줄밖에 없더라’는 것. 이 이사장은 현재 KT로 민영화된 한국전기통신공사에서 37년을 통신기술전문가로 근무했었다. 이공계 출신이다보니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는 것이 비교적 수월했다. 

드론 구조를 설명하고 있는 이 이사장.
/사진=홍은혜 인턴기자.

“보수보다 일자리 중심으로 인생 2막에서 역할을 찾아나가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시니어 재취업 교육에 도전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택하는 게 맞았어요. 획기적인 사업모델을 찾아서 협동조합을 만들고 싶어하거나 은퇴 이전의 보수와 업무 수준을 기대하는 시니어들이 있는데, 수익성이 있는 일은 이미 선두주자가 있기 마련이에요.”

이 이사장은 이어 “도전할 분야를 정하지 않은 채 단체나 기업을 설립하거나, 이런 저런 교육을 찾아다니는 ‘교육 유목민’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새로운 일을 하기로 결정하고 나면 뼈를 깎는 노력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길은 계속 보인다”‧‧‧ 3D프린팅‧코딩교육에 자체수익 모델 구상도

“지금껏 받았던 교육비는 교통비 수준이에요. 자체 예산이 많지 않은 기관들이 대부분이라 그렇죠. 물론 자유학기제, 공공지원사업 등 수익모델의 길도 열려있어요. 정부도 사각지대 아이들의 체험교육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지원을 확대할 거라고 봐요. 체험교육은 필요한 일이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재능기부 차원에서 계속할 겁니다.”

작년 하반기 서울시 외국인다문화과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재한몽골학교 장기교육이 그 시작이었다. 체험교육이 아직 닿지 않은 곳은 많다. 청소년 뿐 아니라 노인복지관 문도 두드렸다. 그는 “체험한 노인들이 손주랑 놀아주기도 좋다며 재밌어하더라”라며 “노인복지관 등 돌봄기관의 새로운 놀이문화로 드론을 접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보였다. 

재한몽골학교 학생들이 이영철 이사장에게 드론 작동 원리를 듣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진로직업아카데미.

조합원 6명으로는 부족하다. 이 이사장은 “함께 일할 시니어 파트너들은 언제나 환영”이라고 한다. 새 식구에게는 전문 교육기관에서 드론 교육과정을 마친 이 이사장이 1대1로 드론 조작법 강의와 강사연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작년 동작50+센터에서 32시간의 드론 강사 양성과정을 진행한 경험도 있다. 

아카데미는 올해 3D 프린팅, 코딩으로 교육 분야를 넓힌다. 강사교육을 이수한 이 이사장은 현재 3D 프린팅 교육과정을 80% 준비해뒀다. 자체 수익을 위한 새로운 사업도 구체화 중이다. 드론으로 촬영한 광고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는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면 다음 길이 보인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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