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초록마을 주민들은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음식을 만들고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며 경제활동을 한다.

집집마다 대문을 활짝 열어놓는 시대는 아니지만, 동네 사람들 사이 따뜻한 정이 목마른 때다. 최근 마을의 공동 시설을 거점으로 주민들이 모여 공동체를 되살리고 경제활동에까지 참여하는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주거환경개선과에서 시행한 ‘온동네 경제공동체 활성화 사업’이 대표적이다.

해당 사업은 주민들이 아이디어를 직접 도출?실행해 자립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기반의 경제활동을 통해 생활문제를 해결을 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시행됐다. 주민공동 이용시설이 조성된 주거관리 구역 19개소 중 강북구 양지마을, 구로구 온수골, 금천구 박미사랑마을, 동대문구 초록마을, 성북구 소리마을, 삼덕마을, 은평구 산골마을, 산새마을 등 8개 마을이 선정돼 시로부터 지원금, 행정지원을 받았다. 

휘경동 초록마을 ‘쿡 밥, 쿡 찬’, 노인?청년 1인 가구 위한 먹거리 판매

이종분 초록마을 주민공동체 운영회 대표(오른쪽)과 최현숙 총무는 "좋은 먹거리를 통해 주민과 소통하면서 공동체가 더 단단해졌다"고 이야기했다.

사업에 선정된 동대문구 휘경동 초록마을은 지난해 9~10월 ‘휘경 함께 쿡 밥, 쿡 찬’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모범 사례로 떠올랐다. 서울시립대와 배봉산 자락 사이에 자리한 초록마을에는 65세 이상 노인과 원룸에 거주하는 대학생 청년 등 1인 가구가 유난히 많다. 2013년 마을에 거주하는 자원봉사자 5~6명이 주민공동체 위원회를 구성해 동네 1인 가구를 위한 먹거리를 만들어 판 것이 사업의 시작점이 됐다.

이후 주민공동체 운영회의 활동을 지지한 동네 주민들 20여 명이 정회원으로 가입해 회비를 내고, 식사와 반찬을 판매하며 사업의 모양새를 갖췄다. 계절과 시기에 따라 송편, 만두, 떡국떡, 미역, 김 등도 팔아 수익을 올렸다. 초록마을의 먹거리 사업이 알려지면서 서울시가 개최한 행사에 개떡, 김밥 등을 납품하기도 했다.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 문을 여는 화요식당에서는 백반, 반찬 등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 건강한 먹거리를 주민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2017년 11월 마을에 주민공동 이용시설이 들어서면서 사업은 활기를 띠었다. 지하 1층에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 오후 2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화요식당’의 문을 열면서다. 이곳에서 소고기육개장, 묵은지김치찜, 김밥?라면 세트 등 다양한 점심 메뉴를 5000원에 내놓고, 오징어채, 멸치볶음, 마늘종새우볶음 등 밑반찬 낱개나 세트 등도 3000~1만원에 판매한다. 

이종분 초록마을 주민공동체 운영회 대표는 “60~70대 주민 자원봉사자들이 대다수인데 일요일부터 장을 봐서 월요일에 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만들어 화요일에 판매한다”며 “적을 땐 10여 명 정도, 최근에는 단골이 많이 생겨서 40명 가까이 올 때도 있다. 제대로 된 끼니를 챙기기 어려운 어르신들이나 집밥이 그리운 자취생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 맞춤형 컨설팅→ 신메뉴 개발?온라인 홍보 통해 성과

'메뉴를 다양화하라'는 전문가 컨설팅에 따라 떡갈비, 감바스, 냉파스타 등 신메뉴를 개발해 청년층 고객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 9~10월 ‘온동네 경제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선정되면서 전문가의 맞춤형 컨설팅을 받았다. 먹거리 기획, 컨설팅, 교육, 급식, 메뉴 개발 등 사업을 하는 사회적경제 기업 ‘엘마드레’가 멘토로 참여했다. 이남주 엘마드레 대표는 “이용객을 위한 다양한 메뉴 개발을 시도하고, 더 많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 활동이 필요하다”고 초록마을에 조언했다.

컨설팅에 따라 인근 주민과 자취생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시장조사를 거쳐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했다. 떡갈비, 감바스, 냉파스타 등 청년들을 위한 신메뉴는 물론 밥, 국, 반찬, 간식이 더해진 패키지상품을 개발했다. 초록마을 SNS를 개설하고, 시립대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등 홍보에도 적극 참여했다. 

주민공동 이용시설 개관 1주년을 맞이해 마을 사람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초록마을 주민공동체 위원회의 사업을 홍보하는 시간을 나눴다.

이를 위해 주민공동 이용시설 건물 2~3층 두레주택에 거주하는 20대 청년들이 작업을 도왔다. 사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인 지난해 10월 30일 열린 개관 1주년 기념식은 주민과 청년이 함께 모여 신메뉴를 맛보고, 앞으로의 사업 번창을 응원하는 잔치로 꾸려졌다.

최현숙 초록마을 주민공동체 운영회 총무는 “마을 공동체가 활성화하려면 청년들의 참여가 필요한데, 이번 사업을 통해 청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새로운 고객층도 늘어났다”며 “컨설팅을 통해 메뉴 개발, 홍보 등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에 대한 조언을 받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향에 대한 전반적 고민을 할 수 있어 유익했다”고 이야기했다.

“사업 지속가능성 위해 마을 밖 확장, 공동 공간 활성화 필요”

최현숙 총무는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다른 동네로 확장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사업 진행시 필요한 여러 행정적 부담을 줄여줬으면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초록마을이 2019년 새해 꿈꾸는 바람은 ‘휘경 함께 쿡 밥, 쿡 찬’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최 총무는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우리 마을 안에서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옆 동네로도 영역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와 시에서 여는 지역축제나 행사에 참여해 먹거리를 판매하고, 다른 마을 공동체와 교류를 통해 네트워크를 다지는 것이 과제”라고 덧붙였다.

주민공동 이용시설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모임을 기획하고, 공간 대여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실제 주민들의 칠순, 팔순잔치 등 기념일 식사 장소나 청년들이 서로 교류하고 놀 수 있는 MT 장소 등으로도 활용된다. 공간 대여료는 1시간당 1만원으로, 전화나 방문을 통해 예약을 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멘토를 맡은 엘마드레 이 대표는 “지역의 성장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초록마을 주민공동체 운영회가 현재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지역민의 먹거리와 돌봄을 고민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진. 이우기 작가, 초록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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