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습니다. 무려 2019년입니다.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이 있었지요. 아마도 1989년 제작된 작품일겁니다. 2020년은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어마어마한 미래라고 생각했는데 당장 1년 앞으로 다가오고 말았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해가 바뀌고 나이가 들면서 아이들은 자라고 어른들은 늙어갑니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지만 ‘나에게 올 줄은 정말 몰랐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몸의 변화들도 함께 오곤 하지요. 진료실에서 만나는 분들 중에는 정기 검진을 무서워서 못 받겠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뭔가 잘못된 것이라도 발견되면 어떻게 하냐고요. 그러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의 몸은 어지간한 손상은 그 때 그 때 복구해가며 생명을 유지합니다. 한 두 번의 음주나 과로, 불량식을 먹더라도 잠시 속이 안좋거나 설사 좀 하고 나면 더 나빠지지 않고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 그렇지요. 그러나 손상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더 이상 복구하지 못하고 망가져버려 질병 상태가 됩니다. 질병 상태에서도 더 이상 손상을 지속하지 않고 복구하기 위해 적절한 영양이나 약물로 지원해주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주면 회복되기도 합니다만 손상이 심한 경우는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후유증을 남기기도 하지요. 후유증을 남기지 않고 완쾌되는 데에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이런 과정들에서 오는 손실을 막고 몸과 마음이 애초에 손상받지 않기 위해 하는 것이 바로 ‘예방’입니다. 지난 연말 A형 독감이 엄청나게 유행했지요. 그리고 독감 치료를 위해 처방받은 청소년에게 생긴 불미스러운 사고로 타미플루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병원을 찾는 발걸음도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12월 초까지도 뉴스에서는 저조한 독감 예방접종 시행률에 대해 반복 보도했지만 '예방접종의 적기에 접종을 독려하는 보도나 홍보 방송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큽니다. 최근 가벼운 감기로 진료실을 찾은 분들마저도 독감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거든요. 

독감 뿐만이 아닙니다. 세상살이 어떤 경우에도 미리 예상하고 준비했을 때 불필요한 손실을 줄이고 더 안전한 생활이 가능합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필요한 준비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돈을 많이 들여 거창한 종합 검진을 받는 것도 아니고 몸에 좋다는 건강 보조 식품에 시술을 찾아가며 먹고 받는 것도 아닙니다. 일상에 나름의 규칙성을 가지고 필요한 영양소를 균형있게 섭취하며 되도록이면 자주 몸을 움직이고 자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기. 정기 검진을 꼭 받고 결과는 제대로 확인하며 문제가 되는 점은 고치기 위해 동네 병원을 찾아 조언이나 처방을 구하기. 커뮤니티 케어, 이웃을 위한 관심과 배려도 필요하겠지만 스스로의 몸과 마음에 가장 먼저, 미리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새해 첫 날 해돋이를 보며 한 해의 계획을 세워보듯, 올 해 건강을 위한 작전을 짜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건강한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매일 규칙적인 운동을 하기 위해, 시기마다 검진과 예방접종을 챙기기 위해 다이어리나 스마트폰에 기록과 알람을 미리 적어넣고 설정해보는건 어떨까요? 있는 곳간에서 인심 나는 법이지요. 더 따뜻하고 살만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건강한 이웃이 되는 길에 살림의 의료진들이 함께 하겠습니다. 지난해보다 더 건강해지는 복을 미리 계획해봄으로써, 새해는 더 많이 ‘챙겨’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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