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열린 마을기업 레벨업 성과공유회에서 청년활동가들이 대표적인 활동 내용을 발표했다. /사진 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마을기업의 경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청년혁신활동가(이하 ‘청년활동가’)들이 나선다면 어떻게 변화할까. 실제 판로 및 매출 확대 등으로 이어져 마을기업의 성장과 청년들의 사회적경제 현장 경험과 역량 개발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면.

청년들이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사경센터')의 '2018년 마을기업 레벨업 지원사업'에 참여한 결과는 기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은 총 59건의 행사 및 프로그램을 지원했으며, 1119건의 콘텐츠를 개발했다. 그 결과 13건의 온라인 판로 개척하고, 홍보·디자인 등 콘텐츠 389건을 제작해 마을기업을 지원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마을기업의 대표들은 “청년활동가들의 기획, 마케팅, 홍보, 행사지원 등이 큰 힘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사업을 담당한 장덕수 사경센터 대외협력실 기반조성팀 매니저는 “마을기업 운영자들은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온라인커머스 활용법이나 마케팅, SNS, 디자인 등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청년활동가들이 그런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사업은 마을기업이 지역에서 주민들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활동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공동체 회복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지만, 적은 규모와 부족한 경영 전문성으로 겪게 되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별 맞춤 경영지원을 하자는 취지로 추진됐다.

선정된 마을기업은 전문가 자문을 통해 기업 현황 분석과 문제 해결 방안을 수립하고, 실행비 지원과 청년활동가의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며 매출 향상을 위한 활동을 진행했다. 청년활동가 11명이 참여해 온/오프라인 홍보, 신제품 개발, 행사 지원 등의 활동을 약 8개월 동안 수행했다.

 

홍보마케팅으로는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 녹색드림협동조합, 마을무지개, 바늘한땀협동조합, 중곡제일시장 아리청정협동조합 등 5개 마을기업에서 온라인 커머스를 개설하거나 마케팅 콘텐츠를 제작했다.

사업 개발로는 시장조사를 기반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행사를 운영·지원했다. 광진담쟁이협동조합, 놀자씨씨, 나무와열매사회적협동조합, 목화송이협동조합, 성북어린이돌봄협동조합 5곳의 마을기업이 참여했다.

광진담쟁이협동조합, 목화송이협동조합, 마을무지개에서 활동한 청년활동가들의 모습. (위쪽부터 차례로)


온라인커머스 4곳 입점, 3개월에 230만원 매출 솟은 바늘한땀협동조합

곽경희 바늘한땀 대표(오른쪽에서 세 번째)와 활동가들은 '2018 은평구 사회적경제 어울림한마당' 행사를 함께 준비했다. /사진 제공=바늘한땀협동조합.

바늘한땀협동조합(이하 ‘바늘한땀’)은 생활한복, 앞치마 등 전통공예품과 생활용품을 제작하는 마을기업으로, 지역의 경력단절여성 및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바늘한땀은 높은 제품력으로 현장 판매는 활발했지만 온라인 판로개척이 부진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오영도, 이다혜, 천혜림 활동가는 4곳의 온라인커머스에 상품을 등록해 3달 동안 230만 원의 추가매출을 올렸다. 천혜림 활동가는 “추석선물 등의 키워드를 활용해 검색노출을 늘리는 전략이 유효했다”고 말했다.

다음 미션은 상품 패키지 디자인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미국 LA 한국중소기업 명품관에 입점할 상품 패키지를 디자인해 1,900개를 주문제작했다. 활동가들 중에는 마케팅 경험이 전혀 없는 이도 있었다. 오영도 활동가는 “다른 팀원과 함께 공부하고 논의하면서 한 단계 한 단계 해나가는 과정이 의미있었다”고 말했다. 

바늘한땀에서 청년활동가들이 기획한 상품 패키지. /사진 제공=바늘한땀협동조합.

“패키지 디자인을 제작할 때, 디자인 기획, 디자인업체 리스트업, 컨택, 협의하는 전 과정이 처음 해보는 일이라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디자인 능력이 있는 활동가들이 조언해주고 부족한 부분은 같이 알아갔던 게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밑바탕이 됐어요.”

- 오영도 활동가.

활동가들은 사업기간이 끝나더라도 바늘한땀이 자체적으로 온라인 판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채널별 상품 등록 매뉴얼을 만들었다. 곽경희 바늘한땀 대표는 “활동가 청년들이 온라인 커머스에서 주문받고 발주하는 것까지 하나하나 알려준 덕에 이제 발주는 눈 감고도 한다”며 “덕분에 나도 공부를 많이 했고 앞으로도 청년들과 인연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기업의 강점을 아는 것이 마케팅의 기본” 중곡제일시장 아리청정협동조합 참기름 알리기

중곡제일시장 아리청정협동조합(이하 ‘아리청정’)은 중곡제일시장 아리청정협동조합(이하 ‘아리청정’)은 중곡제일시장의 상인들이 모여 국산 재료를 사용한 건강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마을기업이다. 아리청정은 기존 온라인 판매처를 관리하지 못하고 방치한 상태였다.

남창희, 이수정 활동가는 대표상품인 '아리청정 참기름'을 관리가 편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등록했다. 파워링크를 통해 검색광고를 실시, 개설 15일 만에 4,400여 번의 노출을 이뤘다. 바이럴 마케팅을 위해 10명을 모집한 블로그 체험단에는 181명이 신청했다.

아리청정이 개설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상세페이지(왼쪽)와 상품 상세컷. /사진 제공=중곡제일시장 아리청정협동조합.

박태신 아리청정 대표는 “참기름에 다른 식용유지를 섞은 ‘가짜참기름’에 대한 문제가 불거져서 품질 좋은 국산 참기름을 온라인으로도 판매하고 싶었다”며 “전자상거래법이 바뀌어서 온라인 판매방법을 몰라 헤맸는데 청년혁신활동가들을 통해 상거래법을 많이 배웠다”고 회고했다. 

17년도에 이어 18년도에도 활동을 이어온 이수정 활동가는 “초반에는 참기름에 대해 전혀 몰라서 기업의 홍보 포인트를 찾는 게 막막했는데, 대표님과의 대화로 제품의 강점을 이해하는 게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알면 반드시 살 것’이라는 대표님의 자부심과 좋은 재료를 쓰겠다는 철학이 곧 셀링포인트가 됐어요.
실제로 제조 공정, 안정성을 인증받은 국산깨 100% 사용을 확인하기도 했고요. 제품의 강점을 직접 확인한 것이 마케팅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이수정 청년활동가
 

활동가 성장지원도 중요??? 사경센터 "사회적경제 기업 경영지원 올해에도 이어가"

오영도(왼쪽), 이수정 활동가 /사진=백상훈 사진작가.

바늘한땀, 아리청정의 두 활동가들은 레벨업 사업을 통해 사회적경제 기업에 대해 인식이 바뀌었으며,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계속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마을기업에서 신념과 열정을 갖고 일하는 대표님들을 만나게 되는데, 작은 성과라도 옳은 일을 한다는 성취감과 뿌듯함이 커요.”
- 이수정 활동가.

“사회적경제 기업의 시장경쟁력에 대해 의문이 있었어요. 그런데 직접 현장에서 경영활동을 해보니 영세한 기업들도 지원이 있으면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자본보다 사람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기업의 마인드가 와닿더라고요. 나중에는 사회적경제 기업 지원사업에서 홍보마케팅 컨설팅을 하고 싶어요.”
- 오영도 활동가.

다음 사업을 위한 과제와 아쉬움도 남았다. 활동가가 여러 기업을 맡게 될 경우 기업에 필요한 활동을 마치기에 기간이 짧았다는 목소리다. 아리청정의 경우, “사업기간 중간 투입으로 1달만에 네이버스토어를 열고 20일만에 콘텐츠를 만들어야 했다”며 “시간이 더 있었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장덕수 사경센터 매니저는 "협업을 통해 마을기업과 청년활동가가 함께 성장한다는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사진=백상훈 사진작가.

장덕수 매니저는 “마을기업에 단순 지원금보다 경영멘토링과 인력을 종합 지원한 것은 대체로 효과적이었다”면서도 “청년활동가들의 직무역량이 성장할 수 있는 업무만 부여됐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을기업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청년활동가 개인도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이 보완되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활동가들이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찾아서 학습하는 과정이 어려웠겠지만 진짜 자기경험이 돼서 어느 곳에서 홍보와 마케팅을 하게 되든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총 15번의 경영진단 멘토링을 진행한 김철환 적정마케팅연구소 소장의 격려다.

사경센터는 올해에도 사회적경제 기업에 대한 경영지원을 이어간다. 사경센터 내 마을기업 발굴/지원을 맡고 있는 김낙경 대회협력실장은 이 날 행사에서 “내년에는 마을기업 뿐 아니라 사회적경제기업 전체로 경영지원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특히 창업 초기 단계의 사회적경제기업들과 청년활동가들의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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