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8일 강원도 원주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의 '생활자립지원센터 설립과 지역 통합 네트워크 구축 포럼'에 참석한 사람들.

강원도 원주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곽병은, 이하 협동조합)이 금융복지 상담을 기반으로 한 ‘생활자립지원센터’를 설립한다. 조례 등을 통해 광역 또는 기초자치단체에 금융복지상담 지원 근거를 마련한 곳은 8곳에 이른다. 그러나 금융복지를 넘어 ‘생활자립’까지 폭을 넓혀 민간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업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2019년 나눔과 꿈’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추진하는 사업이다.

협동조합에서는 센터 설립과 함께 국가나 자치단체 복지 사각지대와 빈틈을 메우고자 ‘사회적 경제 중심의 통합 네트워크 구축’도 추진한다. 또한 경제적 취약계층뿐 아니라 일반 주민의 가계재무 상담과 교육 보편화를 위해 금융복지상담사 양성사업도 병행한다. ‘존엄과 생활자립이 보장되는 통합적 지역사회’가 전체 사업 주제다.

“어떤 어려운 순간에도 손 잡아줄 곳이 있다”

협동조합에서는 주민이 삶의 다양한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어떤 어려운 순간에도 손 잡아줄 곳은 생활자립지원센터라는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재무적 무력감으로부터 탈출해 자기 삶을 스스로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돕고, 이 과정에서 도출되는 다양한 삶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1차로 신청주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국가와 자치단체 복지 지원 체계를 알뜰히 챙겨 연계한다. 이곳에서 조차 해결되지 않는 것은 사회적 경제 통합 네트워크를 통해 해결한다. 삶의 문제 해결을 위한 ‘통합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어려운 일에 직면해 있는 주민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복지 자원처 방문 시 동행하는 역할도 한다.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옛 한의원 공간을 리모델링해 4월 개소할 계획이며, 개소식과 함께 ‘지역사회 복지 주체로서 협동조합과 통합 네트워크 방향과 역할’, ‘국가 보장 제도의 문제를 해결을 위한 사회적 경제 진영의 과제’ 등을 주제로 세미나도 계획하고 있다.

“한 사람을 향해 지역사회 전체 사회적 자본을 통합적으로 연계”

한 사람의 필요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대응하는 관계망으로서 ‘사회적 경제 중심의 통합 네트워크 구축 사업’도 추진한다. 한 사람을 향해 지역사회 전체 사회적 자본을 통합적으로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필요 충족만이 아닌 사회적 고립을 막고 사회 일원으로 살 수 있게끔 관계망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복지뿐 아니라 주거, 의료, 먹을거리, 문화, 일자리와 일거리, 교육 등 개인 삶의 필요와 사회적 경제 조직 사업을 연계한다. 생활자립지원센터가 입구와 자원연계 플랫폼이 돼 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출구로 통합 네트워크를 작동한다.

1월에 협동조합에서 지역 사회적 경제조직에 제안문을 보내고 사례 등을 바탕으로 한 10여 차례의 논의를 거쳐 2019년 7월 통합 네트워크를 출범하겠다는 계획이다.

“돈과 소비에 대한 철학의 변화로 삶을 변화”

금융복지상담은 가계재무 구조 개선을 통한 경제적 자립 모색과 함께 돈과 소비에 대한 철학의 변화로 삶을 변화시키는 기능을 담당한다.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는 어려운 이웃뿐 아니라 재무적 위기 상황에 놓인 많은 주민에게 보편적으로 확대돼야 할 상담과 교육이라는 평이다. 협동조합은 이를 위해 2019년 금융복지상담사를 강원도에서 최소 20명 이상 배출하고 이들과 함께 금융복지 상담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육도 보편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돈과 소비, 경제 등에 대한 체계적인 자기 의식이 확립되지 않은 청년층 등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개발 등을 계획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복지는 자립”, “존엄을 지키는 게 우리의 역할”

협동조합에서는 계획하는 사업을 지역사회에 알리고 공감대와 파트너를 확대하고자 지난 12월 28일 ‘생활자립지원센터 설립과 지역 통합네트워크 구축 포럼’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곽병은 이사장은 “진정한 의미의 복지는 자립”이라며 금융복지 상담보다 확대된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생활자립 지원센터 모델이 안착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김영주 무위당 만인회 고문은 일본 후쿠오카 그린코프의  다중 채무자 문제 해결 사례를 소개하며 “인간이 존엄을 지키고 살아갈 수 있게끔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며 “죽을 때까지 존엄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경국 무위당 만인회 전 회장은 “협동과 복지를 엮는 지역사회 개발 사업은 매우 중요하다”며 “십자가를 진 마음으로 살려고 애쓰는 사람, 이들 편에 서서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재 밝음신협 전 이사장은 “목표까지 가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것”이라며 끈질긴 노력을 당부했다. 박성길 횡성지역자활센터장은 “금융과 주거, 건강 등 삶의 복합적 문제를 총체적 시각에서 접근, 자립을 도모하겠다는 것은 지금까지 진행해 온 자활사업에도 충격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계획 발표 이후 토론에 나선 송정부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모여 서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는 복지 반상회 운영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자리 마련 등 상담 이후 움직일 수 있는 실제 사업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섭 박사는 “지금까지 협동조합은 인간이 아닌 인간의 필요를 조직해 왔기에 인간이 돈으로, 인간이 소비자로만 보였는데, 갈거리 사업은 협동조합 운동의 주체와 대상을 ‘필요’에서 ‘인간’ 자체로 전환한 것으로, 우리나라 협동조합 운동에 한 획을 긋는 매우 중요한 시도”라며 “이번 사업은 협동조합 지역사회를 만들어가는 실제적인 첫 실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선 주빌리은행 상임이사는 “채무자 문제를 개인 것으로 국한하지 않고 사회와 제도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채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결국 사회와 국가를 위한 것이라는 사고에서 출발한 것이 금융복지 상담”이라며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와 과정을 돕는 것이 바로 이 사업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협동조합 자체 내부 역량강화와 지역 사회적 경제 조직과 함께 하는 업무 체계화 등이 과제로 지적된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의 사업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지난 12월 28일 열린 강원 원주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의 '생활자립지원센터 설립과 지역 통합네트워크 구축 포럼'에서 곽병은 이사장이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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