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이란 말 그대로 대중이 만드는 기금을 뜻한다. 은행 등 기존 금융이 해결하지 못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통로가 되면서 ‘대안금융’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들의 ‘자금 조달’부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금융 수단’, 가치와 의미를 중시하는 사람들의 ‘투자 창구’ 등 여러 역할을 한다. 정부에서도 관련 법?제도를 개선해 시장 활성화에 팔을 걷고 나섰다. 작은 돈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하는 크라우드펀딩이 바꾸어가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마음속에 간직했던 꿈 깨워” “기존 금융권 문턱에서 만난 단비 같은 존재” “소소한 투자금으로 돈 버는 재미” “좋은 일에 참여했다는 심리적 만족”….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거나 참여해본 사람들의 소감이다.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이유와 목표는 저마다 다르지만 새로운 대안 금융, 소비 방식, 투자 상품 등 각자의 필요에 맞게 자유롭게 활용 중이다. 크라우드펀딩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정부와 국회 등에서도 장점은 늘리고, 문제점은 줄이는 방식을 고민하고 나섰다.

특히 크라우드펀딩이 스타트업이나 창업 초기 중소기업, 사회적경제 기업 등의 주요한 자금조달 방식으로 떠오르면서 정부는 관련 제도를 재설계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월 ‘자본시장 혁신과제’에서 내년부터 크라우드펀딩 자금 조달 범위를 기존 창업 7년 이내 기업에서 중소기업까지 늘리고, 조달 금액도 7억원에서 15억원으로 대폭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국회에서는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법제화에 시동을 걸었다.

크라우드펀딩이 우리 사회 전반에 확대되면서 경제적, 문화적 분위기도 변화시키는 중이다. 보상형(텀블벅), 투자형(오마이컴퍼니), 대출형(비플러스) 업체를 운영하는 전문가들에게 크라우드펀딩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현 단계 필요한 정책?제도적 과제 및 보완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업계 전문가 3인은 크라우드펀딩이 우리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디자인=유연수

-크라우드펀딩이 사회 전반에 확대되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고 생각하십니까?

▶염재승 텀블벅 대표(이하 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다양한 상품이 제작되고 소개되면서 제도권에 진입하지 못한 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천편일률적 상품에 질린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주류와 비주류’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도 함께 허물어지고 있죠.

▶한송희 오마이컴퍼니 부대표(이하 한): 창업자는 초기 자본을 모으는 일에 큰 어려움을 겪거든요. 크라우드펀딩 덕분에 기업들이 정부?기관의 지원이나 기존 금융권의 대출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어요. 크라우드펀딩을 하면서 신제품을 테스트해보기도 하고, 기업과 제품을 홍보하면서 판로를 개척하기도 하죠.

▶박기범 비플러스 대표(이하 박): 예전에는 어떤 상품에 투자하고 싶어도 정보가 없어서 투자 전문가에게 의존해야 하는 경향이 컸어요. 기술이 발달하고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서 누구나 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죠. 특히 크라우드펀딩은 누구에게 맡기는 게 아니라 개인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직접 참여하는 방법이잖아요. 시민들이 참여한 촛불시위가 탄핵을 끌어내린 것처럼, 개인의 능동적 참여는 사회를 바꾸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크라우드펀딩이 시민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고 봅니까? 이후 시장에 대한 전망을 한다면요.

▶염: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아닌 사회적 가치와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는 소비의 시대로 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동안 이미 만들어진 제품과 서비스에 익숙했다면, 이제는 제작 과정부터 참여하면서 새로우면서 재밌는 소비를 할 수 있게 된 거죠. 이러한 흐름은 당연해졌고 앞으로 더 강화될 거예요.

▶한: 크라우드펀딩이 보편화하면서 많은 스타트업들이 ‘통과의례’처럼 한번은 꼭 거쳐야 할 과제로 생각하게 됐어요. 새로운 자금조달 방법으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어요. 참여자들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소비의 경로가 생긴 거죠. 소소한 리워드를 원하느냐, 세상을 바꿀 소셜 미션에 힘을 실어주느냐, 수익을 위한 투자 수단이냐 등 다양한 이유로 참여할 수 있어요.

▶박: 세계적 흐름도 그렇고 시장은 점점 커질 겁니다. 자본주의 금융의 대안으로가 아닌 부정적 측면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크라우드펀딩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소셜 임팩트 투자를 연결하는 비플러스의 경우, 기존 금융권의 조건으로는 불가능한 대출을 실현해 사회적경제 조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합니다.

크라우드펀딩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경제적, 문화적 분위기도 변화키고 있다./사진=pixabay

-크라우드펀딩으로 인한 부작용, 문제점도 있는 것 같은데요?

▶염: 보상형의 경우 제품이 홍보한 것과 다르다거나 발송이 늦는다거나, 프로젝트를 올린 사람이 약속한 미션을 수행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종종 발생합니다. 사실 플랫폼은 프로젝트를 알리는 장을 제공하지만, 모든 제품의 질을 일일이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문제가 생길 경우 법적 대응하기도 하지만, 문제가 커지기 전에 창작자와 후원자가 충분하게 의사소통하도록 중재하는 일이 중요해요.

▶한: 지분형의 경우 투자의 성격이 있다 보니 원금과 이자를 못 받을 가능성이 있어요. 다른 형태로 주식이나 채권을 살 때도 존재하는 투자상 위험이죠. 사실 투자 손실에 대한 위험은 미리 명시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은 플랫폼에 없어요. 오마이컴퍼니는 임팩트 투자 상품을 주로 소개하다 보니, 성장 가능성이 높으면서 확실한 기업을 소개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박: p2p대출형 업체의 경우 현행법상 ‘대부업’으로 등록돼 있는데, 그 안에서 적절한 규제가 없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요. 부동산, 기업 대출 상품이 대다수인데 허위 공시, 대출 돌려막기, 개인 유용 같은 사기나 횡령 사례가 여러 건 적발되기도 했고요. 투자자 보호를 비롯해 계속해서 발생하는 부정을 막기 위해서도 적절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크라우드펀딩 업계는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해 플랫폼의 해외 진출, 과도한 규제 완화와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unsplash

-정책?제도적 보완점을 비롯해 문화적으로 바뀌기를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면?

▶염: 한국에서 새로운 사업을 하거나 창조적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시장에 여러 제약이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시장의 규모 면에서 아주 작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독창적이고 다양한 것을 충분히 소비하기에는 한정적인 부분이 있어요. 제한된 양의 소비는 제한된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것이죠. 플랫폼의 해외 진출 등 시장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에요.

▶한: 연간 투자 누적금액이 1인당 1000만원으로 묶인 개인 일반 투자자 한도 규정 때문에 아무래도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어요. 플랫폼당 2000만원씩 투자 가능한 p2p대출형에 비하면 형평성이 맞지 않는 거죠. 당장 액수를 늘리기는 어렵겠지만, 지금의 2배 수준인 연간 2000만원까지 투자 금액이 늘어난다면, 증권형 시장 규모의 성장세는 더욱 커질 겁니다.

▶박: 대출형의 경우 현재 1인 건당 500만원, 플랫폼당 2000만원으로 투자 금액이 제한돼 있어요. 소득이 높은 적격투자자는 한도가 늘어나고, 전문 투자자 지위가 있는 일반 및 법인의 경우 한도가 없지만, 개인의 투자금액이 다소 제한적이라 한도가 늘어나길 기대하고 있어요.

세법적으로 아쉬운 점은 현재 대출형은 수익이 났을 때 투자자가 일반 이자소득세인 15.4%가 아닌 기타소득세인 27.5%를 부담해요. 사회적기업이나 비영리단체 등 공익 성격이 분명한 상품에 대해서는 세율을 15.4%로 낮춰줬으면 해요. 임팩트 투자 상품의 경우 수익률이 높지 않은데 반대로 이자세율을 낮춰준다면, 일반인의 투자가 더 늘어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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