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이란 말 그대로 대중이 만드는 기금을 뜻한다. 은행 등 기존 금융이 해결하지 못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통로가 되면서 ‘대안금융’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들의 ‘자금 조달’부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금융 수단’, 가치와 의미를 중시하는 사람들의 ‘투자 창구’ 등 여러 역할을 한다. 정부에서도 관련 법?제도를 개선해 시장 활성화에 팔을 걷고 나섰다. 작은 돈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하는 크라우드펀딩이 바꾸어가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타고난 천재화가였지만 그림 한 점 제대로 팔지 못한 빈센트 반 고흐에게는 유일한 후원자 테오가 있었다. 동생 테오는 형 빈센트를 위해 경제적?심리적 지원을 해줬고, 덕분에 빈센트의 작품들은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빈센트가 오늘날 활동했다면 어쩌면 테오와 같은 후원자를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창작자의 아이디어를 실현해줄 플랫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다.

크라우드펀딩은 2000년대 중반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발전했으며, 국내에서는 2011년 관련 업체가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전 세계 크라우드펀딩 시장 규모는 2012년 27억달러(약 3조원)에서 2015년 334억달러(약 37조원)로 10배 이상 빠르게 확대됐다. 

크라우드펀딩 시장의 빠른 성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은행(WB)은 글로벌 크라우드펀딩 산업 규모가 오는 2020년 900억 달러(약 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2016년 발간된 ‘유엔미래보고서 2050’에서도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주식시장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라우드펀딩은 1700년대 시작돼 2000년대 인터넷, SNS 발달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디자인=유연수?

크라우드펀딩의 역사는 1700년대 거슬러 올라간다. 아일랜드에 사는 조나단 스위프트가 사비 500파운드를 들여 가난한 상인을 돕는 ‘소액대출’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졌다. 스위프트는 ‘주변 이웃 2명에게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을 조건으로 담보 없이 자금을 빌려줬고, 대부분 자금을 회수했다. 이러한 자금 조달법은 이후 ‘아이리쉬 론 펀드’라 불리며 빈곤계층의 소규모 사업지원을 위한 금융수단의 역할을 했다.

2006년 노벨상을 수상한 방글라데시 경제학자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도 빼놓을 수 없다. 소액대출로 전 세계 사회경제 발전을 이룩한 공로를 인정받은 유누스 박사는 작은 시골마을 ‘조브라’에 사는 가난한 여성들에게 돈을 빌려줘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후 정부의 지원을 통해 1983년 시민들에게 소액금융을 해주는 ‘그라민 은행’의 설립을 이끌었다.

크라우드펀딩의 폭발적 성장은 ‘인터넷’ ‘소셜미디어’의 발달과 궤를 같이 한다. 다수의 대중이 온라인을 통해 적은 돈을 모아서 큰 자금을 만드는 현 방식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초기 예술가의 음반 제작과 공연 등을 위해 만들어진 크라우드펀딩 온라인 펀딩 플랫폼은 이후 후원, 보상, 대출, 투자 등 여러 목적으로 세분화하고 전문 기업들도 하나둘 등장한다.

국내 대표 보상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은 8년 사이 누적후원금이 550배 급성장했다./디자인=유연수

국내 크라우드펀딩은 순수한 선의 목적의 ‘기부형’과 후원 금액에 따라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보상형’이 대부분이었다. ‘네이버 해피빈’ ‘카카오 같이가치’ 등에서 집계한 기부형 누적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1200억원을 육박했다. 보상형의 경우 개별 업체만 수십여 곳에 달해 정확한 전체 통계가 잡히지 않지만, 보상형을 주로 진행하는 플랫폼 ‘텀블벅’의 경우 창업한 2011년 누적 후원금 1억원에서 2016년 100억, 2018년 550억원으로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최근에는 ‘P2P대출형’과 ‘지분투자?증권형’의 활약이 더 돋보이는 추세다. 개인 간 금융 직거래 방식인 ‘P2P대출형’은 지난해 말 대출 누적금액 4조원을 돌파하는 등 가장 빠르게 덩치를 키우고 있다. 투자 수익을 위한 ‘지분투자형?증권형’ 크라우드펀딩도 2018년 한 해 펀딩 성공 금액만 300억원에 달하며 시장 전체의 규모를 키웠다.

‘와디즈’ ‘오마이컴퍼니’ ‘텀블벅’ 등 국내 크라우드펀딩 전문 기업은 2010년대 초반 대부분 설립됐다. 미국의 대표적인 크라우드펀딩 기업 ‘인디고고’가 2008년, ‘킥스타터’가 2009년 생기면서 국내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때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전하면서 크라우드펀딩을 경험해본 사람들의 이야기가 빠르게 공유되며 확산됐다.

염재승 텀블벅 대표는 “2010년대 가속화한 2가지 변화 덕분에 텀블벅이 탄생했다”며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창작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됐고, SNS가 발전하면서 나의 아이디어나 콘텐츠를 지구 반대편 사람에게도 손쉽게 알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제작 환경의 변화는 창작자를 후원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의 필요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크라우드펀딩은 순수한 선의 목적의 ‘기부형’이나 후원 금액에 따라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보상형’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개인 간 금융 직거래 방식인 ‘P2P대출형’이나 투자 수익을 위한 ‘지분투자형?증권형’ 방식도 늘어나면서 시장 전체 규모가 커졌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대중이 적은 돈을 모아 아이디어 실현 및 신제품 출시 등을 이끈다./사진=Flickr

취약계층이나 창작자를 위한 ‘소액 자금’에서 창업이나 신제품 출시를 위한 ‘사업 자본’, 수익 창출을 위한 ‘투자 상품’ 등으로 크라우드펀딩의 유형과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국가에서 법적 장치를 만들었는데, 2012년 미국에서 중소?벤처기업 성장을 위해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잡스법(JOBS(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 Act)’이 대표적이다. 

한송희 오마이컴퍼니 부대표는 “대중이 모여 큰 자본을 만드는 크라우드펀딩의 기본 개념과 사람들의 공감과 참여, 연대를 기본으로 하는 소셜미디어의 속성이 맞물리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며 “꼭 은행권이 아니더라도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식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아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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