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조직의 전체 직원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물어보는 게 있다.
“여기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사명에 함께 하시러 들어오신 분 계십니까?”
거의 전부가 손을 든다.
“그럼, 여기 생계를 위해서 직장으로 생각하고 들어오신 분 계십니까?”
역시 꽤 많은 수가 든다.
“좋습니다. 그러면 이 조직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사명과 직무 책임으로 들어오신 분 계십니까?”
없다.
신기한 일이다. 공익 활동에도 자금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데, 모두가 ‘사업’에만 관심이 많고, ‘돈’에는 전문성이 있거나 사명감을 가진 이가 적다. ‘재정이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여전히 ‘사업’은 고귀하고 멋진 일이고, ‘돈’ 버는 일은 좀 낮고 나중의 일이라는 인식이 이 바닥 사람들 사이에는 팽배하다.(물론 최고 관리자가 되어 보면 조금 달라진다.)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 기업에서야 당연히 ‘돈 버는 전문가’들을 끌어 모으고, ‘돈 버는 방법 또는 방식’을 연구하기 위해 온 에너지를 투입한다. 그래서 ‘수익모델의 창출’이 그 영역에선 최대의 지상과제이자 최고의 선이다.
사회 공익 활동 영역에서는 어떤가. ‘돈 버는 전문가’가 얼마나 존재하며, 그러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직은 얼마나 에너지를 쓰고, ‘돈 버는 방식’에 대해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가.
물론 이 분야에서도 수입 창출의 프로세스와 방법이 존재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매우 단편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이며, 창출된 돈의 종류나 형태도 용도면에서 유연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공익 활동 조직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고민은 많지만 체계적이고 전향적인 접근이 참으로 아쉽다. 그나마 시대가 바뀌고 ‘사회적경제’라는 개념이 출현하면서 비영리나 사회복지 조직에서도 수익 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크라우드 펀딩 등 색다른 재원조달 루트가 알려지면서 조직의 수입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비전문가가 일을 처리하고 있거나, 수익 창출 활동에 비전과 사명감을 가지지 못한 이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억지고 떠맡고 있다. 그러다보니 수익 모델의 창출(지속가능 모델의 창출)이나 전략 수립 면에서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 분야에도 공익 활동에 대한 식견과 사명감을 가지면서 수입을 창출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공익 재정 전문가’의 출현이 정말 필요해 보인다. 돈을 창출하는 전문성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역량이 아니라 상당 시간 훈련되어야 갖춰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선 팔찌와 같은 공익 판매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나 크라우드 펀딩에서 다수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 역시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일이지만 이 분야에는 그런 사람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
그래서 공익형 수익사업 전문가, 비영리 모금 전문가, 정부 보조금 확보 전문가, 비영리 굿즈 개발/판매 전문가 등 다양한 <공익 수익사업 전문가>의 출현을 기대해본다. 또한 SIB(Social Impact Bond, 사회성과연계채권)처럼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재원을 확보하는 혁신적인 <(사회변화)지속 가능 모델>의 탄생 역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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