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2018 해외 전문가 초청 콜로키움’에서는 교육?보육을 주제로 스페인, 일본 등의 사례가 공유됐다.

최근 사립유치원 비리, 영유아 폭력 및 학대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보육?교육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다. 회계?경영 시스템을 투명하게 하고, 원내 CCTV를 설치하는 등의 방법이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아이들의 보육?교육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도 머리를 맞대고 나섰다.

지난 18일 서울 녹번동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2018 해외 전문가 초청 콜로키움’에서는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 해외에서는 어떤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이를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우리가 원하는 보육?교육, 마을 안에서 공감하고 협동하며 성장하는 아이들’을 주제로 스페인, 일본 등 해외를 비롯해 국내 사례도 발표됐다.

스페인 GSD, 교사·직원·지역공동체가 운영하는 협동조합 학교

스페인의 교사 중심 협동조합 학교인 ‘GSD' 사례를 소개하는 호르에 디 라 칼레 GSD 국제교류전략총괄팀장.

먼저 스페인의 교사 중심 협동조합 학교인 ‘GSD(Gredos San Diego Cooperative)’의 사례가 공유됐다. GSD는 1985년 교사 18명이 수도인 마드리드에 설립한 협동조합 학교로, 현재는 전국 8곳의 학교에서 학생 1만 5000명을 가르치는 스페인 최대 교육기관으로 성장했다. 

생후 4개월 된 영유아부터 고등학생의 교육은 물론 직업 훈련을 제공하며,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2~3교대로 수업 시간을 운영해 학교 공간 및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아침 식사, 방과후 활동을 비롯해 성인을 위한 학습도 제공하며 지역 주민들의 필요를 충족시킨다. 

GSD에는 총 1500명의 교사·직원 중 80%인 1200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공동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한다. 호르에 디 라 칼레(Jorge de la Calle) GSD 국제교류전략총괄팀장은 “농업, 산업,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협동조합이 있지만 교육 쪽에서는 흔하지 않다”면서 “GSD는 교육의 질을 발전시키는 데 협동조합의 원칙과 가치가 유용하다고 생각해 선택했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의 원칙대로 운영되는 만큼 GSD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조합원의 1인 1투표권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와 책임감, 투명성, 존중 등이다. 매해 총회를 열어 1200명 조합원들이 참여해 예산안, 주요 안건 등을 민주적으로 결정하고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토론한다.

스페인의 협동조합 학교 GSD는 교사, 직원, 지역사회 주민, 지방 정부 등이 힘을 더해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사진제공=GSD

교육 모델로서 GSD의 성공 비결은 크게 5가지로 요약된다. △지역?세계와의 연결을 통한 학습 △지식뿐만 아니라 보편적 가치관, 예절 등 모든 영역을 가르치는 ‘360도 교육’ △팀으로 함께 공부하며 타인과의 소통법, 자주성을 배우는 ‘협동적 학습’ △지역사회 모든 아이들이 GSD에서 배울 수 있는 ‘포괄적 모델’ △건강, 환경 등 사회적 관심사에 관한 교육 등이다.

호르에 팀장은 “협동조합은 여러 사람들이 하나의 아이디어를 위해 힘을 합치는 공동 프로젝트”라며 “GSD는 아이들을 잘 가르친다는 공통 목표를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협동조합은 사람들의 협업이 핵심인데,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과 스페인이 교류하면서 혼자서는 찾을 수 없던 문제의 해법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로코칸, 장애아?비장애아가 함께하는 ‘포괄적 교육’ 시행 

일본 사회복지법인 ‘로코칸’ 사례를 소개하는 노지마 치에코 로코칸 교육보육 참사.

두 번째 해외 사례로는 일본에서 ‘포괄적 교육’을 정착시킨 사회복지법인 ‘로코칸’ 사례가 소개됐다. 로코칸의 전신은 ‘성애원’으로 1953년 오사카 지역에 기독교 부설 유치원 형태로 설립됐다. 당시 ‘엘리트 유치원’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알려졌지만, 1972년 자폐 아동의 어머니 두 사람이 성애원을 찾아 입학를 요청하면서 장애아를 위한 보육소로 탈바꿈한다.

노지마 치에코 로코칸 교육보육 참사(성애원 전 원장)는 “‘비장애아들에게서 동네 친구인 장애아동을 분리시키지 말자’는 신념으로 성애원을 엘리트 유치원에서 지역 공동보육소로 전환하고, 1976년에는 사회복지법인 ‘로코칸’을 설립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로코칸은 직원 300명이 넘게 일하는 단체로 성장해 지역사회의 복지에 힘쓰고 있다.

로코칸은 “우리 사회에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늘 존재하는데, 유치원에서 장애아동을 배제한다면 ‘거짓 사회’를 가르치는 것이므로 진정한 보육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함께 생활했을 때 보다 다양한 관점이 탄생하고,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상냥함이 발휘된다는 생각이 ‘포괄적 교육’의 핵심이다.

장애아동을 받아들인 것을 시작으로 로코칸은 지역 주민들의 필요에 따른 사업을 확장해나간다. △늦은 밤 보육이 필요한 부모와 아이들을 위한 ‘야간 보육소’ △지역에서 고립된 부모와 아이들을 위한 ‘지역 보육 센터’ △장애아동의 방과후 활동 센터인 ‘츠쿠시 클럽 어린이의 집’ △장애인의 사회 참여 사업 ‘윌리슈’ △장애인 자립을 목표로 한 ‘그룹 홈’ 등이 대표적이다.

로코칸의 포괄적 교육은 지난 2016년 일본 공영방송인 NHK를 통해 방송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방송에서는 장애아동 공동보육, 3~5세 혼합 연령 보육 등을 소개하며 “장애아동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좋은 보육”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현재 로코칸이 운영하는 유치원에 다니는 150명 중 장애아동은 9~10명으로, 전체 10% 정도를 차지한다. 눈여겨볼 점은 150명의 아이들을 전문교사 50명과 보조교사 50명이 함께 돌본다는 것인데, 교사 대 아동의 비율이 1.5대 1이다. “일본 정부의 다양한 보조금 제도 덕분에 충분한 수의 교사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 노지마 참사의 설명이다.

노지마 참사는 “지역보육센터 초대 소장인 스즈키 쇼조 선생이 ‘보육이란 아이들의 우는 소리를 듣는 것이며, 교육이란 내일의 희망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세상은 거대한 용광로이고 보육소는 사회의 축소판이기 때문에 영유아기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립유치원 비리→사회적협동조합 유치원 대안으로…국내 시사점은?

‘우리가 원하는 교육?보육’을 주제로 국내 전문가들이 해외 사례 적용 방안과 시사점 등을 논의했다.

스페인, 일본의 보육?교육 모델을 한국에서는 어떻게 반영하고 적용할 수 있을까. 이번 콜로키움의 주제인 ‘우리가 원하는 보육?교육’을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 국내 전문가들이 자리해 토론을 이어갔다. 특히 보육?교육의 공공성 강화가 정부와 서울시 정책의 주요 방향으로 설정되고, 사회적협동조합형 유치원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1994년 국내 최초로 협동조합 방식의 보육사업을 시작하고 2012년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해 어린이집과 초등 방과후 교실 설립 및 운영을 지원하고 있는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이하 공공교)’의 활동을 주목할 만하다. 공공교는 지난 20년간 부모, 교사,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이른바 ‘공동육아’를 실천 중이다.

이송지 공공교 이사는 “스페인 GSD 사례처럼 국가가 정한 공통 교육과정을 기본으로 하되, 조합원의 요구에 맞춰 유연하게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점이 공공교의 방식과 유사하다”며 “조합원인 부모와 교사의 상호협력 구조를 만들고, 협동조합의 기본 원칙대로 민주적이면서 투명하게 유치원을 운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명 아이들이행복한세상 고문은 “전국 국공립 어린이집 3000개 중 1500개가 서울에 있는데, 그 중 50%는 개인이 위탁 운영하는 상황”이라며 “국공립 시설을 개인에게 위탁했을 때 뚜렷한 명분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사회적협동조합 유치원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주수원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정책위원이 사회적협동조합형 유치원, 학교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주수원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정책위원은 “국내에서 사회적협동조합형 유치원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만큼, 스페인 GSD처럼 초·중·고 학교도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될 날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견을 더했다.

해외 사례를 적용할 때 한국사회의 특징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태욱 건신대 대안교육학과 교수는 “GSD처럼 협동조합 학교가 국제 교류가 활발하다고 했을 때, 한국에서는 아이를 글로벌하게 키우고 싶은 학부모들이 본래 의도와 달리 몰려들 수 있는 등 한국적 맥락을 반드시 살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이은애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은 “서울시 교육청도 지난 10월 말 공영형 유치원의 다양한 설립 주체로 학부모와 교사가 참여하는 협동조합형 유치원을 제시한 바 있다"면서 "이번 콜로키움은 대안적인 교육·보육의 조직 형식과 내용으로 사회적경제 방식의 유형 출현이 필요함을 선진 사례 경험을 통해 증명하고 제안한 자리”라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 이우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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